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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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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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경제민주화 입법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한다) 개정 법률안이 지난 2013. 7. 2. 국회를 통과하여 공포를 앞두고 있다. 개정법은 부당지원행위 성립요건 중 ‘현저성’ 요건을 ‘상당성’으로 완화하고, 통행세 관행을 부당지원행위의 새로운 유형으로 신설하였으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금지하였다. 이하에서 개정법의 주요내용이 갖는 의미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로서의 과징금 규정의 문제점 등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2.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 완화 (제23조 제1항 제7호)

    현행법에 따른 부당지원행위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상품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과 관련하여 법 시행령에서는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구체화하고 있다(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10.) 과연 어느 정도 유리한 조건이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대법원도 현저히 유리한 조건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차이는 물론 지원성 거래규모와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일반적 기준을 제시할 뿐이다(대법원 2001두2881 판결). 실제 계열회사간 기업어음 할인으로 부당지원행위가 문제된 사건에서, 정상할인율보다 2.0%~4.9% 낮은 발행할인율로 매입한 행위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하지만 정상할인율보다 1.5%~1.9% 낮은 발행할인율로 매입한 행위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3두15188 판결). 개정법상 ‘상당히’ 유리한 조건 또한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으나 ‘꽤 또는 어지간히 많이 또는 적지 아니하게’라는 그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입증 부담은 현재보다 완화되었다고 할 것이다. 현행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하여,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별표> 1의2 10호 규정 중 ‘현저히’는 ‘상당히’로 개정하고,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에서 ‘과다한’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업,거래,공정거래

    3.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신설 (제23조의2)

    현행법상 부당지원행위에 있어서 지원객체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이고, 이는 개정법에서도 동일하다. 지원객체는 반드시 일정한 거래분야의 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아서 사업자가 아닌 자연인의 경우에도 지원객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자연인인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행위가 부당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인이 지원 받은 자산을 계열회사에 투자하는 등으로 관련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01두6364 판결).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부당지원행위에 있어서 ‘부당성’은 당해 지원행위로 인하여 지원객체의 관련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거나 경제력 집중이 야기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에 기초한다. 이렇다 보니 지배주주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부당성 내지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법은 제23조와 별도로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를 신설하여 부당성 입증 없이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 행위주체
    행위주체는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이다. 현행법에 따라 지정되고 있는 기업집단은 당해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회사들의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이므로 본 조항에서의 기업집단도 이와 동일하게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나. 거래상대방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가 거래상대방이다. 여기서 특수관계인은 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제한하였는데, 친족의 범위는 법 시행령 제3조 제1호 가목에 따라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 해석된다. 또한 특수관계인이 어느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를 본 조항의 거래상대방으로 할 것인지도 법 시행령 개정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본 조항의 입법취지 등을 감안할 때 특수관계인이 3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 금지되는 행위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가 금지대상이다. 부당지원행위와 마찬가지로 금지되는 행위는 모두 ‘상당성’을 요건으로 하였다. 개정법에서는 모두 4개 유형의 금지행위를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다.

    (1)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이다(제1호). 거래의 조건에는 거래되는 상품 또는 역무의 품질, 내용, 규격, 거래횟수, 거래시기, 운송조건, 인도조건, 결제조건, 지불조건, 보증조건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본 호의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조건과 실제 거래조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여기서 정상적인 거래조건은 행위주체와 거래상대방간에 이루어진 거래와 동일한 거래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조건으로 해석된다.

    (2) 사업기회유용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제2호). 본 호는 상법 제397조의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와 그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다. 여기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해석상 어려운 문제이다. 회사의 사업기회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회사 사업과의 관련성, 사업기회의 이익성 등을 충족해야 할 것이다. 또한 회사가 당해 사업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으며, 회사의 영업확장을 위한 합리적인 필요성에 부합하는 사업이어야 할 것이다.

    (3) 상당한 유리한 조건의 금융상품 거래
    특수관계인과 현금 기타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가 금지대상이다(제3호). 본 호는 그 규정내용이 제1호와 거의 동일한데, 총수일가와의 ‘현금 기타 금융상품 거래’를 별도의 거래행위 유형으로 규정하면서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과 같이 당해 거래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따로 규정하지 않은 것에 차이가 있다. 본 호는 그 규정 형식에도 불구하고 제1호의 해석과 차이를 둘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4) 상당한 규모의 거래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이다(제4호). 다만,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거래는 여기서 제외된다(제2항).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는 ‘현저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가 포함되므로 현저한 규모의 거래에 의한 부당지원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다만,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였다는 점과 공정거래저해성 내지 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본 호는 계열회사와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조건이 상당히 유리한지 여부를 따지지 아니하고,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특수관계인과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정상적인 거래조건에 의한 일감몰아주기도 규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 과징금 부과 규정의 문제점 (제24조의2 제2항)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와 과징금 및 벌칙규정을 두었다. 특히 제24조의2(과징금) 제2항을 신설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자뿐만 아니라 당해 거래 등의 상대방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당초 입법의도로 이해된다. 그런데, 개정법 제24조의2 제2항은 부당지원행위 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가 있을 경우 ‘당해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에 대하여 매출액의 5%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되었다. 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행위주체는 회사보다 넓은 개념의 ‘사업자’인데 정작 행위주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또한 제23조의2 제1항의 행위주체는 일정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이고, 거래상대방은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회사’라는 점에서 보면 이익이 귀속되는 특수관계인과 행위주체인 회사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당초 입법의도가 위와 같았다면, 해당 규정을 위반한 자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를 명확히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5. 마치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하여 신설된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규정은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하여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이 보다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비로소 행위규범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때부터 시행되므로 법 시행령의 개정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2013년 7월 25일자 법률신문 11면 <연구논단>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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