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노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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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형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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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에 갓 들어온 신참이 물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무슨 죄를 범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나요?” 고참이 대답한다. “이 안의 재소자들은 모두 자기는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지.”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이다.

    전국의 형사담당 법관들은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전국 형사법관 포럼’을 개최하여 기업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을 줄이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거나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부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포럼에서는 “기업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다른 범죄보다 상당히 높고, 뇌물 범죄의 양형 기준 준수율도 다른 범죄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라는 발표도 있었다고 한다.

    형벌의 부과는 사회를 방위하는 수단의 하나인 만큼 그때 그 때의 사회적 필요에 따라 양형 기준을 정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특정 범죄에 관한 구체적 지적까지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한 가지 곰곰 생각하게 하는 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종래 우리 법원은 업무상 배임죄에 있서의 ‘배임의 고의’나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 관련성’을 상당히 넓게 인정하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인정이 잘못되었음을 이유로 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그치지 않고 있고, 수뢰액수에 따라 뇌물죄의 법정형이 다르다보니 일련의 뇌물수수행위가 경합범인지 포괄일죄인지 하는 부차적인 문제가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배임수재죄는 외국에서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유형이기도 하다.

    과거 기업인들이나 공무원들에 대하여 집행유예 등 관대한 판결이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법리상으로는 범죄 성립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실형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근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일부 범죄에 관한 일벌백계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법관들 사이에 위와 같은 논의를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두말할 필요 없이 형사절차에서의 법원의 역할은 피고인이 범죄를 범하였는지 여부를 규명하고, 적절한 양형을 부과하는 일이다. 포럼에서 위와 같은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범죄 성립여부를 철저히 가리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겠으나,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사법신뢰의 증진을 위하여 시급한 것은 법원이 유죄의 증명을 보다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엄벌 필요성의 강조는 자칫 양형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초임 법관 시절 재판장으로부터 들은 말씀이 생각난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한다고 야단을 치는 것은 가장 형편없는 재판 진행이다. 포승줄에 묶인 피고인이 하소연할 데라고는 법원밖에 없지 않느냐?”

    ◊ 이 글은 2012년9월6일자 법률신문 14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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