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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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그룹경영자 등이 곤궁에 처한 특정 계열사의 지원을 위하여 모기업 또는 다른 계열사의 재산을 출연하여 위기를 해결하고 도와 궁극적으로 그룹의 도산이나 부도 위험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우 그 행위를 형식적으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처벌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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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배임죄에 관한 프랑스 법원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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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젠불름 판결을 중심으로- 

1. 글 머리에

근자에 정치권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추세와 맞물려 기업인의 기업 활동에 관하여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대상과 범위, 양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의 법제나 재판 실무에 대하여 알아보고, 과연 우리 법제에 있어 업무상 배임죄의 법리와 적용 범위, 특히 미국판례법상 전개되어 왔고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게도 채택되고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어느 요건과 범위에서 어느 정도 인정해 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검토의 일환으로 프랑스의 법제와 법원의 실무 태도, 특히 일부 학자들이 거론하고 로젠불름 판결을 중심으로 업무상 배임죄 내지 회사재산 남용죄의 의미와 그 적용 범위와 판결로 처벌되는 실태에 관한 소개를 함도 나름대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일부 학자가 소개를 하거나 언급한 적은 있으나 지나치게 단편적이거나 일부만 소개한 것이어서 정확한 이해를 하는데 부족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 학자들도 업무상 배임죄에 관한 형사처벌에 관한 국제적인 관점과 추세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적용될 보다 진전되고 합리적인 법리를 도출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이 많은 관련 학자나 실무가들이 그 같은 심도 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다시 가다듬고 부디 훌륭한 연구 결과를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2. 로젠불름 판결이 생성된 배경에 관하여

가. 회사관계법상 회사재산 남용죄의 신설 경위

(1) 프랑스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 규정

프랑스 형법 제314조의 1은 타인의 사무를 합법적으로 위임받은 자가 악의로(la mauvaise foi) 위임자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손해를 끼친 경우에 배임죄(L’abus de confiance)로 징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75,000 유로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임죄 또는 업무상 배임죄는 18세기부터 있었던 규정이고, 그 구성 요건은 신임관계의 존재, 타인 재산의 유용 등 신뢰 위반행위와 그로 인한 타인에 대한 손해의 발생, 대체로 위 두 요소로부터 유추되는 고의의 존재이다. 이는 우리의 형법 규정과 크게 차이가 없다.

(2) 회사재산 남용죄에 관한 규정

그와 달리 기업의 경영자나 임원 등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인적 목적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회사의 부동산, 채권, 동산 등은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이나 의결권 등을 포함한 회사재산을 회사를 해하는 것을 인식하고 남용한 경우에는 회사재산 남용죄(l’abus de biens sociaux)로 5년 이하의 징역과 37만 5천 유로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고, 일정기간 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처벌도 함께 부과하도록 규정되어 있다(프랑스 상법 제241-3조 제4항, 제242-6 조 제3항).

회사재산 남용죄(L’abus de biens sociaux)는 그 죄의 구성요건 성격상 본질적으로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가중처벌하려는 요건과 법정형을 달리 규정하게 된 연유는 1935년 8월 8일 스트라빈스키 사건(L’Affaire Stavisky)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에서 처음 생겨났고, 그 후 1966년 상법의 개정에 따라 제 241-3 조 이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3) 스트라빈스키 사건의 개요

스트라빈스키 사건은 “아름다운 사샤, le beau Sacha‘라고 불리는 베이욘 시 금융은행 창설자인 알렉산더 스트라빈스키의 의문의 사망에 따라 초래된 프랑스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말한다. 이 사건으로 Chautemps 정부는 부패 혐의로 인한 불안정한 위기를 겪다가, 마침내 1934년 2월 6일 트리거 반의회 폭동을 시발점으로 하여 몰락하였다. 이 사건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33년 12월 25일 구스타프 티시에(Gustave Tissier) 베이욘(Bayonne)시 금융은행 재정담당국장이 사기와 2천 5백만 프랑의 무기명 채권 위조 혐의로 체포되었고, 수사과정에서 그 은행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스트라빈스키가 베이욘 부시장과의 공모 아래 2억 프랑을 횡령하였고 체포된 구스타프 티시에는 범행의 단순 실행자임이 밝혀졌다. 그 후 파리검찰 금융조사부검사가 수사를 계속한 결과 시장, 부시장, 전직 법무부장관과 관료, 시의회 의장 등은 물론 언론계 주요인사 등 힘있는 지도자 다수가 깊이 연류되어 있음을 밝혀냈고, 알렉산더 스트라빈스키를 기소하였다. 그런데 여러 정치적 이유로 알렉산더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형사재판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그 와중에 경찰이 1934년 1월 8일 샤모니 별장에서 고뇌하고 있는 알렉산더 스트라빈스키를 찾아가 그에게 자살하거나 법정에 나가 처벌받을 것을 종용하였다. 그 후 알렉산더 스트라빈스키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경찰은 검시 결과 3m 거리에서 권총에 의한 자살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들러싸고 온갖 억측과 의문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혼자서 스스로 3m 거리를 두고 권총자살이 가능한지? 스트라빈스키가 그 정도의 긴 팔을 가지고 있는지? 등 당연히 의심되는 많은 의문을 남겼다.

 

(4) 회사재산 남용죄 신설 경위 요지

프랑스 의회가 위 사건을 계기로 1935년 8월 8일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외에 상법에 회사재산 남용죄 규정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이 규정은 단순히 사기업이나 공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자에게도 적용되게 하였다. 그 이후 이 조항을 근거로 시재정이 부당하게 해외 기업담당 위원회를 통하여 정당에게 은밀하게 쓰여진 경우에도 처벌된다는 여러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는바, 그 대표적인 판결이 카리그농 사건(l’affaire Carignon)에서 전 그로노블 시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것을 들 수 있다.

회사재산의 유용죄가 신설되기 전에는 그 같은 행위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다스려졌는데, 타인과의 위임계약에 관하여 경영자는 투자 참여자나 주주에 의하여 회사 재산의 성실한 관리를 일반적으로 위임받았다고 보아 회사재산의 유용은 당연히 업무상 배임죄가 된다는 논리로 처벌하여 왔다. 그러나 두 세계대전 사이에 새롭게 발생하는 정치 금융 스캔들의 등장으로 형법상 배임죄만으로는 정교하게 행하여지는 회사재산의 유용행위에 대한 처벌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고(비정상적인 비업무용 비용의 은익적 공제, 임원에 대한 비정상적인 과도한 보상, 대주주나 임원을 위한 이익의 간접 전송, 분식회계 방법에 의한 범법행위 등), 그 법정 형량이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가해지는 등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처벌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정 형량을 높인 회사재산 남용죄를 신설하게 된 것이다.

 

나. 회사재산 남용죄의 구성 요건 개요

회사재산의 남용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목적은 회사 주주의 보호, 회사재산의 보호, 회사와 관계를 맺은 제3자의 보호에 있다. 또한 회사 자산의 남용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회사의 주주간의 평등원칙을 보호하여 소수자의 이익 보호에 기여한다고 보았다(Cass. com. 1990년 6월 6일 SARL 후버 판결). 회사의 재산이나 신용의 남용 행위는 반드시 구체적 횡령행위가 필요하지 않고, 회사에 손실을 끼칠 우려가 있는 중대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침해행위로도 성립하고, 또한 회사의 부동산, 채권의 유용만이 아니라 실질적 대표자나 이사 등이 그 권한이 의결권을 남용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꾀하고 회사에게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경우로 충분하다고 한다. 개인적 이익에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이 아니라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 또는 후원하는 특정인의 당선을 위하여 회사 재산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등 상당히 넓게 인정되고 있다.

그밖에 회사 재산 남용행위의 구성요건으로 자신의 행위로 회사에게 손해를 친다는 인식 즉 악의가 존재하여야 한다. 회사의 이익이라는 관념은 원칙적으로 객관적, 경제적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악의는 자신의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그로 인하여 자기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익을 꾀한다는 주관적인 인식으로 다소 다른 개념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단순한 경영상 과오는 악의로 볼 수 없어 처벌이 안되는 등 거의 대부분 고의적인 범죄행위에 한정됨을 의미한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이 바로 개인적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 나아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이다. 회사재산 남용죄의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는 회사 재산의 단순히 부적절한 관리나 실수로 결과적으로 의도한 바와는 달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도모할 의도적인 목적으로 회사 재산을 비정상적으로 관리한 행위라야 한다. 즉 단순한 회사재산의 비정상적 관리행위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경영자 등 행위자 개인적 이득을 위해 직접 또는 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 이른바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이르러야 한다. 그 범죄행위는 적극적인 행위만이 아니라 소극적 형태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경영자가 회사의 재정 상태에 비교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임금 지급을 받는 행위,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분식이나 비밀리에 회사 비용으로 처리될 수 있음을 가장하여 임원 개인 용도를 위한 지출행위, 직업 활동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이를 가장한 개인 주택에 대한 지출행위, 회사 영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여행시 회사비용지출 행위, 임원 아내의 개인적 지출에 대하여 회사비용으로 처리하는 행위, 회사의 직원이 아닌 임원의 자녀를 위한 자동차구입행위 등에 회사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 등 적극적 행위는 물론, 회사자산이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다른 회사로 부당하게 저렴하게 양도, 과도한 채무 부담 등의 형태로 자산이나 부채가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등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였다고 평가되는 소극적 행위의 형태도 이에 포함된다.

통상 의도적인 은닉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진 행위는 남용행위라고 간주되나, 그 반대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하여 행하여진 행위라고 하여 당연히 회사재산의 남용행위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행위의 실질 내용을 따져서 남용행위인지 여부가 가려진다. 또한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단순히 회계적 수치 측면에서만 다루어져서는 안된다.

 

다. 회사재산 남용죄 신설 이후의 처벌 현실

회사재산 남용죄가 신설된 이후 회사의 재산이나 신용의 남용 행위는 회사자산이나 회사조직을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행하는 그릇되고 비정상적인 운영 행위는 마땅히 중하게 처벌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어 왔다. 그리하여 판결도 그 적용 범위에 관하여 상당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여하튼 198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회사 임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허위 장부나 송장의 조작, 회사 재산의 부당한 염가 매매나 임대, 검은 돈 이른바 비자금의 조성 등으로 부패와 이어지는 행위 등 불법 목적 사용이 뚜렷한 경우가 많아, 판례상 회사재산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있어 그 적용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으로 이루어져 왔어도 그리 큰 모순이 있다거나 가혹하다는 비판은 거의 없었다. 피해를 입는 회사에 대한 충분한 반대급부에 의한 보상이나 그 같은 손해를 부담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남용행위라는 윌로트 사건에 대한 판결(파리지방법원 1974. 3. 16. 판결)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어도 별다른 문제점이 대두되지 않았다.

 

라. 회사재산 남용죄의 처벌 실태에 대한 비판 대두

(1) 자유경제주의의 확산 등의 관점에서

그러나 그 후 자유경제주의의 확산, 기업의 자율성 확대, 그룹의 등장, 기업의 세계화 등 경제적 자유가 확대되는 등의 기업 환경의 획기적 변화로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는 개념에 관한 포괄적 확장해석이 형벌 법규의 엄격하고 정확한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과 함께 그 적용 범위의 제한되거나 적용이 면제되는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대두되었다.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는 개념에 관한 그 같은 제한적 적용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제기된 주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특히 그룹 또는 재벌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활동체의 등장과 경제의 세계화에 따른 외국 자본의 유입 더불어 국제적 투자 환경의 조성과 활성화라는 특수한 경제적 환경의 등장과 그에 대한 평가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2)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의 정의와 한계의 관점에서

회사재산의 남용행위에 있어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그 개념의 한계를 지우려는 연구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종전에는 민법 제1833조 제3항에 따른 ‘회사-계약(société-contrat)’이라는 이론의 틀에서 투자자, 주주와 경영자간의 계약관계 원리에 따라 투자자나 주주가 회사를 설립하였으므로 그들의 공통된 이익이 바로 회사 이익과 동일시된다는 견해가 별다른 의문없이 지배적 의견으로 자립잡고 있었으나, 1960년대에 들어와 ‘회사-제도(société -institution)‘라는 이론의 틀로 인식하여 회사 이익은 주주나 투자가의 공통된 이익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것으로 회사 그 자체의 이익을 말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파악되었다. ’회사-제도(société-institution)‘라는 이론의 틀이 상당기간 동안 지배적인 학설이었다가, 제3의 이론 즉 회사 이익은 매우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어 하나의 개념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학설이 비등하게 된다(M. Mestre 교수를 중심으로 이론이 전개됨).

회사 이익을 다양한 이익의 복합체로 보는 제3의 견해는 다양한 회사 활동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을 효율적,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다분히 실용적이라는 장점은 있으나, 명확한 정의가 되어 있지 않아, 안정적인 법적용을 할 수 없어 오히려 회사자산의 남용을 실제적으로 제대로 규율할 수 없다는 비판 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종래 회사 이익에 반하는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건으로 통용되어 온비정상적인 관리(l’acte anormal de gestion)라는 이론에 대하여도 정확한 개념 정의가 없을 뿐더러 그 같은 부정확성으로 인하여 특히 기업 경영자에게 심각한 법적 불안정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여졌다.

 

(3) 판결상의 모호성에 대한 비판의 관점에서

한편 회사 이익은 경우에 따라(au cas par cas) 주로 판결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어 온 도구 개념인데, 판사들도 실제 재판에서 종종 회사 이익(intérêt social)과 회사 목적(objet social)을 혼동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대체로 두 개념이 사실상 일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엄밀하게 말하면 회사의 목적은 정관이나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활동의 총체로 형식적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실제 내용에 의하여 판단되는 회사 이익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때로는 회사 목적에 부합하더라도 회사 이익에는 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다수결 원칙의 횡포나 계약 등에 의한 지배주주의 지나친 보호로 회사 이익이 침해될 수 있고, 회사의 존속과 영속성, 자본 충실 등에 필요한 행위에 반대하는 소수 주주의 지나친 권리 주장 등이 정관에 따른 것인 경우에도 회사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위 회사-계약’이론도 주주의 이익과 회사 이익을 혼동한 것으로 마찬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많은 판결을 통하여 보면, 판례는 회사재산 남용죄에 있어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함에 있어 회사 이익에 관한 이론적 정합성을 희생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재산 관리행위의 적용범위를 넓혀 오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파기원(Cour de Cassation)은 기업자산의 남용이라는 규정에 규정된 회사 이익에 반한다는 것은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없으나 사실 인정 문제에 관한 것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une question de faits relevant de l’appréciation souveraine des juges du fond)에 속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그러한 측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더 염두해 두고 재판을 하는 사실심 판단의 속성상 회사 이익에 관한 이론적 정합성은 다소 희생될 수 밖에 없다. 한편 회사의 재정적 면을 중시하는 판사의 견해와 형벌 법규를 중시하는 판사의 견해가 서로 다른 이중적 측면이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증가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3. 로젠불름 판결의 요지

가. 기업 그룹의 특성 등

1980년대 기업 그룹의 활발한 등장이 기업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종래 개인이나 가족이 수개의 기업을 소유한 경우와는 달리 수많은 투자자로 구성된 주주 형태의 회사가 서로 업무상, 재무상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공동 정책과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현대적 형태의 기업 그룹이 주도하는 역할이 상당히 거치고 중요하며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등 기업 환경이 변화된 것이다.

기업 그룹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한 마디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기업 그룹은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모기업과 자회사, 계열사 등으로 연계되어 있지만 각자 독립한 법인격을 가지는 개별기업의 집합으로 정의되고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 그룹 차원의 결정이 개별 기업의 결정보다 우선시되는 등 기업 그룹에 연관된 계열사인 개별 기업을 사실상 또는 법률상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그룹 내부의 계열 회사는 상호간의 이익 도모를 위해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는 측면이 많아 상호의존적 성격을 지닐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상호간 필요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다른 계열사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거나 떠안는 행위를 궁극적 손해라고 간주할 수만은 없어, 그룹 계열사간의 회사재산의 불균형적 이동이나 사용, 부채의 인수나 보증 등이 바로 회사재산의 남용행위로 처벌됨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그러나 기업그룹 계열사 내부간의 회사재산의 불균형적 이동이나 사용, 부채의 인수나 보증 등을 통한 음성적 회사재산의 남용행위가 비밀리에 행하여지는 경우가 많음도 무시할 수 없어, 그 처벌 범위의 한계를 설정할 기준을 마련하는데 매우 어려움이 있다. 여하튼 1985년에 선고된 로젠불름 판결(파기원 1985년 4월 2일. Rozenblum 판결)이 이러한 기업 상황을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기업그룹 계열사 내부간의 회사재산의 불균형적 이동이나 사용, 부채의 인수나 보증에 관한 처벌 면제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나. Rozenblum 판결의 요지

회사재산 남용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려면 다음과 같은 3가지에 해당하는 필요적 요건을 중첩적으로 충족시켜 야 한다고 판시하였다(3가지로 대별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 주요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자산의 남용행위인지 여부가 되는 행위에 관련된 두개 또는 수개의 회사는 같은 그룹에 속해 있어야 하고, 그 그룹은 단순히 관련된 회사를 구성 회사로 하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 기업그룹을 위한 공동 이익 추구의 실체, 공동 개발이나 공동 경영 정책의 수립과 집행 등 그룹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기업그룹의 실체는 경제적․구조적 관점에서 다소 영속적으로 갖추어져야 하고 단순히 인위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둘째 계열사간 자산의 불균형적 이동이나 채무의 부담 등은 기업 그룹 전체 차원에서 공통된 기본 정책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하고 부담을 안게 되는 회사도 스스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그같은 그룹 차원의 정책에 동의해야 한다. 셋째 다른 계열사의 채무의 부담 등을 부담하는 회사에게 그 부담에 따른 보상이 전혀 없어서는 안되고 수개의 관련 계열사 사이의 부담은 각 회사의 재정 형편 등을 고려하여 형평에 맞게 결정되어야 하고, 특히 특정 회사의 현실적인 부담 능력과 부담 가능성을 초과하는 등 현저히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위 판결은 기업 그룹에 있어 계열사인 개별 회사에게 일시적으로 손해를 가져오는 중대한 채무 부담 등의 경우에도 기업 그룹 이익 특히 그룹 전체 계열사의 재정 건전성을 통한 그룹의 신뢰도 상승과 위기 해소 등을 위한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조치로 장기적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손해를 떠안은 계열사에게도 그 부담에 대한 적절하고 형평이 이루어진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회사재산 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적용 배제의 요건에 관하여 비교적 명확하게 판시하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의 판결도 회사재산 남용죄의 책임면제요건에 대한 판단은 대체로 위 판결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자들은 한결 같이 위 판결에서 개별 계열사의 이익 즉 종전의 회사의 이익이라는 개념을 초과한 기업 그룹의 이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기업 그룹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회사재산 남용죄의 적용 배제를 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는 이론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제시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회사의 이익이라는 관념의 정확한 정의도 어려운데 이를 뛰어넘는 더 포괄적 의미의 그룹의 이익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일관하여 파악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회사 이익이라는 관념도 부정확하여 여전히 법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을 대체할 수 있는 명확한 다른 개념을 도출하기는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결국 회사의 이익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기업 경영자의 회사재산 남용행위를 규제함과 동시에 판사가 기업 활동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형사처벌을 무한정 확대할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개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룹의 이익이라는 개념에 대하여도 판례를 통하여 어느 정도 명확한 기준의 정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 Rozenblum 판결에 따른 회사재산 남용죄의 책임면제요건에 관한 간략한 검토

여하튼 위 3가지 요건 중 첫째와 둘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하여도 실제 사건에서 정확한 판단을 위하여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으나 셋째 요건에 관하여는 언뜻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거나 충족 여부 판단에 있어 모호하게 될 우려가 있어 간략하게 언급한다. 우선 위 부담과 보상의 존재와 형평성 등 요건은 단순히 대차대조표 상의 회계 수치적인 관점이나 단기적 관점에서 파악될 필요는 없고 장기적 관점에서 그 같은 요건이 충족되었는지가 실질적으로 평가될 수 있으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기업 그룹 내의 특정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채무를 떠안는 등 부담을 진 영업상 행위가 일시적으로는 손해로 평가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그룹 전체 계열사의 재정 건전성을 가져와 이익을 볼 여지가 많은 경우는 부담과 보상의 존재와 균형이 갖추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 차원에서 부담을 안게 된 계열사에게 장래 발전과 채무 상환에 대처할 지원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부담과 보상의 균형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보았다. 그러나 부담을 안게 되는 회사가 지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초과하는 부담을 지우는 경우는 부담과 보상의 존재와 균형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프랑스 판결 태도를 보아도 그룹이익의 개념 정의, 충족 요건의 명확화와 일률성 확보가 어렵고 구체적 케이스마다 다소 뉘앙스가 다른 결론을 내리는 등으로 Rozenblum 판결의 적용에 현실적 모호성이나 괴리가 있고, 입증책임도 책임 면제를 주장하는 피고인측에 있으며, 본질적으로 적용 한계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Rozenblum 판결이 제시한 원칙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고, 이를 구체화하고 입법화하고 나아가 기업인의 행위에 대한 원칙적인 탈형벌화를 꾀하는 등으로 기업의 창의와 자유를 바탕으로 경제 활성화를 기하려는 움직임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하여 프랑스 판례가 말하는 회사 이익이나, 그룹 이익의 개념, 현실적 적용 형태와 한계 등에 관하여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필자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보다 깊고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한편 그룹 이익 요건의 충족으로 회사 재산 남용죄의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인지에 대한 판단은 궁극적으로 사실심 전권사항이라 판사의 판단 재량과 역량이 최대한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4. 경제 세계화 등 기업 환경 변화에 따른 그룹의 이익과 개별 회사의 이익 구분의 중요성 등

가. 경제 주권 확보를 위한 대기업 본사의 자국 유치 등의 필요성

경제의 세계화 경향이 점증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프랑스도 경제주권의 확보를 촉진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의회 차원에서 2006년 특별 연구회를 조직하여 1년여 동안의 연구를 거쳐 2007년에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는 바, 그 보고서에서도 다음과 같은 점을 언급하고 있다.

2004년 말 기준으로 프랑스 회사의 해외 주재 자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외국인이 360만명 정도이고, 외국계 그룹 회사의 프랑스 내 자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프랑스인의 수가 200만명으로 전체 고용인구의 15%인데, 이는 유럽의 경우 평균인 10%, 미국의 평균인 5%보다 훠씬 더 많은 숫자일 정도로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되고 있다. 포브스 잡지에 따르면 2006년도 기준으로 전세계 2,000여개의 대기업 중 기업의 최종 경제적 의사를 결정하는 본사의 핵심부가 위치하고 있는 비율은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지역에 753개로 38%, 아시아에 559개(그 중 320개가 일본)로 28%, 유럽은 544개로 27%를 차지한다. 유럽만을 보면 영국이 125개로 1위, 프랑스가 67개로 2위, 독일이 58개로 3위로 분포되어 있다. 비유럽계 대기업 50개 중 영국이 27개, 프랑스가 6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되는 가운데서도 세계적 대기업 본사의 자국 내 유치와 그 경영지도자의 국적 여하가 자국의 경제 발전 역량 확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각국은 앞 다투어 이를 확보하려고 한다. 비록 외국계 기업이 자국 내에 회사 조직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결정의 주체가 외국에 있는 경우에는 자국의 구조적 경제 성장에 커다란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당연히 의사결정 주체가 위치하는 국가 내에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 확보책으로는 우선 방지책으로는 외국계기업의 국내기업 인수를 막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유인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자국기업이 자국 내에 본사 의사결정기구를 두게 하고 자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주어지는 경제적 이득을 주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전자의 방법 중 하나는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계 기업이나 기업인이 자국의 대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특별 위원회(CFIUS, la commission sur les investissements étrangers aux Etats-Unis)를 두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실제 2006년 3월 두바이계 기업의 미국내 6번째 대기업인수 요청을, 2007년 중국 석유회사의 미국내 7번째 석유회사인수를 국가의 안보를 이유로 반대하여 저지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상업상 적대적 인수를 금지하는 방법, 노동법상의 제약조건 등으로 여러 가지 저지책이 있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책은 유인책으로 기업에 최대한의 이익을 주는 전략이다. 사실 기업이 어느 국가 내에 의사결정기구를 두어 경영 활동을 하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는 자유롭고 독자적인 경영활동 보장, 최대한의 이익 확보 등이 충족되는 여건의 구비 등이다. 그 같은 여건으로는 기업의 본사나 연구소가 위치할 충분한 토지의 확보, 충분한 기업 인프라 여건의 구축은 물론, 중앙정부나 지역정부의 호의적인 역할, 근로자의 질과 임금, 국민의 기업을 보는 태도, 세제상의 혜택, 경제적 애국심에 의한 호소 등도 중요하다. 그밖에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법규의 완화와 규제 내용의 단순화를 통한 예측가능성 확보 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 위 보고서상 회사 재산 남용죄에 대한 언급 부분

위 보고서도 기업 그룹의 등장에 의한 경제적 활동은 일반화 내지 세계화되었는데 그 법적 인식은 부분적이고 미온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는 미흡함이 있다고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 그룹에 관련된 법률 규정으로 상법상 자회사의 개념(358조),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참여, 통제 방법(359조)등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으나, 경제상황에서 실제적으로 행사되는 부분 즉 계열기업사간, 그룹 본부와 계열사간의 전략적 관계, 무역, 재정, 회계 등을 통한 기업간의 다양한 재정 관계에 관한 규율 규정이 없다. 즉 그 부분에 관한 규제 내용을 투명화, 명확화하고 서로 연관을 가질 수 있는 항목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규제의 합리화․효율화를 꾀하는 동시에 기업 그룹에게 예측가능성을 확보하여 주어야 한다. 특히 세제상으로도 그룹의 경제적, 법적 존재를 인정하고 그룹 차원에서의 특별한 활동에 대한 공동 비용 지출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

국사원(Conseil d’État) 판결도 지금까지는 계열사간의 재정적 통합을 이끌어 주는 그룹의 이익이라는 존재를 정면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단지 그룹의 이익을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관계보다 더 유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파기원은 이와 달리 1985년 로젠불름 판결을 통하여 그룹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를 분명히 하였고, 그룹 내의 어느 계열사의 경영자가 다른 계열사에게 재정적 지원을 한 경우 그룹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정면으로 인정하였다. 아울러 독일 법도 계약에 의한 그룹과 지배적 지분 등 참여 등의 형태로 된 사실상의 그룹을 인정하고 지배회사와 피지배회사와의 관계에 관한 사항도 감사대상이 되게 하는 등으로 사실상의 그룹도 법적인 그룹으로 될 수 있는 형식을 두고 있다. 한편 법적인 그룹은 내부적 계약에 의하여 모회사의 자회사 통제, 계열사간의 채무 부담 등에 관하여 지켜야 할 채권자와 소수 주주의 보호 등에 관하여 규정할 수 있고, 그룹 이익과 계열사 상호간의 손실의 보상의 통한 재정적 통합의 가능성도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을 통하여 그룹 내의 어느 계열사의 경영자가 다른 계열사에게 재정적 지원을 한 경우 그룹의 신용도나 이미지 제고 등의 그룹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다만 그 경우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계열사 채권자와 소수 주주의 보호가 중요한데, 그 방법은 여러 가지로 고려될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채권자 보호는 그룹의 그 계열사에 대한 지배적 관계가 종료되는 경우에는 그 계열사가 그룹에 소속되기 전에 유지되었던 경제적 상태로 회복되어 경제적 균형을 이루는 방법으로 보장하여야 한다고 한다. 또한 자회사의 자본금의 10% 범위 내에서만 모회사를 지원할 수 있는 등 재정적 지원 상한 규모의 한계를 두기도 한다. 그밖에 자회사의 모회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동의하지 않는 소수 주주의 보호는 세 가지 방법, 즉 적정한 가격으로 주식 상환, 모기업이나 지배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 그 같은 지원 행위에 관련 없이 계상되는 이익에 관하여 우선적 이익 배당 부여 등이다(출처 : 현대화 기업 법률, 필립 Marini가 1996 년에 국무 총리에 보고한 것임).

결국 그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그룹에 속한 계열사를 통제하고 있는바, 이로 인하여 계열사에 위험을 끼칠 염려도 있다. 그 경우 계열사는 단지 계열사의 독자적인 이익만을 위하여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차원의 공통 전략에 영향을 받게 되는 새로운 관계에 따른 결정에 따르게 된다. 그러나 그룹 이익의 존재 인정이 바로 소속 계열사의 개별 이익의 해체를 의미하지는 않고, 다만 그룹 계열사간의 거래나 자산의 이동 등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여지를 허여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이 보고서는 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그룹의 존재를 계약에 의존하여서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법률로 그 요견 등을 정하여 명확화하고(독일의 “Organschaft” 참조),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가능한 통제의 내용, 계열사간의 채무나 책임의 이전에 관하여도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여 상법과 재정법(특히 그룹 계열사간의 재정적 통합 등의 문제)간의 완전한 일치를 가져오도록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른 한편 독일에는 또 다른 규정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바로 ‘경영 판단의 원칙’이다. 독일은 2005년 주식법을 개정하면서 제93조의 대표이사 등의 주의 의무 조문 뒤에 이 원칙을 신설했다. 회사 업무에 관한 이사의 결정이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임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정될 때는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불문법 국가인 미국에서도 경영 판단의 원칙은 1829년 루이지애나 대법원 판결 이후 판례를 통해 확립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경영상 판단으로 대표이사 등이 ① 이해관계 없이 독립적이며 ② 상당한 주의 의무를 가지고 구체적이고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③ 선의로 ④ 재량의 남용 없이 판단되었다고 볼 수 있으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많은 법률전문가도 “프랑스 국내에서도 목적 합리성을 추구하고 위험 감수를 원칙으로 하는 경영 판단과 가치 합리성, 위험 회피를 특성으로 하는 법적인 판단은 구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입법으로 양 판단 사이의 모순을 회피하고 합리적인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많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5. 기업그룹 계열사간의 회사재산의 남용에 관한 프랑스 학설과 판결의 태도 및 입법자의 태도 요약

가. 기본적으로 Rozenblum 판결의 기조에 따르고 있음

Rozenblum 판결 이후 프랑스 판결을 살펴보면 기업그룹 계열사간의 회사재산의 남용에 관한 프랑스 판결의 중요 쟁점에 관하여, 회사재산관계에 개입된 회사들이 공동 경영정책이나 공통된 그룹 이미지, 재무 내지 회계상 연관관계가 있는 동일한 그룹의 실질적으로 계열사가 맞는지(특히 단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회사가 형식상 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외관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상은 지배 회사 대주주나 임원, 경영주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회사가 아닌지 등), 그룹의 이익이 무엇인지, 관련 계열사간의 부담의 형평성과 적정성, 과도한 부담의 금지 요건, 부담을 지우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 관련계열사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절차상의 계획적이고 신중한 판단 원칙을 따랐는지 등이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그룹 계열사간의 재산이나 부채의 이동, 부담, 보증, 임대차, 거래 관계 등 재정적 제반 처분행위는 회사재산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Rozenblum 판결 원칙을 따르고 있다.

최근의 프랑스 판결을 보면, 지금도 회사재산 남용죄에 관한 형사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은 처벌 면제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검찰측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이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로젠블룸 판결의 취지에 따르고 있다고 보인다(파기원 2010. 2. 10. 베르사이유 항소법원이 2009. 4. 3. 특정 계열사 재산 남용행위가 그룹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고 변소함에 대하여 그 행위에 관여된 모회사나 계열사간의 재정지원에 관한 사전 합의도 없었고, 손해를 입은 계열사에 대한 반대급부의 제공이나 계열사간의 부담의 형평, 부담 수용 능력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피고인의 변소를 기각한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고,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2010. 4. 26.자 legalnews 참조).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이 법전에 들어온 것은 위 1935. 8. 8. 회사재산의 남용을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된 때부터인데 그룹 이익이라는 용어는 법전에는 전혀 없고 판례가 만들어낸 말이다. 여하튼 여러 계열사의 집합체인 그룹에 있어 그룹의 이익이라는 개념과 개별 회사의 고유한 이익이라는 개념은 대체적으로 동일한 방향일 수는 있으나 경우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다.

로젠불름 판결에서 정의한 그룹의 이익은 그룹 전체를 위하여 수립된 계획 아래 행하여진 관련된 그룹 계열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재정적 이익을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그룹의 이익은 개벌 기업의 다양한 이익 즉 그 개별기업의 주주, 투자자, 채권자, 물품공급자, 직원 등 피고용자 등의 이익의 차원을 넘어 계열사간의 공통의 이익 즉 그 개별기업의 성장이나 영속성 내지 계속성을 보장하고 안정화하기 위한 계열사간의 공통적인 일반적 이익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성장과 영속성의 추구는 기업 경영자의 주요한 목적인바, 개별 기업의 이익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경영으로 인한 이득의 상당 부분을 장래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유보하는 것도 일시적으로 주주나 투자가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는 하나 장기적 관점에서 개별 기업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하고 있다.

 

나. Rozenblum 판결의 의의와 적용 한계

Rozenblum 판결 이래 기업 그룹의 등장과 함께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개별기업의 이익을 넘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된 그룹의 이익이 종국적으로는 관련 개별 기업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어 그 주주의 이익도 해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전제 아래, 그룹의 이익을 제한적 관점에서나마 인정하는 것이 그룹경영자에게 적극적이고 선의에 따른 경영 판단과 실행을 할 수 있는 등 오늘날의 경제 현실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가치면에서도 합리적이며 정당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나 판결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회사재산 남용죄에 대한 적용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우선 1935년에 신설된 회사재산 남용죄는 당연히 기업 활동의 도덕화를 표방하여야 한다는 입법자 공통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결과였고, 다만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다분히 회사 경영자나 임원에 의한 회사재산 관리에 있어 광범위한 처벌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견해를 가지고, 그 범위를 넘어선 그야말로 모호한 그룹의 이익이라는 개념을 도출하여 다른 차원에서 책임면제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는 없다고 하는 학자도 있다.

또한 최고 경영자가 그룹의 이익, 개별 기업의 이익이라는 관념을 무기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철저히 배격하여야 하는바, 실제로 많은 경우 최고 경영자가 지극힌 은닉적인 방법으로 그같이 외부적․형식적으로 허울만 갖추어 그와 같은 범법행위를 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편 기업그룹에 대하여 그룹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원칙적이 아니라 예외적인 것이고, 그같은 특별한 해결책은 기업그룹의 보호를 위한 법원의 단순한 호의이고 일반적 적용 원칙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되며, 그룹 이익과 관련된 사건에 있어 법원의 판결 태도를 분석해보면 불확실하고 일률적이 아니라 서로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는 등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는 없고, 특히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도 기업 경영자의 개인적 이익이 관여될 때는 그룹 이익임을 무기로 형벌의 피난처로 제공될 여지가 극히 적다고 한다.

 

다. Rozenblum 판결의 입법화 시도

한편 회사재산 남용죄 규정에 관한 해석에 의한 모순적 결과 발생을 회피하고 처벌 과다의 부작용을 회피하는 방법 외에 합리적인 결과가 선험적으로도 도출될 수 있는 방법으로 입법적 개정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몇 년 전에도 전 법무부장관, Rachida Dati는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험을 줄이고 현실적인 기업 경제활동을 적합한 규제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위원회를 신설하고 연구를 맡긴 바도 있다. 그런데 그같은 입법적 개정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하였지만(Rapport de la Commission Coulon, Documentation Française, 2008년), 여전히 현재에도 기업 경영자에 대하여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범죄행위에 대하여 강력하게 처벌하되, 일반적인 기업 경영 활동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광범위한 형사처벌의 탈피라는 탈형사처벌의 세계적 경향을 따라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룹기업 경영자에게 그룹이익을 충족하여 수행된 경우에 일반적 책임면제를 보장하는 것과 병렬하여 소수주주의 보호를 위한 대비책도 함께 두고자 시도하고 있다.

 

6. 결론

업무상 배임죄 내지 회사재산 남용죄의 의미와 그 적용 범위에 관한 프랑스의 법제와 법원의 실무 태도를 살펴보았다. 특히 로젠불름 판결을 중심으로 그 판결에서 밝힌 회사재산 남용죄 적용 배제의 법리와 요건을 실제적 사례나 경우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다만 필자가 능력과 시간의 제약상 보다 깊은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시간을 내어 인터넷 등을 통하여 확보한 최근까지의 수 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연구자료, 보고서. 수십 개의 관련된 판결, 특히 로젠블룸 판결 후 25여년간 선고된 회사재산 남용죄와 관련된 판결을 분석한 책자, 면책요건으로서의 기업 그룹 이익에 관련된 연구 책자 등을 구입한 다음 이를 중심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더하여 더 충실한 논문을 쓸 기회를 가질 것이라는 다짐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미숙한 연구 결과에 대한 변명과 함께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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