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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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인과 동업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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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상장 기업 씨앤케이(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아오던 임준호 변호사가 지난 달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씨앤케이 주가조작 사건이란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와 외교부 소속 인사들이 매장량 추정치를 부풀린 보도 자료를 배포해 회사의 주가를 급등시켰다는 의혹으로 비롯된 사건이다. 보도에 의하면 임 변호사의 유서에는 사건과 관련해 자신은 억울하다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평소 그를 아끼고 사랑하던 주위 사람들의 비통함이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거니와, 행여 그가 장차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무고함이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좌절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돌이켜 보면 1980년대 초임 판사 시절 판결문의 체계를 어찌 잡아야 할지 몰라 ‘고등법원 판결집’의 목차를 복사하여 사건별로 오려서 조문순으로 정리하여 두고 판결문 작성에 참조하던 때에, 해군법무관이던 임준호 중위는 퍼스널 컴퓨터와 데이타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인 디베이스Ⅲ(dBaseⅢ)를 이용하여 ‘고등법원 판결 색인집’을 발간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그는 1987년 법관으로 임관한 후에도 클리퍼(Clipper)라는 프로그램으로 대법원 판결과 고등법원 판결의 판시사항과 판결요지를 데이터 베이스화 하여 무상으로 배포하는 작업을 계속하였는데, 1988년 서소문 법원 청사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그의 정보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사명감에 감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 세대의 기린아였다.

    임 변호사가 씨앤케이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이번 비극을 겪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근래 우리 변호사들이 의뢰인과 동업을 하는 예가 드물지 않고 그 결과 항상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업가가 변호사의 명성과 합법성을 이용하고자 하였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변호사도 생활인인 이상, 경제활동의 자유가 있겠으나, 앨런 더쇼비츠 교수가 그의 저서 ‘최고의 변론’에서 지적하였듯이 “변호사가 회사의 이사회나 사업장에 가까워질수록 회사의 경영에 부정이 있거나 불법이 드러나는 경우 기소될 위험성도 커지는 법이다”. 결국 사업가를 변호하는 것과 그의 동료가 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고, 변호사는 그 둘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고 행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후배 변호사들에게 의뢰인과의 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면 그도 지하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하여 본다.

    “임 부장, 편히 쉬세요. 언젠가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만…”

     

    ◊ 이 글은 2013년 5월 6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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