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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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엄벌과 낙인보다 정신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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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에 비례해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낙인찍기가 점점 에스컬레이트화되고 있다. 법정형 상향조정과 양형기준 강화에 더해 전자발찌부착, 신상공개 확대, 화학적 거세 등등 더 이상 나올 대책이 없을 정도다. 엊그제 정부가 확정한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 2013년도 시행계획’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정보는 도로명과 건물번호까지로 확대되고, 성폭력범죄 전과 및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여부도 공개되며, 모바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마련한다고 한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교과목 교습학원,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수련시설에까지 확대되어 우편으로 통보된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성적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낙인찍기가 사형보다도 더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보다는 덜하겠지만 징역을 살고 나와도 그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수 있다.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가 사는 집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그와 함께 사는 가족들도 연좌제에 엮여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신상공개가 몇 년으로 제한되더라도 한 번 공개된 정보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것이고 주홍글씨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나돌아 다니지도 못하고 직업도 가질 수 없고 친구를 만날 수도 없는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한다. 결국 재사회화되지 못한 채 또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가수 고모 씨가 1심에서 징역 5년과 전자발찌 부착 10년, 7년간의 신상 정보 공개를 선고받았다. 유명인에 대한 백화점식 처벌목록으로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벌과 낙인찍기가 성폭력범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어야 성범죄로 얻을 쾌락보다 5년 동안은 교도소에서, 10년간은 집안에서의 자유박탈을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정신과적 질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범 10명 중 9명은 성도착증 등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고 10명 중 3명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한다. 성도착증은 성적 행동에서의 변태적 이상 습성으로 만성적이고 장기간 지속되며, 사이코패스는 오직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엄벌, 전자 발찌 부착, 인터넷 사이트에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 화학적 거세 시행 등으로 잠재적 성범죄자들에게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형기를 마치고 전자발찌 부착기간이 지나도 정신과적 질환이 치료되지 않는다면 재범의 위험성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들을 처벌하는 것으로는 당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는 있어도 그들의 왜곡된 성의식이나 성행동은 잠재울 수 없다. 특히 아동성범죄자는 더욱 그러하다. 처벌과 격리에 그치지 말고 정신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강성화 형사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인간적이고 인문화된 교정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이 글은 2013년 5월 13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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