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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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지원인제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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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재임시절, 필자에게 가장 뜻깊었던 일은 단연 준법지원인제 도입에 일조한 것이다. 무던히도 많은 논쟁과 검증과정을 거쳐 지난 해 4월 준법지원인제도가 국회를 통과하던 날, 필자는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준법지원인제도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고, 마이크로소프트, GE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필수적인 제도로 정착되어 있다. 미국의 상장회사들은 기업공시 자료에 준법지원인(compliance officer)의 서명이 없으면 공시 자체가 어렵다. 또한 법위반 행위로 벌금형을 부과받을 때도 효과적인 준법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회사는 법정형의 60%까지 감경받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윤리를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덕분에 기업들은 앞다투어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여 기업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금융권 이외 기업이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한 경우는 2010년 전 계열사에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삼성그룹이 유일하다. 입법화 과정에서는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해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불필요한 규제다,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다’ 등 근거없는 오해와 편견도 많았다. 이러한 비판과 선입견에 맞서 필자를 비롯한 서울지방변호사회 90대 집행부는 전경련,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와 경제개혁연대, 한국투명성기구 등 시민단체를 찾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과 설득을 이어갔다. 또한 법무부, 국회 소관 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한국상사법학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보를 나누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준법지원인제도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공청회와 토론회가 수차례 열렸고, 각계의 활발한 의견이 수렴되었다.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한 논의가 거듭될수록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 기업의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이 커져갔고,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2011년 개정 상법에 이 제도가 반영된 것이다.

준법지원인제도 입법화의 가장 큰 의미는 기업의 법률분쟁은 사후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코오롱과 듀퐁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수십 건의 특허분쟁은 법률전쟁으로까지 비화된 해외기업의 법률공세 속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또한 지난 6월 21일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1년 6월까지 16년 6개월 동안 우리나라가 반덤핑으로 제소된 건수는 연평균 284건으로 중국(853건)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이처럼 기업의 사활이 걸린 상시적 법률위험에 노출된 우리 기업들이 전문적인 시스템을 통해 법률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가 바로 준법지원인제도다. 준법지원인은 감사나 사외이사와 달리 상근직어서 회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 자격이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로 제한되어 있어서 회사 운영상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국내외 제반 법규를 파악하는 데 충분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준법지원인이 중심이 되어 회사가 처할 수 있는 법률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법사항을 철저히 교육시키며,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위법행위 발견 시 신속하게 대처한다면 법률분쟁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준법지원인제도는 준법지원인의 독립성을 특히 강조한다. 기존의 감사나 사외이사 제도는 특수관계인이나 낙하산 인사를 통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준법지원인의 자격을 제한하고, 신분보장제도를 마련하였다. 즉, 경영진을 보좌하되 경영진 또는 이사회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소신껏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임기 3년을 보장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임기 중 해임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부당한 인사상 불이익도 줄 수 없다. 대신 준법지원인은 법률전문가로서 변호사법 등에 따른 높은 윤리의무의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준법지원인제도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은 남는다. 준법지원인제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제도가 아직 미흡한 점이다. 기업이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조항이 없기 때문에 자발적인 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제도 정착의 핵심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법무부가 준법지원인 도입 기업에 대한 세제 해택, 형사처벌 감면, 과징금 감면 등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준법지원인제도 도입 기준이 상법 시행령 단계에서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로 제한된 것도 유감이다.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 내 준법통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자산규모 5,000억원 이하의 기업이다. 이들 중소기업들이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에 연루되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투자자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인 상장회사는 자산 규모를 떠나 준법지원인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다.

상장회사와 더불어 공공성이 큰 공기업도 준법지원인제 도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과 함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공기업에도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지는 못했으나, 이는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의 과제다.

 

◊ 이 글은 2012년 11월 5일자 법률신문 12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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