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 변호사
  • 법무법인 바른
연락처 : 02-3476-5599
이메일 : cheoll.park@barunlaw.com
홈페이지 : www.barunlaw.com
주소 :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5-27 바른빌딩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태산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다

    0

    얼마 전 일에 지쳐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을 때 선배 변호사의 소개로 어느 신문사가 주관하는 공자맹자유적답사여행에 참가하였다. 2년 전 마지막 연성공의 손녀딸을 만나 ‘공자가(孔子家) 이야기’라는 책을 선물 받아 읽어본 뒤 공자의 자취가 남아있는 곡부를 보고 싶었던 터라 계획하였던 일을 모두 취소하고 출발 직전 답사여행팀에 참여하였다. ‘경연, 왕의 공부’의 저자 김태완 박사가 동행하며 공자와 맹자의 사상에 관하여 특강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었다.

    공자의 부모가 니구산(尼丘山)에서 기도한 후 공자를 얻었다고 하여 이름을 구(丘)라 하였고, 성현의 이름 부르기를 피하기 위하여 니구산은 니산(尼山)이 되었다. 공자의 자는 중니(仲尼)인데, 둘째 아들이라 중(仲)을 붙였고, 이름이 니구산의 구를 딴 것이라 니구산의 다른 자인 니(尼)를 합쳐 중니(仲尼)라 하였다. 그 니산에 올라 니산서원과 공자가 태어나신 곳으로 알려진 부자동(夫子洞)을 돌아보고, 건륭제의 글씨로 육대함이(六代含飴)라는 현판이 있는 공부도 보았다.

    공자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3년간 시묘하였는데 제자 중 자공은 다른 제자들이 떠난 후 3년간 더 공자의 묘를 지켰는데 공묘 옆에는 자공이 6년간 시묘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답사 여행이 끝날 무렵 김태완 박사에게 어떤 곳이 가장 감명 깊었는지 물어보았다. 첫째 성현이 태어나신 니산의 부자동에서 성현의 자취를 느껴본 것이고, 둘째 공묘에서 6년 시묘한 자공의 지극한 정성을 돌아본 것이며, 셋째 태산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며 성현의 호연지기를 따라해 본 것이라고 하였다.

    맹자가 말씀하시길, 공자가 동산(東山, 니산)에 올라보니 노나라가 작아보였고,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아보였다고 하였다. 우리 답사팀 일행은 성현의 흔적을 찾아 태산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우리나라가 있을 터였다. 세월은 흘렀지만 공자와 같은 경치를 바라보는 감회에 젖어보았다.

    일행 중 태반은 교수님이어서 매일 저녁 맥주를 마시며 역사와 한학과 한시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지식의 향연(심포지엄)을 가졌는데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제남 표돌천에서 송대의 여류시인 이청조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여행의 마지막 보너스였다. 김태완 박사로부터 배운 이청조의 시에는 기개가 살아있었다.

    살아서는 마땅히 인걸(人傑)이 되어야 하고 / 죽어서도 역시 귀웅(鬼雄)이 되어야 하거늘 / 지금 항우를 생각한다면 / 어찌 강동으로 도망갈 수 있을까?

    짧은 여행이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고 빈 가슴을 새로운 지식과 열정으로 가득 채운 여행이었으며, 열정을 갖고 진지하게 공부한 김태완 박사와 함께 하여 더욱 좋았다. 명문대 졸업장이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라 공부에 대한 열정과 성과가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언젠가 이런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이 글은 2012년 10월 15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