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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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무죄와 전관예우만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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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안전행정부로부터 2013년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그동안 죄를 짓고도 돈이나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하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사회지도층 범죄에 대해서는 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모 일간지는 법관들의 막말, 전관예우, 돌출판결, 여론 눈치보기라는 언사들로 법원을 비판하면서, 지난 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는 법원의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43.5%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위와 같은 보도들을 접하고 보니 종래 우리 법조의 병폐로 지적되어 온 ‘유전무죄’, ‘전관예우’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형사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수년 전 법관으로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피고인들은 돈 주고 변호사를 사서 어떻게든 법원을 속여 보려고 한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수한 법관으로 평가받아온 사람까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것이 놀라왔다. 그런데 그 후 법관을 사직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그 후배로부터 들은 말이 더 걸작이다. “50:50이나 60:40인 것을 유죄로 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90:10인 것을 유죄로 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공소장이 처분문서인가 봐요.”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이 법원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런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형사 법원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재판하기 보다는 ‘국가 기관인 검찰이 피고인이 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니, 피고인이 무죄를 입증하지 않는 한 유죄’라는 시각을 견지한 바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다. 법원이 사심을 가지고 재판하지 않는 마당에 입증에 실패한 책임이야 모두 변호사들이 져야겠지만, 오늘날 사법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하여 가장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법원의 검찰 수사에 대한 과도한 신뢰’라고 보는 것이 재야 법조의 서글픈 인식이다.

    수년 째 논란의 대상이 되는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론도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의하여 피해를 본 사례들에 의하여 비롯된 것임이 분명한데, 법원이 항상 엄정한 판단으로 검찰을 견제하여 왔다면 검찰의 수사권 남용 논의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은 검찰 인지수사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데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자성해 보아야 한다.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던 사건에서 항소심의 무죄판결이 나왔다. 그 구체적 타당성을 떠나 우리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는 이유는 위 판결이 ‘법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무죄’라는 대원칙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13년 4월 11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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