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윤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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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는 을(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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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가 고객인 대형 건설사의 법무팀 직원들을 접대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 등을 청구하면서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격무에 시달리는 로펌 소속 변호사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지적이나, 시선을 돌리면 법조계의 또 다른 현실을 엿보게 된다. 변호사가 고객에게 접대를 하여야 하는 상황 말이다. 물론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여전히 변호사는 접대를 받는 직업인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사건을 가려 맡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한해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가 기껏해야 몇 십 명에 불과할 때의 이야기다. 그때는 밀려오는 사건을 감당할 수 없어서 소가(訴價)가 적거나 복잡한 사건은 수임을 거절할 정도였다. 당시 변호사는 막강한 갑(甲)이었다. 특히 막 법복을 벗은 ‘전관변호사’는 ‘슈퍼 갑’이었다.

    그러나 변호사 숫자가 증가하면서 이런 현상은 차츰 사라져갔다. 이윽고 상황이 역전되었다. 언제부턴가 변호사들은 ‘일감’을 걱정하기에 이르렀고, 고객을 찾아 나서야만 하게 되었다. 특히 재벌계열사, 금융기관, 대형 건설사, 공공기관 등은 놓칠 수 없는 고객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뿐 아니라, 이들을 대리한다는 것 자체가 변호사와 로펌의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거래를 트고 또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비즈니스,기업,자문

    통상 대형 기업은 여러 변호사와 다수의 로펌과 자문계약을 체결하여 하나의 풀(Pool)로 운영한다. 그런데 법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변호사를 선임하여 사건을 의뢰할 것인지는 기업 내 담당 임직원의 재량에 맡겨진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자문계약은 1~2년 주기로 갱신이 되는데 계약관계가 종료될 염려도 상존한다.

    이런 점에서 자문기업이 슈퍼갑이라면 변호사와 로펌은 슈퍼을(乙)의 관계다. 변호사가 자문기업의 담당 임직원과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유대 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문에 대한 신속하고 성실한 서비스를 통해 형성되어야 하겠지만 기회가 되면 저녁이나 점심을 함께 하는 일도 필요한 법이다. 다 세상 사는 이치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문기업이 소위 ‘갑질’을 하는 때가 있다. 의뢰하는 업무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자문료를 책정하는가 하면, 자문료마저도 늑장 지급하는 경우 등이다. 이처럼 불공정한 처사를 당해도 변호사는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한다. 변호사로서 체면도 있거니와 만에 하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공정거래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올해 경제민주화란 말이 대세(大勢)가 되었고, 최근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억울함을 풀었다. 그러나 변호사와 로펌의 가슴앓이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접대 전문 변호사가 등장하고, 업무상 재해를 당하는 술 상무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다.

     

    ◊ 이 글은 2013년 8월 5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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