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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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압수물품 폐기조치 취소 등)

1

1.) 헌법재판소는 2012. 12. 27. ‘2011헌마351 압수물품 폐기조치 취소 등’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10. 12. 20. 청구인으로부터 압수하여 보관하고 있던 플라스틱 생수병 1개, 과도 1개, 책가방 1개, 일회용라이터 1개를 폐기한 행위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라고 결정했다.(주문 제2항)

위 압수물품은 청구인이 강도예비 및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체포되면서 경찰관에게 임의 제출하여 압수처리된 것이다. 압수물에 대하여는 그 상실 또는 파손 등의 방지를 위하여 상당한 조치를 하여야 하지만(형사소송법 제131조), 압수물에 따라서는 수사절차나 소송절차가 종결되기 전이라도 일정한 경우 법정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폐기처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형사소송법 제130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그 압수물품을 폐기처분할 수 있는 법률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그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종결 전에 폐기처분했다. 이는 법의 해석 적용을 잘못한 나머지 위법한 처분을 한 것이다.

청구인은 위 압수물품이 위법하게 폐기처분됨으로써 자신이 주장하는 무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는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권리침해를 구제받기 위한 이 사건 청구에서 압수물품 폐기조치의 ‘취소청구’를 하였다.(그 후 청구인에 대한 강도예비 등 피고사건은 무죄로 확정)

헌재는 청구인에 대한 강도예비 등 피고사건이 무죄로 환정되었기 때문에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나 “이사건과 같은 압수물 폐기행위는 앞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있고 또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다”며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이를 인용하면서 압수물품을 폐기처분한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인데 취소한다고 하지 않고 “위헌임을 확인한다.”라고 했다. 이에는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이 있는데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이 아니고 “이 사건 압수물 폐기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 뿐만 아니라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권익보호이익도 없다 할 것이므로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라는 의견이다.

2.) 청구인은 사법경찰관이 이 사건 압수물을 폐기처분한 행위가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며 그 취소를 구하였다. 그러나 사법경찰관의 압수물 페기처분은 ‘공권력의 행사’이지만 ‘법률행위’가 아니고 ‘사실행위’인데 필자는 사실행위의 취소청구를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나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공권력의 행사인 처분행위 중 사실행위인 처분은 ‘재화의 파훼·소비 등과 같이 재산을 훼손·멸실시키거나 그 성질을 변하게 하는 사실적 처분행위라고 한다. 법률행위인 처분은 이를 취소하면 그 법률효과가 소멸되지만, 사실행위인 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해도 그 자체로서 사실행위로 생긴 결과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취소청구는 아무런 효과가 생길 수 없는 무의미한 일이다. 압수물품을 폐기하는 행위는 법률적 처분행위가 아니고 공권력의 행사이지만 사실적 처분행위이므로 취소해도 청구인의 침해된 기본권이 회복되는 것이 아닌데 왜 청구인은 취소청구를 한 것일까.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는 것이며, 헌법재판소법 제75조(인용결정)는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할 때 하는 결정은 다음 세 가지라고 했다. ①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는 이를 ‘취소’하고 ②공권력의 불행사가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된 때는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 하고 ③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위헌인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위헌임을 선고’한다는 것이다. 위 인용결정 ①인 경우 그 공권력의 행사인 처분행위를 취소하지는 않고 위헌임을 확인만 하는 인용결정을 하는 절차는 재판절차에 관한 법리에 맞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법상 그러한 규정도 없다. 즉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는 그 취소청구를 하는 것이고 단순히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구인은 이 사건 압수물품을 위법하게 폐기처분한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그 취소청구를 한 것이라고 본다.

3.) 헌법소원심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누구나 청구할 수 있지만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법 제68조 제1항 단서)라고 한 심판절차이므로 이는 최후의 그것도 기본권의 권리구제를 위한 재판제도이다. 그런데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인용되면 청구인의 침해받은 기본권인 권리가 구제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권리구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권리구제를 위한 것도 아니라면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한 청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가 위헌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기인한 때는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위헌임을 선고하는 것이지만, 이 사건에서 압수물품을 폐기처분한 행위는 압수물품 처리에 관한 관계법령을 잘못 해석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처분은 위헌 이전에 위법한 처분이다. 그뿐 아니라 그 처분은 법률행위가 아니고 사실행위이므로 청구인은 헌법소원 외의 다른 권리구제방법을 찾았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압수물 폐기행위가 위법하게 행하여진 경우 그 형사사건의 피고인 등은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 사건에서 폐기처분행위의 위법성여부가 판단될 것이다. 이러한 권리구제방법을 택하지 않고 사실행위인 폐기처분행위의 취소만을 구하는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적절한 권리구제수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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