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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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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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200년 이상 대통령의 지명과 상원의 인준을 거쳐 법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시행하였지만 인준절차를 둘러싼 정치적 역동성이 가장 심했던 시기는 닉슨 대통령 시절이었다. 닉슨 대통령 이전 워렌 대법원장이 이끈 미국 연방대법원은 강력한 자유주의 법원이었는데 닉슨이 대선전에서 법원을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선언한 때부터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다툼은 예정된 것이었다.

    대선전에서 닉슨이 대법원 개혁을 주창하면서 지지를 얻어가자 워렌 대법원장은 닉슨이 당선될 경우 자신의 후임을 보수주의자로 임명할 것을 염려하여 사임하고 존슨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인 자유주의자 포타스를 신임 대법원장에 지명하였다. 그러나 상원 인준절차에서 포타스가 대법관으로 있을 때 고액의 대학 강연료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원 인준이 어렵게 되자 워렌 대법원장은 사임을 1년 유예하였고 지명도 철회되었다.

    닉슨이 대통령에 선출되자 공약했던 대로 증거배제법칙에 관하여 보수주의적 견해를 갖고 있던 버거 대법원장을 신임 대법원장에 임명하였고 워렌 대법원장의 자유주의 판결에 반감을 갖고 있던 상원에서 무난히 인준절차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그 후 닉슨의 대법관 지명에 제동에 걸리기 시작하였다. 닉슨은 남부의 열렬한 지지에 답하기 위하여 남부 출신의 연방항소법원장이었던 헤인즈워드를 지명하였는데 상원인준절차에서 자신이 주식을 갖고 있던 회사와 간접적으로 관련된 재판에서 판결한 사실이 문제되면서 인준에 실패하였다. 노조와 민권운동단체의 심한 반대가 있기도 하였지만 상원이 이전에 포타스에 대하여 제기하였던 것과 유사한 윤리적 문제에 눈 감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인준 실패 후 남부 출신 연방항소법원 판사였던 카스웰을 지명하였지만 이번에도 인준은 쉽지 않았다. 20년 전의 인종차별발언이 밝혀져 논란이 일자 카스웰은 자신의 과거 발언을 철회하였다. 그러자 다음에는 법관으로서의 자질이 문제되었다. 그의 판결은 파기율이 높았고, 그의 판결에 대한 대법원장의 평점은 0점이었다. 예일대 법대학장은 “금세기에 통털어 대법관에 지명된 인물 중 자질이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라고 평했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인준절차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평범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평범한 사람, 변호사, 판사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약간의 대표를 가질 자격이 있지 않습니까?” 그의 애처로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인준안은 상원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상원에 불만을 토로한 후 남부 출신 인사를 지명하기로 한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북부 출신인 블랙먼 대법관을 지명하였다. 그는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상원의 인준절차를 통과하였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법관 중 한 명이 되었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미국의 과거사례를 돌이켜 보게 된다. 법관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이 무엇인지 더 진지한 토론과 반성이 있었으며, 의심이나 의혹이 아니라 증거에 의한 사실을 놓고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었으면, 그래서 우리의 사법제도와 의회제도가 한 층 발전하는 진통이 되었으면 싶다.

     

    ◊ 이 글은 2013년 1월 31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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