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 법학교수
  • 고려대 로스쿨
연락처 : 02-3290-1897
이메일 : phath@korea.ac.kr
홈페이지 : http://www.korealawschool.com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5가 1번지 고려대학교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하태훈님의 포스트

    [ 더보기 ]

    골라 보는 편식성 눈(目)

    0

    눈을 뜨면 세상 다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그래서 누구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했다.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기도 한다. 본 것을 기억해 내라면 자신의 경험이나 관심에 따라 각기 다르게 그려낼 것이다. 사거리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다고 하자. 평소 자동차에 관심 있었던 증인은 사고 자동차가 어떤 스포츠카였는지 만 보이고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 스포츠카의 문을 열고 내린 젊은 여성 운전자가 시야에 들어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고 싶은 만큼만 보는 편리한 눈과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고 살아도 세상 다 못 볼 것이라면 편식성 눈도 편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의 편향된 시각이 올바른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을 바라보는 일부 눈들이 그렇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고는 마치 전체를 본 것처럼 말한다. 골라 본 배심원 평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민참여재판에 제도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안도현 시인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잇따라 배심원 무죄 평결을 받자 일부 보수 언론매체와 여권이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지역주의 평결’, ‘감성 재판’ 등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놓고 있다. 여당 지지도가 아주 높은 부산지역에서 유사한 2개의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과 유죄판결이 났던 지난 여름에는 눈감고 있다가 유죄를 바라고 지켜보던 사건에서 연달아 무죄판결이 나니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당과 일부 보수 언론매체들은 평소 입에 달고 떠받들던‘국민’을 감성 재판, 지역색 재판이나 하는 우매한 국민으로 폄하하고 있다.

    배심원,국민참여재판

    어느 한쪽의 지역주의를 지적하면 그것은 곧 자신이 속한 지역의 지역주의를 고백하는 것이며, 사사건건 이념과 진영 논리에 매몰된 자신들도 다르지 않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논거가 있는 합리적 비판보다 지역감정에 젖어 감성에 휘둘리는 이들은 배심원들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전주지법 배심원의 무죄판결을 비난하고 싶었다면 그에 앞 서 같은 이유로 부산지법 배심원의 유죄평결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나온 선거법 위반 사건과 대선후보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보면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판단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배심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접어둔 채 자신에게 주어진 국가적 책무를 직업 법관처럼 무거운 사명감으로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주지법 재판부는 법을 지키고 해석하는 최종 책임을 지는 법관이 배심원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면서 배심원 만장일치의 무죄평결과 달리 벌금 100만원의 유죄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에 굴복하고 타협한 판결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이 글은 2013년 11월 11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