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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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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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는 궁극적인 목표 즉 문화적으로 발달된 사회구조를 이룩하기 위해 개념적으로 수립된 직선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역사는 과거에 고정된 채 적당히 선별되어 나열되기를 기다리는 일련의 사실들이 아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에 대한 현재의 인식이며, 단일한 역사라는 것도 없다.

    원시사회 자체는 국가의 등장이나 자본주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는 아무런 내적 ‧ 필연적 요소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또 그것들과의 융화할 수 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지도 못하다.

    시내,거리,인파,횡단보도,행인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와 경제계는 모두 수 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수 많은 구성요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각 부분 움직임의 총화이상으로 무엇인가 독자적인 행동을 보이고, 우리 일상의 사회 ‧ 경제현상에서 느끼는 복잡함이 자연현상에서 연구해온 복잡성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불확정성, 비결정성, 비예측성, 탈 중심성 등의 용어로 정의되면서 다른 시대와는 확연히 구분되고있다.

    역사를 보는 시각 역시 역사의 문제를 배제하고 등한시하면서 근원 본질적인 가치를 좇아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는 불변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존의 철학적 입장에서, 시간의 흐름을 논증의 준거로 설치함으로써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의 과정에 연구의 초점을 두고 그 작동의 실제 메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하는 비선형의 실증적 역사철학 입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비선형성은 혼돈과 관련된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며 극히 작은 요동에도 구성요소들 사이를 전파해 나가면서 증폭되어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한쪽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거쳐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연속성의 역사는 주체의 선험적(a priori)개념과 마찬가지로 폐쇄된 체계이며, 근본적인 의미에서도 근본적으로 변화가 불가능하다.

    본질 역시 더 이상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서 결합하고 또 그 전체가 중용을 갖추도록 해주는 고정된 본질, 볼 수 있게 된 이상(Idéalité)도 아니다.

    불확실한 지식, 제한된 기억의 발현, 완벽하기는 커녕 허점투성이의 문제해결 기능 등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개개인의 이성적 의사판단은 불가피하거나, 다만 만족스러운 수준의 적당한 타협일 뿐 최적의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다.

    사고(이성)은 ‘항상 객관화의 과정 속’에 있으며, 그 것은 결코 정해진 것이나 완성된 것이 아니며, 인간을 너무 좁은 울타리 속으로 가두고 너무 제한된 지식만을 허용하며 이미 알려진 틀에서만 살도록 규제한다.

    근대 서구철학을 관통하는 핵심명제인 “본질은 필요이상으로 부풀리지 않는다.”는 사유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간명한 이론이 가장 바람직한 이론이라는 것이다(W. Ockham)

    데카르트(R.Descartes, 1596~1650) 역시 진보하기 위해서 사고가 명백하고 단순한 관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명료하고 분명한 것으로서의 진리개념은 참된관념을 그것의 원인에 입각해서 표현하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피상적인 관념의 형식이다.

    근대과학 혁명과 관련하여서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의 발견과 미적분학의 발명으로 우주의 운동과 지상의 운동이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되고, 그 법칙으로 운동들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다는 라플라스(P.S. Laplace, 1749-1827)의 무한지성과 같은 인과적 결정론이 등장하게 되었고, 나아가 이세상의 모든 형상들이 방정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수학중심적, 이성중심적 사고방식의 확대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론은 데카르트적인 근대적인 사고와 인간중심적 사고와 연결되면서 비난을 받고 폄하되었다.

    위에서 보듯이 자연현상을 물리학과 수학으로 환원하여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은 생명현상도 화학으로 환원하여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졌으며, 19세기에 접어 들면서 세포론의 형성, 발생학과 미생물학의 등장, 진화론의 태동 등 의학과 생물학 분야에서도 중대한 진보가 이루어졌다.

    그 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양자역학과 현대물리학, 복잡계 이론 등에서 비결정성과 비예측성의 측면이 강조되면서 그 입지가 약화되었고 결정과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위 결정론은 효력을 잃게 된다.

    서구 형이상학 철학에서도 플라톤주의(동일성 ․ 이성 ․ 탈시간 ․ 이데아 ․ 진리 등)의 사고틀이 생성, 변화, 시간, 생명 등의 역능을 잠재우고 이성과 질서의 틀 안에 가두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위 사고의 틀은 언어의 기원, 진리의 문제, 질서의 문제 등 철학과 언어학의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어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체계 전반에 대한 전환이 요구되었다.

    우리가 믿어왔던 질서, 균형, 안정성은 일시적인 것이며, 일시적으로 만들어 놓은 허상이며, 사실은 이 세계는 혼돈, 불균형, 불안정성의 세계이다.

    위와 같은 사실은 근대성의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현대철학, 예술, 건축, 과학과 연결되었고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 카오스 이론, 복잡계 과학, 데리다, 들뢰스, 푸코의 후기 구조주의 철학 등 현대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주제를 이루게 된다.

    위와 같은 사유는 사회문제와도 연결되면서 제도, 체계, 질서라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흐름과 욕망을 고정시킨 모습일 뿐이라는 사실이 1968년 전후 여러 움직임을 통해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제 우리는 이전에 존재했던 근원적이자 원시적인 총체성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또한 미래의 어느 시점인가에 존재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최종적 총체성 또한 신뢰할 수 없다.

    기존 질서와 새로운 질서 사이의 대립관계를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는 짧은 시간에 창발과 새로운 역사적 패러다임이 대두될 것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혼돈과 복잡성 속에 깃들 질서를 느끼고 새로운 사고를 시동하면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 또한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변화의 사전징조를 포착해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힘들다면 환경이 변화했을 때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므로 항상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멸종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사회의 모습은 경제는 부흥하고 풍족해졌지만 발전과 성장중심의 근대적 논리,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권력, 분배보다는 성장중심의 정책, 질적성장 보다는 양적성장, 발전을 위한 개별성의 희생, 전쟁, 시위에 대한 폭력과 과잉진압, 소수자(흑인, 장애인, 외국인, 여성 등)차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이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안정, 통제, 질서에 기반한 근대적 통제방식은 일견 효율적이고, 기능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관료적, 가부장적 정치와 사회체제가 성립될 위험성이 크다.

    오늘날 산업사회를 이끌고 있는 서구산업사회의 지식의 패러다임은 발전과 진보의 상징으로서, 권력의 상징으로서 작용해 왔으나 결국 이성적인 통제, 관리, 포획의 도구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각종 제도와 규범 등의 제도적 장치도 결국 일시적인 것이며 욕망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복잡계 과학에서도 질서가 혼돈으로부터 생겨나듯이 규범은 욕망의 흐름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역사 ․ 철학 ․ 과학 ․ 예술 등 제반분야에서 발견되는 사회환경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하여 시간에 대한 단선적 시각과 과학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부터 출발하는 통제와 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에서 규범, 규율, 통제이전의 개인의 욕망이 분출될 수 있는 모든 존재가 자유롭게 공생할 수 있는 사회로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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