글쓴이 :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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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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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가부터 우리 사회에 복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복지라는 말이 넘쳐 날수록 그만큼 우리 사회에 복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칼날 위에 서 있는 듯한 극심한 경쟁 속으로 내모는 우리 사회가 복지라는 화두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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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에서 복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라는 생존권적 기본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헌법상 이러한 권리가 명시적으로 규정된 나라가 있는 반면, 선언적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거나 해석을 통해 도출해 내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예가 남아공이라면 후자의 예가 인도이다.

    남아공 헌재는 2000년과 2002년 연이어 생존권적 기본권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을 통해 1997년 판단의 한계를 넘어 섰다. 1997년 사건은 정기적인 신장 투석이 필요했던 환자가 헌법상 응급의료권을 근거로 제기한 사건(Soobramoney 사건)으로 헌재는 한정적 재원을 이유로 합헌 판단을 하였다. 공교롭게도 그 선고가 있던 날 치료를 못 받던 청구인은 세상을 떠났다. 2000년 사건은 겨울철 강제 철거를 당한 철거민들이 헌법상 주거권 침해를 이유로 청구한 사건(Grootboom 사건)으로 헌재는 정부의 주택개발정책 등에 대한 내용적 판단 끝에 위헌임을 선언한다.

    2002년 남아공 헌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산모에게서 태아에게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전이를 막는 약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던 정부의 정책에 대해 보건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임을 선언하고 즉각적인 제한의 철폐를 명한 것이다(TAC 사건). 80여 장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남아공 헌재는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정부 정책의 합리성을 심사하였다.

    인도에서는 생존권적 기본권이 헌법상 지도원리(directive principles)에 선언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인도 대법원은 생명권을 이용하여 이를 적극적 권리로 해석해 왔다. 이는 유럽인권재판소가 사회권규약(Social Charter)이 따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인권협약상 규정되지 않은 생존권적 기본권을 생명권을 통해서 판단하는 것과 유사하다. 2010년 2월 독일 헌재가 인간의 존엄권을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권리’라고 규정하며 생계비 보장을 위한 정부의 급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판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같은 경우는 이를 평등권으로 풀어낸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질적 토대(minimum core)는 다른 모든 권리를 영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경쟁을 통해 성장한 사회는 경쟁의 희생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 이 글은 2013년 11월 14일자 법률신문 14면 <목요일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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