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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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재미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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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서초포럼의 집필의뢰를 받을 때 들은 요구사항은 ‘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동안은 그때그때 세간의 화제가 된 일들과 관련하여 사법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름대로 정리하여왔다.

    하지만 법조에 관한 사회적 이슈가 때맞춰 생기는 것도 아닌데다가 워낙 식견이 부족하여 사법제도에 관한 글을 계속 써댈 능력이 없다보니,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법률신문의 양해 아래 법조와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사에 관한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우리 세대는 전자산업의 발전으로 인하여 참으로 많은 혜택을 누려 왔는데,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감상’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젊었을 때는 음악 감상 수단이 레코드 판뿐이었고, 한 번 출반되었다가 다 팔리면 폐반되기 마련이어서 음반 수집가들 중에서는 고생 끝에 ‘명반’을 구하여 애지중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콤팩트 디스크(CD)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설에나 존재하던 거의 모든 ‘역사적 명반’들이 CD로 복각되어 재발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거래의 발달로 구매하기도 쉬워졌다. 클래식 음악뿐이 아니다. 6,70년대에 유행하던 팝송이나 경음악을 CD로 사서 다시 듣는 즐거움은 각별한 것이다.

    8,90년대에는 주로 펭귄 가이드북을 참고해서 음반을 사다가, 수년 전부터는 노먼 레브레히트의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오디오 잡지 Stereophile의 ‘Records to die for’ 등이 추천하는 CD들을 사모았고, 최근에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이라는 책에 나오는 음반을 구입하여 듣고 있다. 근래 클래식 음반산업의 불황으로 지난 세대 명연주자들의 연주를 묶어 박스 셋트로 파는 것이 많은데 그 중 대부분은 이미 가지고 있는 판들이건만 한 장이라도 추가된 것이 있으면 또 사게 된다.

    30년 가까이 음반을 모으다 보니 어느덧 서재의 벽면을 뺑둘러 채우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것을 멈출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귀가 얇고 경박한 성격이라 남들이 ‘명반’이라고 하면 아무리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가 많아도 일단 사서 들어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당초 CD를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집으로 배달시켰었는데 “판 좀 그만 사라”는 마누라 잔소리 듣기 싫어 사무실로 배달시켜 집으로 몰래 들고 들어간 지도 오래 되었다.

    실제로 음반을 사서 자세히 들어보지 못하고 서가에 꽂아두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새로 출시된 박스 셋트를 살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지름신을 못이기고 주문 단추를 누르면 삑 소리가 나면서 메시지가 뜬다. “주문하신 상품은 이미 구입하신 제품입니다. 그래도 주문하시겠습니까?”…

    어떤 재판장이 법정에서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된다고 해서 문제가 되었다던데 내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 이 글은 2012년 10월 29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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