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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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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왠지는 모르겠지만 /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 부모님은 옆집에 사셨지만 /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 매일 심부름을 하고 오목을 두었습니다. / 하지만 화장실 청소만은 싫어하였던 저에게 /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화장실에는 아주 아주 아름다운 여신이 살고 계신단다. / 그러니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면 / 여신처럼 아름다운 미인이 될 수 있단다. / 그 날부터 저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꼭 미인이 되고 싶어서 매일 청소하였습니다. / 시장에 가면 함께 메밀국수를 먹었습니다. / 코미디프로 녹화를 놓친 할머니께 울면서 화를 내기도 하였습니다.(후렴)

    조금 어른이 된 저는 할머니와 싸우곤 하였습니다. / 가족들과도 사이가 틀어져 있을 곳을 잃었습니다. / 휴일에도 집에 가지 않고 남자친구와 돌아다니곤 하였습니다. / 오목도 메밀국수도 둘 사이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 왜일까요. 사람은 다른 이에게 상처를 입히며 소중한 것을 잃어갑니다. / 언제나 제 편이 되어준 할머니를 남겨두고 혼자서 집을 나왔습니다.

    동경에 온 지 2년이 되었을 때 할머니께서 입원하셨습니다. / 마르고 허약해진 할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 할머니 저 왔어요. 일부러 전처럼 힘차게 말했지만 /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 이제 돌아가렴. 제 등을 미셨습니다. /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조용히 잠드셨습니다. / 마치 마치 제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후략)

     

    이 글은 일본 가수 우에무라 카나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여 만든 노래의 노랫말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통기타 가수인지라 데뷔한 지 5년 동안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내지 못해 소속사에서도 지원을 포기하려고 할 때 이 노래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방송국은 9분 30초에 이르는 노래를 방송해 주지 않았습니다. 4분 길이로 줄여주면 방송해 주겠다는 언질이 있었지만 가수는 조금도 줄일 수 없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냥 잊히는 노래가 될 무렵 어느 라디오 방송국이 아침 7시에 10분에 이르는 이 노래를 틀었습니다. 첫 방송에 대한 반응은 놀라왔습니다. 방송국 게시판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차를 세워놓고 울고 있습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노래는 쟁쟁한 걸그룹을 제치고 일본 음악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누구나 다른 이에게 상처를 입히고 소중한 것을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일을 후회하며 되돌리고 싶어 하지만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사이에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는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정 소중한 것은 언제나 우리 옆에 있지만, 우리는 지나가 버린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늘은 우에무라 카라의 노래를 들으며 잊고 있던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멀리 계신 부모님께 안부전화도 드리고요.

     

    ◊ 이 글은 2013년 2월 28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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