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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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임용제도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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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행정처가 로스쿨 1기 출신 재판연구원 99명을 위해 준비했던 채용간담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대로 취소됐다. 이 때문에 재판연구원들의 로펌 취업이 벽에 부닥쳤다고 한다.

    지난해 로스쿨을 졸업한 1기생들은 대부분 로펌이나 국가기관, 기업 등에 취업해 일해 왔다. 그중 일부는 각급 법원에서 2년 임기의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문제는 임기를 마친 재판연구원들의 장래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2011년 개정된 법원조직법이 판사로 임용되려면 10년 이상 법조 근무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경과규정으로 2017년까지는 3년 이상, 2019년까지는 5년 이상, 2021년까지는 7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으면 되고, 2022년 이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관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지난해부터 2년간 법원 근무를 한 재판연구원들은 법관으로 임명되려면 최소한 1년 더 법조 경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많은 인원이 로펌으로 직행해 자리를 잡으면서 재판연구원들의 로펌 취업이 여의치 않게 됐다. 그렇다고 법원에서 1년 후 법관임용을 보장해 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재판연구원은 법원에 장래 취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책을 호소했다는 소문이다.

    그러한 배경으로 법원행정처가 재판연구원들의 구직을 돕기 위해 대한변협과 10대 로펌 관계자들을 상대로 채용 간담회를 계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변협이 “재판연구원들이 대형 로펌에 취직해 경력을 쌓은 뒤 판사로 임용되면 ‘회전문 인사’와 다를 바 없다”며 반대해 결국 간담회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단체가 신참 변호사들의 취업을 위한 간담회를 반대했다는 것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우리의 법관임용 시스템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임법관임명식

    2011년의 법원조직법 개정은 물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법관의 관료화, 전관예우 등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도 사법연수원 출신을 성적순으로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를 탈피하여 영미법계처럼 변호사들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를 채택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법조일원화를 채택하였다고 해도 국민과 법원 모두가 포기하기 어려운 명제가 있다. 그것은 ‘우수한 인력’으로 법관을 충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 사람의 우수한 법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가 하는 고려도 포함됐다.

    돌이켜보면 법조일원화 도입의 배경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판사들’이 재판을 하니 올바른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경험적 비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엄연한 현실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직 재야 법조나 다른 직역들은 종래 경력법관제하의 법원처럼 한 사람의 성숙한 법관을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가망성은 별로 없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또한 이것이 독일이나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들이 경력법관제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개정 법원조직법의 경과규정은 언뜻 보면 합리적인 규정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일정한 기수는 법이 요구하는 경력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10년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의 기수는 언제든 법관으로 임관될 수 있다는 모순점이 있어서 입법기술상으로도 큰 실수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사법제도란 그 나라의 모든 상황이 반영되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각 제도의 장단점을 살려 3년 내지 5년 정도의 법조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여 경력법관제의 틀을 어느 정도 가미하는 내용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지 않고 현행의 법원조직법을 그대로 둔다면 제도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재판연구원들을 불안 속에 방치하는 것이 된다. 그 결과 법관에 뜻을 둔 우수한 법조인들을 다른 직역으로 몰아내고, 오히려 재야 법조의 2류 인력들로부터 법관을 충원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유전무죄” “전관예우”라고 법원을 비난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법원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2013년 8월 25일자 <중앙SUNDAY>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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