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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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의 퇴직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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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법관 정기 인사철이면 반복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올해도 많은 법관들이 법복을 벗었다. 이번에는 특히 법원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사직이 많아 충격을 준다. 보도에 의하면 법원 안팎에서는 고등부장의 경우 재판장까지 판결문을 써야 하는 등 업무부담이 과중한 반면, 재판연구원 등 대법원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한 원인이 됐으리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법원장 승진 적체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수임지 제한도 있고, 원장이 되면 다시 재판부로 돌아와야 하는 점도 부담이고, 원장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차라리 고등부장일 때 나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료법관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사법 제도상 선배법관의 사직은 후배들에 대한 승진인사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는 최근까지 훌륭한 자세로 재판을 담당하던 법관들의 사직을 보는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법관으로 재직하다가 변호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실감하는 바인데, 법관과 변호사는 전혀 다른 직업이다. 흔히 법조삼륜이라고 하여, 법원과 검찰 그리고 재야 법조가 크게 보아 하나의 직역인 것처럼 불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법조계 바깥의 시각이고, 분쟁에 대하여 결론을 내려야 하는 재판의 주체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재판부를 설득하여야 하는 직업이 유사한 것일 수가 없다.

    흔히들 법관직을 성직에 비유하는 것도 법관들이 사심 없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는 것일 게다. 그만큼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은 법관들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남아 직무수행의 우수성을 끝없이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니 이번 법관 이직 사태를 보면서 판사들 스스로가 법관직의 중요성을 너무나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관들이 경제적 사정으로 개업을 한다는 것은 법관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의 근거가 되겠지만, 그러한 사유가 사직의 이유가 된다는 것 자체가 법관들의 직업의식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법관의 변호사 개업은 법조직역 내부의 자리이동이 아니다. 차라리 신부나 스님의 환속에 비견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속세에서 더욱 성공적이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전직 종교인들도 많으니 그 자체가 인생 실패의 징표는 아니로되, 평생법관제 하에서 법관은 그러한 각오로 법대 위에 앉아야 한다.

    근래 지방 도시의 한 법원에서 있었던 보석 결정을 가지고 언론이 시끄럽다. 당초 담당 법관과 피고인의 관계를 도표로 그려 가며 비난하더니 이제는 향판 제도 폐지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재판의 권위가 상처받아서는 안된다.

     

    ◊ 이 글은 2013년 2월 18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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