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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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특임검사 그리고 횡성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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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도 하도 자주 겪다 보면 만성이 되는가보다. 이제 우리 국민은 어지간한 일에 대하여는 별로 충격을 받지도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내곡동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특검은 전직 청와대 경호처장 등 3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기소하였는데,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는 특검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하여 “내곡동 땅 매입대금으로 6억 원을 큰아버지에게서 빌렸으며, 큰 가방을 직접 들고 가서 큰아버지에게서 현금 6억 원을 받아 주거지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몇 백만 원만 되어도 수표나 계좌이체 등을 이용할 뿐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현찰을 수억 원이나 가지고 있는 것은 세금을 포탈하거나 뇌물을 주고 받는 등 범죄행위를 은닉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원수의 형님과 아드님께서는 무슨 떳떳치 못한 일이 있길래 그많은 돈을 현찰로 주고받았을까? 하지만 여론은 특검의 수사 결과만 주목할 뿐 이 점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으니 그 무신경이 놀랍기만 하다.

    어찌 그뿐이랴. 현직 검사가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는 앞으로 특임검사의 수사와 재판에 의하여 밝혀질 것이니 섣불리 논할 것이 아니로되, 엄연히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검사의 비리를 검찰 내부에서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을 내세워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무시하는 것 역시 충격적인 일이다. 근래 수십년간 경찰의 행태를 보더라도 수사기관이 공소유지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겠다고 이토록 집요하게 시도해온 예가 지구상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답답하다.

    법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자신이 선고한 ‘횡성한우’ 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교조주의” 운운하며 비난하였다고 한다. 법관이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은 국내외에 공통된다. 하물며 자기가 처리한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비난하였다는 데야 벌린 입을 못 다물게 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화려한 법관 경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대법관으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재야법조의 일반적 시각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검찰 출신은 대법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참으로 편협한 것이다. 대법원이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용광로가 되려면 오히려 검찰 출신 대법관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는 아량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속상할 때에는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이번에는 가지고 있는 판을 또 다시 주문하는 일이 없도록 정말 조심하여야겠다.

     

    ◊ 이 글은 2012년 11월 22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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