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윤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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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제국 (8) 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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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않는제국_8

    최동수는 최근 로펌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로펌을 운영하다 보면 전혀 예기치 못한 시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난관에 부딪치기 마련이었다. 그 난관이란 어떤 때에는 수월하게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로펌에 큰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동수가 이번에 느끼고 있는 위기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그 어떤 것 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뭐라고 할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밀폐된 공간에 갇힌 채 점점 더 사방에서 벽이 다가와 옥죄는 느낌이었다.

    위기의 실체를 파악할 수가 없으니 불안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대처방안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사무실의 어려움에 대해 당연히 파트너들과 상의하여 대책을 강구해야겠지만 진짜 속마음을 터놓고 의논하고, 의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것이 어쩌면 로펌 파트너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서도 최동수의 머리에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최동수는 이렇게 사무실이 어려울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최동수는 강동현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아니 적어도 강동현과 만나기 전까지는 그를 알지도 못했고, 따라서 당연히 인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최동수가 강동현을 처음 만난 것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였다. 최동수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평이사였던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이다. 사실 상임이사도 아닌 평이사에 대해 회장이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평이사였던 강동현은 홍보위원회 산하의 법생활화교육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 위원회는 중 ․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생활법률 지식을 보급함으로써 법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위원회였다.

    특별위원회의 활동이 대부분 그렇듯이 위원장이 얼마나 열성을 가지고 활동하느냐에 따라 그 위원회의 성격과 위상이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사실 당시 최동수는 중 ․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생활화교육이 얼마나 성과가 있을까, 또 그런 일에 변호사가 얼마나 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강동현은 조금 달랐다. 그는 요란하게 소리 내거나 떠벌리지도 않고 교육청과 협조하여 서울 시내 중 ․ 고등학교들을 위한 법생활화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고, 특별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을 독려하여 그 많은 학교들을 함께 순회하며 생활법률에 대한 강연을 실시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고, 또 그 성과에 대해 자랑하지도 않았다. 강동현은 사실만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법생활화교육에 대한 특별위원회의 보고서를 제출했을 뿐이었다.

    이것이 최동수가 강동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그는 그때부터 강동현의 활동에 대해 눈여겨보게 되었고, 그의 능력과 열정을 알게 되었다. 최동수가 주위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물어봤을 때 들려오는 대답은 특이하게도 일정치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대개 공통적이었다. 무슨 일이든 그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 믿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7~8년 전 최동수가 최강로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화, 전문화 계획을 세웠을 때 강동현을 영입했던 것이다.

    당시 강동현은 변호사 5~6명으로 구성된 작은 로펌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동수의 합병 제안을 받아들여 로펌 구성원들을 모두 이끌고 합류했다.

    강동현은 검찰경력 때문인지 형사실무와 지적재산권 분야에 밝아 그 방면의 팀장을 맡게 되었지만 그의 진가는 의외의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로펌의 규모가 커지면서 로펌은 단순한 법률사무소가 아니었다. 대형로펌은 그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었고, 그런 만큼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로펌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머리가 무수히 많은 기형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어 일반 기업의 문제 외에 로펌만이 갖는 특수한 문제점들이 많았다. 따라서 로펌을 운영하려면 직원들 관리 못지않게 파트너와 구성원, 소속변호사들에 대한 관계 역시 늘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뿐만 아니라 로펌은 단순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로펌의 이름을 걸고 법률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자인 클라이언트들에게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

    이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로펌의 행정과 인사, 그리고 재무관리를 직원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로펌의 파트너 중에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하는데 잘 해야 본전이고 자신의 전문분야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런 일에 아무도 달려들려고 하지 않았다. 최동수는 생각 끝에 강동현에게 이 업무를 부탁하게 되었고 강동현은 의외로 순순히 로펌의 관리, 행정 업무를 승낙했던 것이다.

    사실 최동수는 아무런 학연이나 지연도 없는 강동현에 대해 그리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왠지 그에게 일을 맡기면 안심이 되었다.

    로펌의 관리, 행정 등의 업무를 강동현에게 맡긴 일은 결과적으로 최동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강동현은 형사팀과 지적재산권팀을 이끌고 있으면서 로펌의 관리 업무를 빈틈없이 처리함으로써 다른 변호사들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최동수는 강동현을 생각할 때마다 참 특이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최동수는 로펌 내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강동현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그는 소리 없이 그리고 보이지 않게 업무를 처리해 나갔다.

    최동수는 아직도 그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일년전 사무직원의 지인을 통해 선임한 이혼사건을 심해정 변호사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있던 사무직원이 선임료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일 때문에 심 변호사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쉽게 해결될 것 같던 그 일이 오해와 불신 그리고, 불만족스러운 재판결과로 인한 의뢰인의 감정상의 문제 등으로 꼬일 대로 꼬여 심 변호사가 꽤 오랫동안 애를 먹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일이 조용히 마무리되어 다들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 일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최동수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우연한 기회에 그 사건을 결국 강동현이 안양에 산다는 의뢰인을 직접 찾아가 만남으로써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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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로메 44호 :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네요.. ㅇㅅㅇ 오늘도 재미읽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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