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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작도(虎鵲圖)와 범새끼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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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봄맞이 대청소를 한 후 아버님에게서 받은 호작(虎鵲:호랑이와 까치)도를 거실에 걸었다. 흔하디흔한 민화이고 아무리 뜯어보아도 잘 그린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인데도 볼 때마다 웃음 짓게 하는 미덕이 있다. 부모님께서 오래 소장하시며 좋아하신 그림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이지만 단군 신화에서 호돌이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동물인지라 호랑이 그림 한 점 갖고 있다는 만족감도 준다.

    우리 민담에서 호랑이는 산신(山神)의 심부름꾼이어서 산신각을 찾아가면 산신 옆에는 언제나 호랑이가 있다. 그리고 민담에서 호랑이는 몹시 어리숙하여 토끼에게 곧잘 속아 뜨거운 돌멩이를 먹기도 하고 꼬리로 낚시를 하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토끼와 호랑이가 함께 등장하는 민화도 적지 않다. 곰방대를 문 호랑이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우리 민담에서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옛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호작도의 연원과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 설이 있지만 현재 정설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청나라의 보희도(報喜圖)가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우리 정서에 맞게 변용되었다는 것이다. 정월을 의미하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기쁜 소식(喜)을 의미하는 까치, 알린다는 뜻의 보(報)와 중국 음이 같은 표범을 그려 새해에 복을 기원하는 그림이 보희도이다. 입춘을 맞아 보희도를 거는 것은 건양다경 입춘대길을 써서 붙이는 것과 같다.

    그럼 왜 우리나라에서 표범이 호랑이로 바뀌었을까? 그 이유를 추측케 하는 민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무늬 범인 호랑이와 점박이 범인 표범을 모두 범이라고 불렀다. 범 부부는 삼형제는 낳는데, 맏이는 덩치가 가장 큰 줄무늬 범 호랑이고 둘째는 덩치가 조금 작은 점박이 범 표범이며 막내는 범 비슷하게 생긴 개갈가지라는 것이다. 개갈가지는 삯가지 또는 스라소니의 강원도 사투리인데 덩치로 봐서 범 축에 끼지 못하지만 옅은 점무늬가 있기는 하니 그 개갈가지를 범새끼 중 개구쟁이 막내라고 하는 생각이 너무 재미있다. 사람도 삼형제를 두고 보면 제각각 다르지 않은가? 중국은 보희도에 표범을 그렸지만 우리는 범을 그린다면 범 형제 중 맏형이고 산중호걸인 호랑이를 그리는 것이 마땅할 법하다. 이름 없는 화공이 술 한 잔 마시고 객기를 부리면 호랑이를 그리다가 얼굴과 꼬리에는 표범 같은 점무늬를 그리기도 하고, 마음이 내켜서 정성들여 그릴 때면 부부 호랑이에 맏이인 새끼 호랑이와 둘째인 새끼 표범까지 함께 그리기도 하였다. 아직 그림을 본 연륜이 짧아선지 개갈가지를 그린 작품은 접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찾다보면 언젠가 개구쟁이 막내인 개갈가지를 그린 작품도 찾으리라 믿는다.

    거실에 걸린 호랑이도 몸통과 꼬리는 줄무늬인데 얼굴은 점박이니 술 취한 화공이 호기를 부리며 제멋대로 그렸을 듯하다. 입 큰 개구리를 연상케 하는 큰 입을 가진 호랑이를 보면서 그 그림을 그린 이름 없는 화공의 술 취한 붓놀림과 소나무 뒤에 숨어 있을 것 같은 개갈가지 한 마리를 상상해 보면 언제보아도 웃음 짓게 되니 못 그린 그림이라 구박할 이유가 없다.

     

    ◊ 이 글은 2013년 3월 25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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