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 변호사
  • 법무법인 태평양
연락처 : 02-3404-0000
이메일 : youngbo.noh@bkl.co.kr
홈페이지 : www.bkl.co.kr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47-15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어디로 가는가

    0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직된 ‘국민사법참여위원회’는 지난 6일 피고인이 원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이나 검사의 신청으로 참여재판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강제주의의 도입과 배심원 평결에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참여재판의 최종안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대법원은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의결 내용에 따라 법률개정작업에 들어 갈 것이라고 알려져, 이로써 우리의 사법제도는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그동안 국민사법참여에 대하여는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확대론이 대세여서 별다른 반론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반론과는 달리 구체적인 시행 상황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로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근래 범죄가 다양하여 지면서 증거기록만 수십 권에 이르는 사건이 적지 않은데, 배심원들은 그토록 복잡한 사건의 실체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하는 점이다. 배심원들이 수사기록을 직접 읽어볼리는 만무한데, 배심원이 참여하지 아니하는 재판에서는 법관이 수사기록 전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민의 참여’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증거조사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 국가사법제도 하에서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재판참여법 제46조 제3항에 의하면 배심원은 유무죄에 관하여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평결을 하기 전에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는데, 배심원의 평의는 변론이 종결된 날에 하여야 하므로, 위 규정에 따를 경우 법관은 공판 기일 전에 증거기록을 전부 검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되고, 이는 공소장일본주의나 증거법의 일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임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물론 이것이 담당 법관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어찌 그뿐이겠는가? 보도에 의하면 오전 10시에 개정하여 연속 25시간을 계속 심리한 국민참여재판 사건도 있다고 하는데, 행여 심리를 속행하지 않은 이유가 배심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국가예산절감을 이유로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실상 제한한 것이 아닐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종래 변호사들이 사법제도에 대하여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법관의 업무부담이 과중하여 모든 사건을 심도있게 심리해 줄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국민참여재판제도 하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의 제고라는 면에서 명분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이 실제로는 법관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는 항상 살펴보아야 한다. 실질보다 중요한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13년 3월 14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