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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 공감 그리고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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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철학의 키워드는 관계(relation), 공감(empathy), 배려(care)이다. 이 세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언급되는 빈도가 점차 많아지다가 이제는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개인주의적 사상이 지배적인 때에는 한 조직의 역량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의 총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수한 구성원을 선발하고 그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조직이 발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한 조직의 역량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그 개개인 사이의 관계에 의하여서도 정해진다고 한다. 신뢰와 협력의 관계가 형성되면 개개인 역량의 총합를 넘는 역량을 발휘하고, 그렇지 못하면 개개인 역량의 총합에 턱 없이 미달하는 역량만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 교육철학에서 교육의 목적이 개인의 자아실현과 개인의 능력 개발이었다면, 관계를 중시하는 공동체주의 교육철학에서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쁨,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는 공감(empathy)의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 능력이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재 교육 목표의 하나가 되었고, 아이큐보다 이큐가 성공하는 사람의 비결이 되었다.

    자유주의 경제철학은 개인이 다른 사람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공익이 이루어진다고 보았지만 현재의 경제철학에서 이 생각은 수정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선택을 하는데 이 호혜적인 선택을 통하여 공익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 국가의 발전은 그 구성원 사이의 신뢰의 정도에 의하여 정해진다고 하는 사회적 신뢰이론이 나왔다.

    최근 자주 인용되는 아프리카 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함께 가려면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야 하고 가장 느린 사람의 짐을 함께 들어 주어야 한다. 빨리 갈 수 있는 사람이 양보하는 것 같지만 멀리가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속도를 늦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배려(care)라고 한다. 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빨리 갈 수 있는 사람의 발목을 잡지 말고 마음껏 빨리 갈 수 있도록 한 다음 세금으로 부를 재분배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재분배 제도의 비효율성이 드러나면서 고용증대를 통한 1차적 분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최근 골목 상권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도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하고 함께 가려면 배려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주요 후보가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는데 이도 현대철학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 이 글은 2012년 12월 6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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