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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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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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초등학교의 좋은 점 하나는 공책, 연필, 공작물 재료 등 모든 학습재료를 학교에서 갖추어 제공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책가방을 매일같이 부모가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가 학교에 갈 때 준비해 가는 것은 물병과 바나나 혹은 사과 같은 과일 하나 뿐입니다. 저희 딸은 가방에 이것 둘만 덜렁 넣어가는데, 과일을 챙겨보내는 것은 영국 사람들의 과일 및 채소의 섭취가 적어 어릴적부터 식습관을 개선하자는 취지 하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학부모가 된 제 친구의 얘기를 듣자니, 매일같이 아이의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챙겨주어야 하는데 무척 번거롭고, 특히 야근을 하는 날에는 퇴근한 후에는 거개 문방구가 문을 닫기 때문에 근무시간 중에 집에 다녀 올 수 밖에 없다고 불편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도 “준비물 없는 학교”로 빨리 만들어 부모들의 아이 키우는 부담을 덜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영국학교의 특징은 초등학생의 경우 아침에 부모 등 보호자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학교가 파한 후에는 보호자가 직접 찾아와야 합니다. 특히 학교가 끝난 후에는 교실의 출입문에 아이들을 일렬로 세운 다음, 선생님이 부모가 왔는지 확인한 다음 아이들을 그 부모에게 하나씩 하나씩 인도해 줍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이 보호자 없이 친구들끼리 서로 손잡고 학교에 가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국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아동성범죄나 납치 등의 사회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와서 보니, 아침이건 오후이건 학교 운동장에 아버지들이 득시글득시글한 겁니다. 저는 “하 참, 영국이 실업문제가 정말 심각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영국의 직장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학교에서 데려오느라고 아침에 다소 늦게 출근하거나 잠시 자리비우는 것을 허용해주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허용하지 않는 직장도 있고요.

그리고 일하는 엄마들의 경우도 주 2일 내지 3일 일하는 엄마들이 무척 많은데, 이런 탄력적 근무가 일상화된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 담임선생님만 해도 월화는 Mrs.Reagan, 수목금 요일은 Mrs.Holcombe인데, 이건 우리나라로서는 좀 생각하기 어렵겠지요.

아무튼, 아이를 키우기에 친화적인 환경이다 보니 영국에는 한 가정에 아이 둘이 보통이고요, 셋도 제법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영국은 외국인이라도 비자체류 기간이 1년 이상이면 교육, 의료 거의 모든 공공서비스에 관하여 내국인과 같은 혜택을 부여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과정도 무척 쉬운데, 간단한 신청서 하나 작성하여 시티카운슬에 제출하면 학교를 배정하여 알려줍니다. 배정받은 후에 해당학교에 아이와 가서 헤드티처와 면담을 하고, 그런 다음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됩니다. 그런데 배정받은 학교에 내는 서류도 무척 간단하여, 부모의 주소 및 연락처, 아이의 general practioner 연락처(주치의 제도 같은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영국의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NHS에서 한 가정마다 일차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정해주는데, 이를 위 같이 부르고, 줄여서 GP라고도 합니다) 정도가 양식에 채워 넣는 정보의 다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가정환경 조사서를 학교에 내고, 그 내용은 가족상황, 부모의 재산관계 등이 주로였는데, 부모의 직업, 학력, 이혼여부, 그리고 주택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자동차가 있는지 머 이런 것까지 적어서 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한국의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영국은 학교에 제공해야 하는 정보로 그와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 때는 학교에서 내라고 하니 당연히 내는 것으로 알았고 우리 집에 머 그럴싸한 것 좋은 것이 없어 속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아이들을 각 개체로 보면 그만이지,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과 결부시켜 볼 필요가 뭐가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한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도 이와 같이 다른 가능한 세상을 보거나 프레임을 바꾸어 보면 ‘왜?’ 라고 여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영국 찬양의 글이 되어 버렸는데, 적어도 부모 입장에서 영국사회가 한국보다 아이들을 키우기에 편하고 좋은 곳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인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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