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허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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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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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 털기의 폐해
    작년 말,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방송국에 손해배상이 청구된 적이 있었다. 불미스러운 내용의 취재라서 제작진은 취재대상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였고 음성도 변조하는 등 그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화면상의 건물을 본 누리꾼들이 인터넷에서 신상 관련 자료를 찾아 온라인상에 신원을 공개해 버리자 방송사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사생활 침해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조정결정을 내렸던 판사님이 원고를 달래면서 하신 말씀은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까요”였다.
    이러한 사례는 이른바 ‘신상 털기’로 인하여 초래된 피해의 하나로서, 종래의 법 제도와 인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법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신상 털기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특정인의 신상 관련 자료를 찾아낸 후 다시 인터넷에 무차별 공개하는 사이버 테러로서, 그 파급력이 엄청나 한 개인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형사범죄에도 공소시효가 존재하는데,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에 의한 피해에 소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차적 피해와 처벌의 문제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퍼질 경우, 동명이인이나 비슷한 신상 정보를 갖고 있는 제3자가 2차적인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최근 모 유명배우의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여학생이 피해여성으로 지목되어 소속대학과 사진 등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신상 털기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도 논의되고 있다. 우선,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와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및 제71조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다. 또 사실을 유포하는 것일 경우 형법 제307조 각항의 명예훼손죄 성립도 가능하며, 비방의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이라 한다) 제70조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사람들의 관심사로부터 잊혀지는 것이다.

    잊혀질 권리의 도입 필요성
    신상 털기는 포털 사이트 검색과 SNS로 인해 더욱 기승을 부리지만 현재로서 효과적인 예방책은 없어 보인다. 때문에, 피해자의 침해된 권리로서 거론되는 ‘잊혀질 권리’가 미디어법 분야에서 주요 논쟁의 하나가 되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에서 생성되고 저장·유통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수정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에 의하면 인터넷 신문기사나 블로그 등에 올라 있는 모든 개인정보에 대해서 피해자가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잊혀질 권리의 도입론자들은 생성은 쉽지만 삭제가 용이하지 않은 인터넷 환경에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근거로 도입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급속히 전파되는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일일이 다 삭제할 수는 없다는 기술적·경제적 어려움도 반대론의 대표적 논거이다. 국제적인 동향을 보자면, 미국에서는 페이스북·구글 등 유명 인터넷 업체들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커 반대하는 분위기이지만,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삭제 요청권을 포함한 데이터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함으로써 세계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를 입법화하였다.

    최근의 법제화 논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 파기의무를 부과한 제21조 외에도, 제36조에서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의 정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이나 망법 등은 본인이 작성한 글 등이 공개되어 피해를 입게 될 때 OSP(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서, 개인정보가 아닌 부분에서 잊혀질 권리의 법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개인정보 이외의 글 등에 대해서도 글쓴이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삭제할 수 있도록, 망법 등에서 OSP의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도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저작권법과 망법의 일부개정 법률안은 글쓴이가 OSP에게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삭제를 요청할 수 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OSP에게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저작물로 인하여 저작자의 명예가 훼손될 여지는 적으며 오히려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통해 문화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http://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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