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신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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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의 생명과 사람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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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배아-태아-사람

    난자가 정자와 결합해 수정란 또는 초기배아(pro-embryo)가 되고, 그 초기배아는 통상 수정 후 14일 경 자궁에 착상한다. 초기배아가 자궁에 착상된 후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나타나 개체를 감지할 수 있고, 수정 후 8주 정도까지 모든 장기들이 형성되는데, 이때까지의 생명체를 배아(embryo)라고 부르며, 그 이후 출산 시까지 태아(fetus)라고 부른다. 임신 24주 이후에는 자궁배출 이후 호흡을 해 독자적 생존능력(viability)을 가지고, 이후 출산되어 사람이 된다. 낙태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로부터 있을 수 있다(이상 2005헌마346, 2010헌마402 등).

    2.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태아의 생명권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데(민법 제3조), 태아는 ‘생존한 사람’이 아니라는 데 유력한 이견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수정이 된 배아(로서) 아직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배아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렵고”(2005헌마346)라는 한편,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2004헌바81)라고 말했고, 지난 8월 23일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 출산하기 이전까지의 태아를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하여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2010헌바402)고 말했다.

    3. 미국 헌법의 적법절차

    미국 수정헌법 제5조는 누구든지 적법절차 없이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빼앗기지 않는다(No person shall … be deprived of life, liberty, or prope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고, 제14조는 주는 적법절차 없이 누구로부터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No state shall deprive any person of life, liberty, or prope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고 규정되어 있다. 위 제5조는 적법절차를 연방에게 말하는 것이고, 위 제14조는 이를 주(State)에게도 적용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적법절차 없이 사람으로부터 자유를 박탈할 수 없다는 조항의 문언에 절차(process)만 기재되어 있지만 미국 대법원은 19세기 말경부터 실체(substance)의 적정성(due)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적법절차 조항은 미국 헌법에 명기된 언론 및 종교의 자유(수정 제1조), 비합리적 수색으로부터 안전할 권리(수정 제4조) 등 이외의 자유 특히 프라이버시를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달리 말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법률의 위헌을 선언하는, 근거가 되어 왔다.
    미국 대법원은, 다른 권리들이 있기 위한 절대적 전제이기에 근본적(fundamental)이라고 평가한 권리들을 프라이버시 보장 안에 편입해서, 형벌로서 강제 단종 법률의 위헌(1942년 Skinner v. Oklahoma), 다른 인종 사이의 결혼 금지 법률의 위헌(1967년 Loving v. Virginia), 부부간 피임도구 사용금지 법률의 위헌(1965년 Griswold v. Connecticut),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피임도구 사용금지 법률의 위헌(1972년 Eisenstadt v. Baird)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그 확장은 결국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낙태를 처벌하는 법률이 사람의 자유(프라이버시)의 이름 앞에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심리하도록 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4. Roe v. Wade

    미국 대법원은 1973년 1월 22일 7대2로 여성의 낙태를 돕는 행위를 범죄로 만든 텍사스 법률이 헌법의 적법절차 조항을 위반했다고 선언했다. 블랙먼 대법관이 법정의견을 썼다.
    그는 수정헌법 제5조와 제14조에 기재된 적법절차 없이 자유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사람(person)에 태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보통법(common law)을 그대로 따르고, “주는 인간 생명의 잠재력(the potentiality of human life)을 보호할 중요하고 합법적인 이익(interest)이 있다. 이 이익은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 정도(compelling)여야 한다.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점(compelling point)은 외부 도움 없는 생존력(viability)에 있다. 이는 태아가 모친 자궁 밖에서 의미 있는 삶 능력을 아마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적 생존능력 이후 정부의 규제는 논리적 생물학적 정당성을 가지므로, 주는, 모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때가 아닌 한, 독자적 생존능력 이후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생명이 얼마나 그리고 왜 신성한지에 관한 특정 견해를 국가가 시민들에게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드워킨은 말했다.

    5. Planned parenthood v. Casey

    위 결정은 “법관이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곳에서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1954년 Brown v. Board of Education 결정 이후 알렉산더 빅클이 본격적으로 제기한 사법권의 한계에 관한 이론이, 헌법해석은 헌법 제정자 및 개정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라는 로버트 보크 등이 주도한 오리지날리즘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들은 특히 적법절차 조항을 실체적으로 해석하는 것의 폐기 또는 대폭 축소를 주장했다. 1981년 대통령이 된 공화당원 레이건은 Roe 결정 다수에 가담한 스튜어트 후임에 오코너(1981년), 대법원장이 된 렌퀴스트(당시 반대의견) 후임에 스칼리아(1986년), 파웰 후임에 케네디(1988년)를, 1989년 대통령이 된 공화당원 부시는 브렌넌 후임에 수터(1990년), 마샬 후임에 토마스(1991년)를 임명했다.
    보수 대통령이 임명해 보수 대법관이 다수가 됐다고 보이는 미국 대법원이 1992년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다시 심리하게 되었다(Planned parenthood v. Casey). Roe 결정에서 다수입장에 선 7인 중 5인이 교체되어 많은 사람들 눈에 리버럴 대법관이라곤 블랙먼과 스티븐스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Roe 결정이 뒤집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대법원은 1992년 6월 22일, 독자적 생존능력을 기준으로 여성의 낙태의 자유 범위를 정한 Roe 결정을 본질적으로 그대로 유지했다(5대4). Roe 결정에서 반대의견을 냈던 렌퀴스트, 화이트 외에 스칼리아와 토마스가 반대의견이었다.
    오코너, 케네디, 수터 대법관이 다수공동의견(plurality joint opinion)을 냈다. 3인의 대법관들은 실체적 적법절차가 대법원이 100년 이상 유지해온 것임을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인정했다. 그들은 특히 1961년 Poe v. Ullman 결정에서 할란 대법관이 낸 반대의견 즉 “적법절차가 보장하는 자유의 전 범위는 헌법 안에 특정 조항 언어에 의해 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이 자유는, 넓게 말해, 모든 실체적 자의적 강제들과 비이성적이어서 나쁜 목적을 가진 규제들(all substantial arbitrary impositions and purposeless restraints)로부터의 자유를 포함하는 이성적 연속체(rational continuum)다”를 인용했다. 그들은 또 “법의 지배는 선례를 존중해 시간을 두고 계속성을 유지하는 게 필요적이라면서, 1973년과 비교해 Roe 결정을 유지하라는 압력처럼, 뒤집으라는 압력 역시 더 증가했을 뿐인 현 상황 하에서, Roe 결정 요지를 뒤집는 것은, 법원의 정당성(legitimacy)에 심대하고 불필요한 피해를 끼치는 잘못이므로, 그 결정 요지를 고수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적법절차의 실체적 해석을 폐기하자는 오리지날리즘이 모멘텀을 잃은 날이었다.

    6. 헌법재판소 의견과 미국 대법원 의견의 차이

    여성의 자유와 태아의 생명 사이의 긴장관계에 관하여, 미국 대법원은, 임신을 끝낼 여성의 자유는 근본적 권리(fundamental right)이고, 인간 생명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는 태아의 생명은 주가 보호할 중요하고 합법적인 이익이라고 본 다음, 근본적 권리를 제한할 규제는 오직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확신을 들 정도의 정부의 이익에 의해서만 정당화 될 수 있고,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정부의 이익 발생 시점을 독자적 생존능력이 생기는 때라고 보았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과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인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 출산하기 이전까지의 태아를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하여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임부의 자기결정권 제한의 정도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의견들 사이의 차이는, 태아를 생명에 대한 권리의 주체로 보는지 여부에 주로 있고, 이 차이에서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보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생명권을 태아가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여성의 자기결정권 위에 두었고, 미국 대법원은 수정란의 착상과 탄생 사이에서 독자적 생존능력이 생기는 때를,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정부의 이익 발생 시점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고)”,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말에서 합헌결정의 주요 동기를 읽는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년간 낙태는 2005년 약 34만 2000건, 2010년 약 16만 9000건이었다.

    7.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의 반대의견 및 그에 대한 단평

    위 재판관들은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으므로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 임신 초기, 즉 임신 1주에서 12주까지의 시기는 태아가 … 감각을 분류하거나 감각의 발생부위 또는 그 강도 등을 식별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합하여 지각을 형성할 수도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므로) …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 반대의견은 Roe 결정과 비슷하다. 그러나 법정의견과 같이 ‘태아도 생명권의 주체’라는 전제 위에서, 한 권리주체의 자유권이 타 권리주체의 생명권에 왜 우월한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 생명 있는 권리주체들 사이에 존엄의 불평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생명 있는 권리주체들 사이에 존엄의 불평등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태아는 권리주체라기보다 보호대상으로 보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에 더 잘 맞는다고 느낀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2004헌바81)”지만,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평등한 권리주체의 경우가 아니라 보호대상으로서 생명체의 경우에 한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12년 10월 11일자 법률신문 12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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