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차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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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대상 성범죄 대책 부처별 난립·중복에 실효성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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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정책 진단

2007년 12월 혜진·예슬 사건, 2008년 12월 조두순 사건, 2010년 6월 김수철 사건에 이어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에서 초등생(7세·여아) 납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정부의 아동대상 성범죄 대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아동대상 성범죄의 주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동 음란물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약한데다 정부 부처가 범죄대책을 따로 만들면서 프로그램의 중복과 난립으로 혼란만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아동음란물 다운만 받아도 징역 10년=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대부분은 아동 음란물에 탐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소 아동 음란물에 빠져 있다 음주 등으로 자기 통제가 무너지면 곧바로 어린 아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미국은 아동 음란물 제작과 배포는 물론 다운을 받아 소지만 하더라도 중범죄로 판단해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4월’FBI 10대 중대 수배자’ 명단에 전직 교사 에릭 저스틴 토스(30)를 올렸다.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아동 음란물를 제작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만 약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가 넘는다. 또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은 지난해 11월 454건의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은 대니얼 빌카(26)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빌카에겐 다른 전과가 없었지만 재판부는 아동 음란물을 한 건 보유할 경우 최고 5년형인 법규정을 그대로 합산해 적용했다. 캐나다에서도 아동 음란물을 다운만 받아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영국 등에선 컴퓨터그래픽·사진 조작 등으로 만든 유사 아동 음란물 관련 범죄자도 실사(實寫) 아동음란물과 동일하게 처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 소지자에겐 2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부과할 뿐이고 이마저도 실제 처벌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1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온라인 아동음란물의 위험성과 대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아동음란물이 아동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법적·제도적 대처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우범지대 아동지킴이집 거의 없어, 범죄대책 실효성 떨어져=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경찰청,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는 각각 아동안전지킴이집,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위기에 처한 아동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학교와 유치원 주변에 있는 편의점, 약국, 문방구 등을 지킴이집으로 지정해 업주가 아동을 임시로 보호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2만 4094개소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골목상권 등 우범지대에는 지킴이집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들이 지킴이집의 위치와 이용법을 잘 몰라 제도가 유명무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가 성폭력에 취약한 아동과 여성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민관 협의체인 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도 낙제점 수준이다. 여가부가 자체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를 모두 포함해 행정구역별로 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 운영 결과를 평가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38.4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실제 발생한 아동 성범죄에 개입한 실적을 평가하는 위기관리 점수의 경우 10점 만점에 평균 1.97점으로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방과 후 어른의 보호없이 방치돼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한 초등돌봄교실은 나름대로의 효과를 내고는 있지만 우선 돌봄 대상이 저소득층 아동에만 맞춰져 있어 중산층 맞벌이 가정의 경우 돌봄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도 주말이나 오후 6시 이후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고, 유휴교실이 적어 돌봄 공간이 부족한데다 교사 1명이 다수의 아동을 돌봐야하는 등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따로 노는 부처별 프로그램, 혼란만 줘= 이같은 정부 정책들이 제대로 된 연계되지 않고 부처별로 각각 운영되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들이 중복, 난립해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만 주고 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과 공동으로 국회 도서관 대회실에서 개최한 ‘아동대상 성범죄 및 방임 아동의 실태와 대책’ 간담회에서 “(2007년 12월 혜진·예슬 사건으로)지난 2008년 4월 종합적인 성폭력 범죄 대책이 미흡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여가부, 법무부, 기획재정부 등 9개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아동·여성 보호대책 추진점검단’이 구성됐지만 아직까지 그 성과가 미흡하다”며 “추진점검단 회의가 단순히 부처별 활동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동 안전 정책목표에 관한 부처별 의견을 수립,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유사사업은 하나로 통합해 공동으로 추진하고, 통합된 사업 내에서 각 부처간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학교 내 사업은 교과부가 원칙적으로 담당해야 하겠지만 학교내 폐쇄회로(CC)TV 설치와 순찰은 경찰 행위와 관련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와 통합·연계해 실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친고제 폐지와 화학적 거세 대상 확대, 성범죄자 취업 제한 등 처럼 범죄자 관리·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동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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