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강해룡
  • 변호사
  • 법률신문 편집인
연락처 : 02-3472-0604
이메일 : kang752@chol.com
홈페이지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21-1번지 강남빌딩 14층
소개 : 변호사이자 사진작가입니다. 1960년대 부터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자문위원입니다.

이 포스트는 1명이 in+했습니다.

한글과 한자(漢字)

1

1.) 1948. 10. 09.에 법률 제6호로 제정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의 전문(全文, 前文이 아님) 은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인데 이 법률은 2005. 01. 27. 국어기본법(법률 제7368호)의 제정으로 폐지되었다. 국어기본법 제14조(공문서의 작성) 제1항은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이고, 시행령 제11조에서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문자를 쓸 수 있는 경우는 ‘1.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新造語)를 사용하는 경우’라고 했다.

 2.) 필자는 최근 어떤 계약서의 문안(文案)에 관한 감수(監修)를 의뢰 받은 일이 있다. 그 계약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한다는 것인데 이에 관한 문안(文案)은 “이(2)년으로 한다.”였다. 이는 ‘뜻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아라비아 수자(數字)인 2를 쓰면서 한글이 아니므로 괄호 안에 쓴 것이다. 한글 전용이면 ‘계약기간은 이년으로 한다’이고, 필요한 때는 한자를 병용(倂用)할 수 있게 하면 ‘계약기간은 二年으로 한다’ 또는 ‘2년으로 한다’일 것이고,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이년(2年)으로 한다’라고 써야 할 것이다.

3.) 접수처(接受處)는 ‘받아들이는 곳’이다. 그런데 소장(訴狀) 또는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고서 흔히 ‘접수하고 왔다’라고 말한다. 물론 제출했다는 말이고 또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그러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종합병원에서는 “00은 간호사실에 접수하시오”라는 안내표시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또한 간호사실에 제출하라는 의미이다. 왜 이렇게 제출한다는 말을 접수한다고 말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즉 문서 또는 신청서를 제출하는 곳의 안내표시가 한글로 “접수처”라고 되어 있는데 한자(漢字)를 배우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접수’가 ‘接受’라는 한자어(漢字語)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고, ‘受’는 ‘받는다는 의미’인 표의문자(表意文字)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표의문자(表意文字)로 된 언어를 표음문자(表音文字)로만 표시했기 때문에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이다.

4.) 최근에 우리나라 언어의 대부분이 한자어(漢字語)인데 그 한자(漢字)를 외국의 문자로만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에서 그에 관한 관계법조문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의당 한글전용이 마땅하지만 그기에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 때로는 한자(漢字)를 병용(倂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라고 이해된다. 이에 관해서는 물론 찬반양론(贊反兩論)이 있을 것이지만 소장(訴狀)의 청구원인을 보고나서 이에 반론(反論)하듯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그 이유가 무엇인가는 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방대(尨大)해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그 중 일부분을 아래에서 보기로 한다.

5.) 헌법소원 청구이유 “Ⅲ. 우리말 국어에 있어서 한자의 의미와 기능”의 “4. 한자를 떠난 한자어는 언어(言語)가 아니다”중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4. 한자를 떠난 한자어는 언어(言語)가 아니다

우리말 국어의 어휘 중 약 70%가 한자어(漢字語)이며, 전문용어나 추상적인 개념어(槪念語)는 95% 이상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글주의자들은 애초에 이들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꿔놓으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한자어를 그 발음만을 한글로 옮겨 적는 것으로 그 주장을 변경하였습니다. 그 명분은 ‘한자어는 이미 우리말이 되어 있으니 그 음(音)만을 한글로 적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이 1948년에 제정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에서 원칙론으로 반영되었고, 1970년 이후 초‧중등학교의 교육에서 전면적으로 관철되었으며, 급기야 2005년의 「국어기본법」에서 법률적 구속력까지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자어는 한자(漢字)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언어(言語)라는 사실입니다.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그 음(音)만을 표기하면 그것은 언어가 아닌 ‘비언어(非言語)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한자어를 음기(音記)하면 왜 비언어로 변하는지 그 까닭을 밝히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류가 발명한 모든 문자는 상형(象形)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상형문자(象形文字)는 가시적(可視的) 사물을 사생(寫生)한 하나의 도형(圖形)입니다. 그 때문에 그 도형은 도형 자체가 사물(事物)의 의미(意味)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리하여 도형과 도형이 갖는 사물의 의미는 불가분의 표리(表裏)의 관계에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도형 자체가 곧 의미인 것입니다. 때문에 상형문자는 실제의 사물을 보는 것처럼, 사고(思考)의 과정을 밟지 않고, 즉 청각(聽覺)을 통하지 않고, 그 도형을 봄과 동시에 그 의미를 직각(直覺)합니다. 이처럼 상형문자는 그 의미의 직접성(直接性)에서 오는 표의(表意)의 정확성과 그 의미 인식의 시간적 신속성(迅速性)에 있어 문자(文字)로서 인류가 바랄 수 있는 최고 이상(理想)을 구현한 문자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상형문자의 치명적 결함은 그 표현대상이 가시적(可視的) 사물에 한정되고 비가시적(非可視的) 사물을 표현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 결함 때문에, 한자(漢字)를 제외하고, 인류 역사상 발명되었던 상형문자(象形文字)들은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였는데, 상형문자를 발명한 종족들은 결국 그것을 버리고 자신들의 언어(言語)를 기호화한 표음문자(表音文字)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상형문자 본래의 성격, 즉 표의성(表意性)을 그대로 계승‧발전시킨 문자가 바로 ‘한자(漢字)’입니다. 그 형태에 있어 상형문자를 구상적(具象的) 표의문자라고 한다면, 한자는 추상적(抽象的) 표의문자라 할 것입니다. 한자는 언어를 통하지 않고 문자 자체로써 비가시적(非可視的) 사물을 완전히 표현할 수 있는, 인류의 예지(叡智)가 최상으로 발현된 고도의 문명문자(文明文字)입니다. 

 

6.) 한글은 표음문자(表音文字)로서는 과학적이고 철학적이고 그 어느 모로 보나 세계최고의 문자임은 자타(自他)가 인정하는 우리의 자랑이지만 표의문자(表意文字) 는 아니다. 헌법소원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언어가 표의문자(表意文字)로 된 한자어(漢字語)이므로 한자(漢字)도 우리의 문자(文字)로 된 것(國字)인데 그 필요성으로 볼 때 이를 외국의 문자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1. 2. 3 .4. 아라비아 수자(數字)를 우리가 창안(創案)한 우리의 문자가 아니므로 한글과 병용(倂用)할 수 없고, 일,이. 삼. 사. 로 써야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와 같은 것 같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