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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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행정권 효과적으로 분산… 사법행정, 일선 법원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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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주년 맞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사법행정에 효율성만 강조하면 오히려 조직이 기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일선 법원과 함께 토론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고,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을 견인하는 역할이 아니라 지원하고 후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촬영 : 홍세미 기자)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차한성(58·사법연수원 7기·사진)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을 하다 사법행정을 하니 양궁선수를 하다가 야구선수가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양궁은 혼자 정신집중하면서 과녁을 보고 결론내면 되는데 야구는 타자든 투수든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게 많습니다. 행정은 야구처럼 팀웍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팀웍을 강조한 차 처장은 법원과 국민과의 소통 못지 않게 법원 내부의 의사소통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법관 평정과 연임 제도를 개선한 경험을 법원의 큰 자산으로 꼽았다. 연임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하달하는 방식이 아닌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상향식으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차 처장은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1989년 인사관리 심의관을 시작으로 기획조정심의관, 건설국장, 사법정책연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런 그가 대법관이 되고난 뒤 잡은 법원행정처의 방향은 사법부의 중심을 법원행정처에서 일선 법원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전국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파산법관 포럼 등 주요 행사들을 각급 법원에서 직접 기획해 개최하도록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성과가 좋았습니다. 조만간 전국 법원 체육대회도 대전법원 주관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취임하시자마자 인사권을 고등법원에 분산한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앞으로도 법원행정권을 효과적으로 분산해 일선 법원 중심의 사법행정 기조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사법행정에 누구보다 정통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였지만 처장 취임 이후 법원행정처 운영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양 대법원장 취임 이후 국민과의 소통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로 법원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영화 등으로 법원이 시끄러웠던 것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국민이 앞서가는 시대의 흐름을 법원이 뒤따라가면서 힘든 시기를 거쳤습니다. 하지만 더 발전하기 위한 진통이었고, SNS 사용 지침 등을 판사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등 보람있는 성과도 있었어요.”

    그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일선 판사들의 의식 변화를 당부했다. “국민과의 소통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각국의 사법부가 애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사법부 구성원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공적 업무로 간주해야 한다’는 법원 규칙도 있어요.”

    그는 필요한 소통을 세가지로 꼽았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법원에 대한 추상적 이해를 돕고, 법관의 올바른 재판진행으로 ‘법정에서의 소통’을 통해 재판에 대한 승복을 이끌어 내며 ‘법원가족 상호간의 소통’으로 법원을 근무하고 싶은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빈번한 법원의 각종 행사뿐만 아니라 소송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소송 확대와 재판의 변론 과정을 녹음해 조서를 대체하는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정책도 소통의 일환이라고 했다.

    국민소통 못지 않게 법원내부의 의사소통 또한 중요
    대법관 구성 출신지 등 표면적 다양성 치중은 경계
    상고심 실질화 노력… 상고허가제 등 여러 방안 검토

    지난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사법사상 처음으로 대법관 후보직에서 낙마하자 법원행정처가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질책과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는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말과 함께 “그 뒤로 천거기간을 늘이고 검증을 강화하는 등 현행 제도 내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후보자 검증을 진행했지만, 대법관 공백사태가 빚어져 일정이 촉박했던 게 사실이었다”며 “앞으로 입법이 필요한 사항들을 포함해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후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분명한 어조로 답했다. “다양성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각자의 가치관이나 철학의 다양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임명되신 분들도 한정된 후보군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임명된 것입니다.”

    그는 오히려 출신지역이나 직업 같은 표면적 다양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을 경계했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신뢰 추락의 원인을 대법관들의 지나친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결론 도출에 있다고 지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주요 사건에서 대법관들의 성향분석으로 결과를 추론할 수 있는 대법원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요.”

    정책적으로는 상고심 실질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의돼왔던 각종제도들, 예를 들면 상고허가제나 상고심사제, 상고법원제 등과 함께 새로운 방안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해 대법원에서 처리되는 사건 수가 4만7000 여건에 달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상고심이 실질화되기는 어렵습니다. 상소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하급심 재판이 충실하게 이뤄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요.”

    법원이 심리불속행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대신 당사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고기각 사건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대해서도 “그런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재야법조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전원합의체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했다. “법원이 법률해석을 통일하고 또 정책법원으로서 기능을 하려면 한 부에서 여러 대법관들이 통일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대법관 수가 너무 많아지면 이런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럽 인권재판소도 원벤치(한개의 전원합의체) 운영이 가능한 최대 인원을 15명으로 보고 법관 충원 대신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리 사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터뷰 내내 국민의 신뢰를 강조한 그는 “국민들로부터 완벽하게 신뢰받는 법원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원하는 기준이 항상 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글=좌영길 기자·사진=홍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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