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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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여검사 판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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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관계를 맺고 있던 변호사로부터 벤츠승용차를 선물받은 전직 여검사에게 부산고등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 물론 인터넷을 도배한 댓글들은 “법조무죄, 무전유죄”, “벤츠는 차가 아닙니다. 사랑입니다”라는 비아냥뿐이다. 어떤 경제지는 사설에서 고등법원 판결은 국민의 법감정과 헛도는 판결이라고 지적하면서 상고심인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사법불신의 또 다른 계기가 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법 해석을 내놓기 바란다고 썼다. 이쯤 되면 명백한 재판에 대한 간섭인데, 보도에 의하면 모 국회의원은 재판장이 지역법관인 점을 지적하면서 “판사와 검사가 서로 간에 아는 사이라서 좀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촌평하였다고 한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은 상태에서 사건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는 부적절하겠지만, 판결의 당부를 떠나 변호사의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무언가를 건드리는 바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해당 재판부가 무죄판결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이 있을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을 리 없다. 무난한 재판을 하자면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낫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이번 무죄 판결을 접한 변호사들의 소감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을 잘 듣고 그 당부에 대하여 판단하여 주었구나”라는 것이었다. 피고인이 혹시 억울하게 처벌받은 바는 없는지 살펴보고 그를 바로 잡는 것은 형사항소심의 기본적인 임무련마는 그러한 당연한 결과에 감동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요즈음 여론으로부터 독립된 재판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일수록 먼저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그에 터잡은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니, 막상 재판을 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심적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임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형사 피고인들은 재판부가 자신의 설명은 제대로 듣지 않은 채 검찰의 수사가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시각으로 사건을 보는 데 놀라움을 표시한다. 형사재판을 처음 받아 보는 피고인들은 법관이 중립적인 시각에서 재판을 진행하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가 큰 좌절을 맛보는 것이다. 선배 변호사들 중에는 법정에서 검찰과 마주 대하고 싸우는 것보다 피고인을 바라보는 싸늘한 젊은 법관의 시선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분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경력법관제가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검찰 수사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세상 물정 모르는 재판”이라는 비판이었다고 하여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10년 후면 완전한 ‘법조일원화’가 이루어진다. 길지 않은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법원이 분발하여 국민으로부터 “경력법관제를 그토록 쉽게 던져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는 말을 들었으면 싶다.

     

    ◊ 이 글은 2012년 12월 20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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