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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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개혁은 검찰만 개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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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검찰 개혁은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주요 대권후보들이 모두 중수부 폐지를 비롯한 강력한 개혁안을 공약하고 있어 누가 집권하더라도 개혁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본인도 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가끔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논의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하여간 이러한 점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미 다양한 논의를 하고 계시므로 본인이 여기에 하나 더 의견을 내놓은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나, 그래도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개혁방안에서 항상 제일 먼저 나오는 중수부 폐지만 보더라도, 중수부를 폐지하고 일선 검찰청에 그 권한을 나눈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수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검찰 내부의 지적은 이젠 거대한 여론의 흐름에 묻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이 논점에부터 본인의 생각을 풀어가 본다면, 본인은 사실 중수부 존재 자체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으나, 중수부가 담당하는 기능은 다른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기능을 일선 검찰청의 특수부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제도나 역사의 면에서 가장 참고가 되는 것은 역시 일본의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 동경지검 특수부가 우리나라의 중수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경지검 특수부는 우리로 말하면 중앙지검의 특수부 1개 부가 아니라, 제3차장검사 산하 특수부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며, 특수부장은 우리나라의 제3차장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여간, 일본의 경우 중수부라는 별도의 기관을 두지 않고, 동경지검 특수부에서 중요 수사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점에 관해, 본인의 생각은 ‘가능하다’라는 것인데, 단, 이러한 결론에는 또 다른 전제가 있다.

    동경지검 특수부는 오래 전부터 비교적 그 수사능력과 권위를 인정받아 왔는데, 본인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것은 검사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외에도 사회의 성원과 정치권의 드러나지 않는 자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이 성원과 자제는 실은 별개의 것은 아니다. 사회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은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정치권의 자제가 결과적으로 사회의 성원이 가능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가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다는 말을 하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들의 선택에 의하여 주어진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그러한 선택과정을 거치지 아니하므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집권한 세력의 지배하에 놓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업무의 특수성상 일반 행정기관에 비해서는 권력의 개입에는 많은 법적 제약이 따르기는 하지만, 권력의 행사가 정당하기만 하다면 구조적으로 검찰이 권력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경지검 특수부가 오늘날의 위치를 차지한 데에는 그들의 뛰어난 능력과 성실함 외에도 실제로는 정치권의 암묵적인 자제가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 드러나는 바를 보면, 검찰과 정치권은 상당한 갈등을 겪어왔고 어떤 사건에서는 검찰권이 정권을 붕괴지경까지 몰아놓은 경우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만 당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검찰에 의해 정치권이 호되게 당한 뒤에는 검찰이 알게 모르게 정치권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당했다는 흔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특별검사에 관한 논의도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동경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하여 결과를 내놓으면 이를 트집잡는 경우도 별로 발견하기 어렵다. 이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권이 특수부가 내놓은 결과에 항상 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러한 결과를 받아들임으로써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결론을 내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고, 사회도 그 점을 수긍하고 있다는 의미로 연결된다고 보는 것이 본인의 견해이다. 다시 말해서 정치권도 특수부의 기능을 재판전 단계에서는 갈등을 처리하는 최종적인 수단으로 이해하고 그 권위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무언의 시스템이 처음부터 잘 기능하였을 리는 없고, 여러 갈등과정을 거친 끝에 국민들에게까지 신뢰를 획득하였고, 정치권에서도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의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단으로 여기게 되어 그렇게 되었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돌이켜 우리의 경우를 보자. 정치권에서 사법절차에 맡기기에 부적당한 많은 사건들에 관하여 형사고소를 하고, 검찰이 어쩔 수 없이 기소하고 나면 대타협이니 뭐니 해서 나중에는 흐지부지하고 만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동일한 사람이나 기관의 결정에 대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면 찬사를 아끼지 않다가, 다른 사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마치 악의 상징인 것처럼 비난을 퍼부은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환경에서는 법률가들이 제 아무리 성실하고 공정하게 판단을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문제의 원인은 사실 제도에서보다는 그 제도의 운영과 그에 대한 감시, 수용의 면에 있는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본인이 운영만 잘 하면 되는 것이므로 검찰의 개혁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눈에 보이는 제도의 개혁만을 생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전제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 면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나, 그 개혁과 함께 국민과 여러 당사자들의 성원과 자제가 없다면 개혁은 결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무리 검찰이 밉다 하더라도 검찰은 중요한 우리의 제도로 아끼고 성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검찰이 받고 있는 준엄한 비판 역시 그러한 아끼는 마음의 다른 면이라 믿는다. 부디 제도개혁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여타 이해당사자들의 성원과 자제를 통한 최선의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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