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 변호사
  • 법무법인 바른
연락처 : 02-3476-5599
이메일 : cheoll.park@barunlaw.com
홈페이지 : www.barunlaw.com
주소 :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5-27 바른빌딩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술에 관하여

    0

    동서양 모두에 술은 특별한 음식이었다. 동양에서 술을 신에게 제사지내는 음식이었고, 서양에서 술은 신의 선물이었다. 포도덩굴은 겨울에는 죽은 듯 보이다가 봄이 되면 기적처럼 되살아나니 고대 이집트인에게 봄은 부활의 계절이었고 포도는 부활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죽었다가 되살아난 디오니소스는 포도의 신이며 부활의 신이 되었다.

    술,와인포도로 포도주를 만들면 저장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 술은 빵과 함께 겨울을 나는 중요한 음식이 되었고, 포도가 생산되지 않는 북쪽에서는 맥주가 포도주를 대신하였다. 나폴레옹이 원정길에 많은 포도주를 갖고 갔다고 하여 그가 포도주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나폴레옹이 포도주를 갖고 간 것은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 아니라 당시 포도주가 전투식량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음식은 사람을 배부르게 하지만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어서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헤라의 눈을 피하여 이집트에서 성장한 디오니소스는 시리아 터키 인도 땅을 거쳐 그리스로 여행하면서 그곳 사람들에게 포도주 제조법을 알려주었는데 향기로운 술맛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디오니소스 숭배사상이 생겼다. 술이란 마시면 취하기 마련이어서 디오니소스 축제가 열리면 폭음과 광란이 있었다. 폭음과 광란의 축제가 성경 창세기에서 신이 노하여 대홍수의 벌을 내리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이 선택한 노아도 술에 취하여 벌거벗고 잠들었고 이 사건으로 햄족의 비극이 시작되었으니 술로 인한 폐해의 역사는 창세기까지 거슬러 간다.

    그리스 사람들이 심포지움의 연회를 벌일 때면 편한 자세로 누워 포도주를 마셨지만 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물을 타 마셨다. 포도주에 물을 타 마시는 풍습은 오래 계속되었는데 물을 타지 않는 사람은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으로 간주되었다. 기원전 2000년경인 중국 황제(黃帝)의 딸 의적이 술을 빚어 우왕에게 바쳤는데 우왕은 술을 맛본 후 그 술이 향기롭고 감미로운 것을 알자 술로 인해 나라가 망할 것을 염려하여 술을 끊고 의적을 멀리하였다고 한다. 공자도 술을 좋아하여 술을 마실 때 양을 정해놓고 마시지는 않았지만 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다고 한다. 논어에서 말하는 취하지 않을 정도의 음주량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음주에 대한 지침이 되었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이도 있었다. 송강은 술이 지나쳐 가족과 친구는 물론 왕의 근심거리였지만 끝내 술을 절제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성정도 다스리지 못하여 매번 당쟁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반면 다산은 술을 맛보는 것은 작은 술잔으로 입술을 적시는 것이고, 술의 정취는 미훈(, 살짝 취함)에 있다고 하였다.

    옛 사람들의 여러 교훈에도 불구하고 대사(大事)를 앞둔 사람이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추문을 일으키는 세상이니 안타깝고 고약한 일이다. 상사가 부하를 데리고 술을 마시는 일은 권력관계를 각인시키는 일이지 격려가 아니다. 술을 마실 때에는 불경에도 나오는 성현의 경구를 깊이 새겨 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끝내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법이다.

     

    ◊ 이 글은 2013년 5월 16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