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허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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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주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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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면서

    지난 3월 종영한 지상파 방송사의 주말 드라마의 외주제작사(이하 ‘제작사’) 대표가 필리핀으로 잠적했다는 뉴스가 화제이다. 제작사는 공중 분해된 상태이고 출연 배우 중 단 2명을 제외한 모든 출연진이 출연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비단 이 사건만이 아니라, 방송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상당수에서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한 연기자들의 고충이 계속되고, 급기야 방송국을 상대로 한 연기자들의 집단적 출연거부 움직임까지 보도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 것이며 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방송국에서 외주제작계약서를 검토하면서 접하는 외주제작의 현실은 항상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2. 이유 : 출혈 경쟁과 구시대적 관행

    무엇보다도 드라마 한 편이라도 해 보려는 제작사가 넘쳐나는데 방송사는 제한되어 있는 상황. 게다가 기존 방송사에 있었던 인력이 회사를 나와 과거의 인맥과 노하우로 제작을 진행하는 등으로 방송사에 의존하다 보니 방송사와 제작사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처럼 인식되어 왔고, 방송사들이 제작 또는 방송 중인 외주 프로그램 공급을 갑자기 중단시키거나 불공정한 내용의 계약을 일삼는 등 월권과 횡포를 일삼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스타급 배우와 작가를 놓고 벌이는 제작사들 간의 캐스팅 전쟁은 결국 출연료 폭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출혈경쟁 끝에 적은 프로그램 제작비를 받아 이전 작품 적자를 메우는 데 급급한 실정이고, 일부 성공한 제작사들조차 소위 “드라마는 대박 나도 제작사는 쪽박”의 현실에 처해 있다. 그렇다 하여 방송사에 대해서만 비난을 집중하기도 어려운 시장 상황이다. 수년 전에 비해 출연료와 제작비는 엄청나게 오른 반면, 광고나 저작권료 등의 수입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은 외주제작 과정에서 출연계약을 둘러싼 관행이 법률적으로 매우 구시대적이라는 점이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드라마 외주제작 계약을 체결하면 방송사는 제작사에 제작비만 지급할 뿐 출연자와 관련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출연자나 작가 등과 구체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캐스팅하는 역할은 모두 제작사의 몫인데, 우리 외주제작의 현장에서는 출연료의 지급이 드라마 종영 후 다음 달에나 출연료를 지급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심지어 일부 제작사들은 연기자들과 출연계약서도 제대로 안 쓰는 경우도 많다.

    방송사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조’)이 방송사로 하여금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에 출연료 지급을 위한 보증을 규정할 것을 요구한 이래, 방송사들도 제작사에 대해 계약 총액의 5% 이상의 지급보증 보험증권을 반드시 제출하도록 계약에 규정하고 있다.

     

    3. 법률적 해결이 어려운 상황

    제작사가 부도가 나거나 대표가 도주하는 등의 이유로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 해도, 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사에 출연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방송사는 외주제작계약에 따라 외주제작사에 이미 제작비를 지급하였고 출연자와의 계약은 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출연자가 계약상대방이 아닌 방송사에 대하여 법적인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것이다.

    출연자들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방송사가 책임을 져 줄 것을 주장하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한 개인이 큰 목소리로 법적 권리를 잘못 주장하다가 방송사나 제작사들 눈 밖에 나면 차후 출연기회 자체가 박탈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자들은 개별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한연조와 같은 단체를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고, 한연조는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받고도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은 외주제작사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부실제작자에게 프로그램을 발주한 방송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부실제작자에게 프로그램을 발주하는 방송사도 없을뿐더러 결과적으로 책임이 있다 해도 도의적인 책임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 한연조로서도 법적으로 소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집단적인 출연거부 파업밖에 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1991년 방송법에 도입된 외주제작 정책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우리의 현실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였고, 현 상황은 하도급법이나 저작권법, 문화산업진흥법 등 기존 법률에 의한 규제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률가들도 이 문제에 대한 법률적 접근과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4. 해결방안은 없는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관기관과 함께 외주제작 표준계약서를 정비하여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계약에 적용하려 하고 있는데, 이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상황을 개선하기에 미약한 점이 있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기술한다). 오히려 방송실연자협회나 작가협회 등의 저작인접권자 단체와 방송협회 등이 주장하는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등록제의 도입 등 외주제작사의 설립 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011년 12월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한 외주제작사는 1700여 개에 이르는데, 이처럼 제작사들이 외주 산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데 반해 ‘불량’ 제작사를 사전에 걸러 낼 장치는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즉 현재의 드라마 시장은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이들이 얼마든지 시장에 진입해 ‘먹튀’를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외주제작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외주제작을 둘러싼 제반 제도와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 방송법 제72조는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 상세한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규정하고 있지만, 종편에 대해서는 동조 제3항에서 주시청시간대 편성비율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그 외 케이블에 대해서는 중소PP들의 보호상 아직까지 규정이 없다. 또 외주제작 시장을 양성하기 위한 제도들, 예를 들어 제작인건비 산정을 위한 표준용역비 개념, 고액연기자에 대한 출연료 상한제, 저작인접권자의 콘텐츠 2차 유통에 따른 수익 배분체계 등에 대해서도 논의만 되고 있을 뿐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세 번째로, 제작사와 방송사가 상생해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국내외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에 앞서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작사의 해외 진출과 주문형 비디오(VOD)등의 부가사업 진출 등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PC와 스마트폰의 활용으로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가 변모하는 상황에서.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으려면 대중들이 콘텐츠 이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다행히 작년 7월 국회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는데, 이 개정안은 방송분쟁 조정대상에 제작사를 추가하고 외주제작과 관련된 방송사업자와 제작사들의 금지행위를 도입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법률이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높이는 등 양적 규제에만 치중한 것이 문제였던 만큼, 앞으로의 개정 방향은 질적 규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외주제작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지방변회보 8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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