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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에 대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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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교수의 최근 저서에서 설악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실패 이유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개발에 제약이 많아 재산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강원도 의회가 등재 반대를 결의하고 주민들이 동조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를 계기로 세계자연유산제도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철학의 변화에 관하여 찾아보고 생각해 보았다.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추구하였던 자유는 현재의 자연철학과는 다른 맥락에 있었다. 환경이 파괴되면 사람도 살 수 없다거나 자연에 투자하면 자연은 더 많은 것을 되돌려준다거나 자연의 치유 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인간을 중심으로 한 공리주의의 또 다른 면일 뿐 현재의 자연철학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한다.

    현대의 자연철학은 인간이 뛰어난 능력으로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너무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많은 종의 동식물이 함께 사는 곳인데 인간이 너무 많은 자원을 차지하여 다른 많은 종의 동식물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지구는 특이한 지질학적 현상을 갖고 있어서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었는데 인간에 의하여 그 지질학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까지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간의 더 좋은 삶을 위하여서가 아니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종의 동식물들이 살아갈 공간을 더 이상 빼앗지 않아야 한다는 새로운 윤리와 지구 그 자체에 대해서도 존경과 경외감을 갖도록 요구한다.

    갈라파고스 제도 © UNESCO

    예컨대 갈라파고스제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보호하는 이유는 언젠가 그 곳에서 새로운 의약품의 원료를 구할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 아니고 더 많은 관광수익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며 가급적 인간의 간섭 없이 오래 이어온 진화과정이 자연 그대로 계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갈라파고스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찾아가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매년 우주탐사를 위하여 천문학적 돈을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이 돈으로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어린이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언젠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어 인간이 공룡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할 것이라거나 우주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우주탐사에 대한 솔직한 답변이 아니다. 설사 우리에게 아무런 경제적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수 만년 전부터 가져왔던 의문, 즉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호기심에 답하고자 하는 노력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것이 솔직하고도 정당한 질문일 것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더 많은 관광수입을 얻게 할 것이라는 말은 정직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갖고 안락함과 경제적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 솔직하고도 정당한 질문일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 이 글은 2012년 11월 8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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