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 변호사
  • 법무법인 태평양
연락처 : 02-3404-0000
이메일 : youngbo.noh@bkl.co.kr
홈페이지 : www.bkl.co.kr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47-15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대검 중수부 폐지론 유감

    0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검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 기능을 없애고 서울고검에 수시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전국 규모 대형 사건을 수사하게 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장차 대검 중수부는 폐지되거나, 존속하더라도 수사 지휘만 하게 된다고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재야 법조의 입장에서 수사기관의 구조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겠지만, 과연 그와 같은 방안이 검찰 인지수사나 그에 대한 형사재판의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당초 정치권에서 대검중수부 폐지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는 권력의 입맛에 맞추어 야당 인사들만 수사하고 정권 실세들의 비리에는 눈을 감다가, 임기 말이 되어 정권의 힘이 빠지면 여론에 등을 떠밀려 과거의 실세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사 결과 엄연히 유죄 판결이 선고되는 이상 그러한 주장은 그야말로 정치적인 입장 표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일반인들까지 중수부 폐지 주장에 그토록 동조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검사 인지사건으로 기소된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검사가 작성한 각종 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목적에서 일방적으로 작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판과정에서 원진술자의 법정 진술과 동일한 선상에서 심지어는 그보다 더 우선하여 신빙성을 인정받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검사가 작성한 진술조서는 여러 번의 신문을 거쳐 그 중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문답을 선별하여 기재하고 거기에 진술자가 서명 날인하는 형식으로 작성되는 문서일 뿐, 법원이 작성하는 증인신문조서와 같이 사실상 녹취록의 형태로 작성되는 문서가 아니건만, 우리 형사소송법 상으로는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조서가 자신의 진술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 행하여졌음이 증명되면 그 증명력에 관한 한 공판정에서의 진술과 전혀 다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자신의 진술의 경위와 그 진의를 아무리 설명해도 그 신빙성이 조서의 진술기재에 비추어 배척되고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하자면 피고인들의 불만은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서 작성과 그에 대한 법원의 과도한 신뢰로 요약되는 셈이다.

    이러한 증거법은 그대로 둔 채 중수부 기능을 지검이나 고검으로 옮긴다고 하여 그간의 문제점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검사가 어떠한 내용의 조서를 작성하든 법정에서 진술이 뒤집히면 소용없는 증거법을 만들지 않는 한 무리한 기소와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바보야! 문제는 증거법이야.”

     

    ◊ 이 글은 2013년 1월 17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