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윤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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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의 진정한 존재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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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어느 기관에 귀속시킬 것인지는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의 결단에 달려 있는 문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헌법 재판제도는 역사적, 정치ㆍ사회적 상황을 반영해 나라마다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과 최고재판소가 위헌법률심사권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2차 대전 이후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은 대부분 헌법재판소를 사법부와 별도로 설치해 위헌심사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헌정사에 유독 굴절이 심했던 우리나라는 제3공화국 때처럼 대법원에 위헌법률심사권을 부여한 적도 있었다. 1987년 발효된 현행 헌법에서는 대법원과 별도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여 거기에 위헌심사권을 부여하지만 그 구성은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대법원장이 각기 3인씩 지명한 재판관으로 이루어지는 헌법재판제도를 마련했다.

    헌법재판소를 둔 나라들도 제도 내용과 운영 방식이 나라마다 상이한 것은 당연하다. 독일은 연방법원이 민형사, 재정, 노동 등 분야별로 각기 상고심 기능을 담당하지만 연방법원의 상위에 설치된 헌법재판소가 최고사법기관으로서 각급 법원의 법률해석을 통일시키는 사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가 법원에 대해 법률해석 지침을 내리는 것과 같은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도 허용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스트리아 헌법은 민형사 최고법원, 행정법원, 헌법재판소 등 각자 관장사항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자기 관할 범위 내에서 최고법원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수권 받지 않은 한정위헌과 같은 결정 형식은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 제101조 제1항과 제2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해석권은 사법권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그 최종 해석권이 우리나라 헌법상 대법원에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법률해석을 통해 문제가 된 법률조항에 대한 의미를 확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사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현행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제도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와는 제도가 상이한 독일 실무사례를 그대로 수용하여 헌법재판소법에 근거가 없는 한정위헌결정 형식을 빌려 대법원의 법률해석권을 제약하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이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선언하고 있는 현행 헌법체계하에서 법원과는 별개 지위에 있는 헌법재판소를 사실상 최고법원으로 하는 4심제를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KSS해운 법인세 부과사건에서 과세 관청은 조세감면규제법 부칙규정을 근거로 기업이 주식 상장을 조건으로 세금 감면을 받은 후에 그 상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면받은 세금을 다시 납부하도록 했다.

    그 주된 쟁점은 위 부칙규정이 조세감면규제법 개정 과정에서 과연 실효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조세법규와 같이 법 개정이 자주 발생하는 행정법 관계에서 관련 부칙규정의 효력 존속 여부는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자주 다투는 법률해석의 전형적 사례다. 이 문제를 확대해석해 마치 우리나라 사법제도와 헌법재판제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이 글은 2013년 4월 4일자 매일경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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