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원
  • 변호사
  • 법무법인 지평
연락처 : 02-6200-1750
이메일 : wjeong@jipyong.com
홈페이지 : http://www.jipyong.com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60 KT&G 서대문타워 10층
소개 : 법무법인 지평에서 소송파트 및 건설·부동산팀 소속으로서 건설·부동산에 관한 분쟁 및 자문업무를 전문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알박기를 용인하는 주택법제의 문제

    0

    부동산개발사업 진행에서 큰 장애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알박기’입니다. 알박기는 개발예정지의 땅을 미리 사둔 후 사업시행자에게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팔아 수익을 챙기는 행위입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당한 부동산투자에 속하는 행위도 있을 수 있지만 악성의 알박기는 근절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알박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형사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시행자가 많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법원은 알박기가 부당이득죄(형법 제349조)에 해당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이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취하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 등과 같이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778 판결 등).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려면 알박기를 시도한 자가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도적인 해결 중에서는 매도청구권 행사가 실효적입니다. 주택법은 사업부지 100분의 80 이상을 확보한 경우 매도청구의 행사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때는 지구단위계획결정고시일 10년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해서는 행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00분의 95 이상 취득한 경우 모든 소유자를 대상으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제도적으로 알박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도청구소송은 확정되어야 사업시행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토지소유자가 항소와 상고를 계속함으로써 판결 확정을 막는다면 1~2년의 세월은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은 얻을 수 있지만 분양을 하려면 사업부지 소유권을 100%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도리 없이 터무니 없는 고가에 땅을 매수하게 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08년 12월 31일「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매도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도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분양승인을 얻는 것까지는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착공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업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매도청구소송이 확정되지 않는 한 착공을 할 수 없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법제처 역시 매도청구소송이 확정되지 않는 한 당해 부지는 착공이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법제처 12-0003, 2012. 2. 3.).

    결국 알박기를 시도하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매도청구소송이 진행되는 수 년 동안은 합법적으로 사업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급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업부지 중 극히 일부에 관해 매도청구소송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착공을 할 수 없는 사안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매도청구 상대방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대한 담보를 법원에 공탁하고 착공을 할 수 있는 등의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매도청구소송에서 승소할 것을 요구하고(확정은 필요 없음), 법원이 정한 담보를 공탁하도록 한다면 사업부지 소유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소지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처럼 특정 제도가 입법자의 의사대로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총론적인 제도 설계 뿐 아니라 디테일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