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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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관예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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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

    고위직 인사청문회만 열렸다 하면 공무원 퇴직후 기업체나 로펌에서 받은 연봉이 단골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의 급여는 놀라움을 넘어 상실감, 박탈감을 안겨주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공분까지 사기도 한다. 또 전관예우 관행은 나같이 전관이라는 배경이 없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겨주는 악습이기도 하다.

    간혹 전관예우가 없다고 강변하는 높은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의 모습을 보아왔는데, 자세히들여다 보면 전관예우가 전관 변호사들에게 마냥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전관의 세계를 잠깐 들여다 보자.

    전관예우의 가장 큰 한계는 전관예우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법조계의 경우 퇴직후 약 1년 정도 예우받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지만 갈수록 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예우받는 기간동안 고위직 전관출신 변호사는 최소 20억~30억원은 벌어야 바보소리를 면할 수 있다는 설도 있다. 그 큰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전관프리미엄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퇴직한 고위 판ㆍ검사들은 대형로펌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거나 단독 개업 후 사건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우기간이 지나고 소위 ‘약발’이 떨어져 자신을 찾아오는 브로커가 줄어들게 되면 전관변호사들은 갑자기 위기를 맞는다. 퇴직 후 1년여를 돈을 벌기 위해 정신없이 일만 했지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전문 영역을 개척하는 등 긴 안목으로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발 떨어진 전관’의 뒷모습은 전관예우 기간 동안의 화려함과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딴판이다. 대형로펌 중 상당수는 전관 변호사를 영입할 때에는 경쟁적으로 모셔갔지만 효용이 다했다고 판단되는 전관은 매몰차게 내치는데 내치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전망좋고 양지바른 넓은 방을 주었다가 갑자기 창도 없는 비좁은 방으로 옮겨달라고 하거나 기사달린 차량을 제공하다가 어느날 중단해 버리는 것은 차라리 점잖은 편에 속한다. 월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 입금해주던 월급통장에 갑자기 달랑 만원만 입금하는 식으로 나가달라는 말을 대신 하기도 한다. 어느 눈치없는 전관은 정보에 어두워 사인을 읽지 못하고 두달째 만원을 받고서야 사표를 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들린다.

    평생 수모를 당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모를 겪지 않기 위해 전관 변호사들은 자신이 ‘밥값’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대형로펌에 가지 않고 개업을 택한 전관 변호사는 어떨까. 그들은 로펌변호사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스트레스도 그만큼 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남모르는 고충은 있다. 약발이 떨어진 후에는 예우받던 기간처럼 보수가 높은 사건이 확연히 줄어들지만 품위유지비는 쉽게 줄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공무원 퇴직 후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생활비와 만만치 않은 사무실 유지비를 충당하려면 사건을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위직 법관, 검사 출신이 젊은 변호사들이나 맡는 수임료 500만원짜리 사건을 수임해 체면을 구길 수도 없어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고위직 전관의 현실이 이렇다. 고위직 전관출신들 모두가 인사청문회에 나왔던 이들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러고 보면 전관예우로 득을 보는 쪽은 전관 본인들이 아니라 전관들을 속칭 ‘빨대’로 활용해 돈을 버는 로펌과 그 돈을 내고 유리한 판결을 받는 돈많은 의뢰인들 정도일 것이다.

    내가 전관들을 옹호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다만 전관예우 관행이 전관인 당사자에게 함정이자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전관예우는 그 당사자를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하는 악습이다. 퇴임 후 변호사로서 당당한 경쟁을 할 각오가 아니라면 평생 법관이나 검사로 남아 명예를 지키는 것이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는 척도일 것이다.

     

     

    ◊ 이 글은 2013년 4월 9일자 한국일보<아침을 열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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