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한희원
  • 법학교수
  •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서울신문 칼럼리스트
  • 사법정책, 법무,경찰,행정, 변호사양성, 생활문화, 형사법, 국제관계법, 기타
연락처 :
이메일 : lucas3333@daum.net
홈페이지 :
주소 :
소개 : 민주주의(Democracy)와 자유주의(Liberalism)의 진정한 힘

이 포스트는 1명이 in+했습니다.

헌법재판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단상(斷想)!

1

어느 모임에 갔다가 헌법재판이 ‘허~언 법’, 즉 “헐어버린 과거법”에 대한 재판이냐고 묻기에 씁쓸한 바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3일 하루에 17건의 헌법재판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알려진 낙태죄, 변리사제, 인터넷 실명제 3가지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결정이 있었다.

1. 방송사업자에게 사과방송을 명할 수 있도록 한 사건[2009헌가27 방송법]

2. 국회의원이 보유한 직무관련성 있는 주식의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명하고 있는 구 공직자윤리법 제14조의4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2010헌가65 공직자윤리법)

3. 단체협약 시정명령 이행강제조항 사건(2011헌가2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2조 제3호 등 위헌소원 사건(2010헌바28 구 토양환경보전법)

5. 토양환경보전법 제2조 제3호 등 위헌소원 사건(2010헌바167 토양환경보전법)

6. 중학교 학생으로부터의 학교운영지원비 징수 사건(2010헌바220 초·중등교육법)

7.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2010헌바425 공무원연금법]

8. 도시개발법 제4조 제3항 등 위헌소원[2010헌바471 도시개발법]

9. 납세고지서 발송일 기준 국세우선권 사건[2011헌바97 국세기본법]

10. 순직공무원 적용 범위에 관한 사건[2011헌바169 공무원연금법 부칙]

11. 조세회피목적 명의신탁의 증여의제 사건[2012헌바173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12.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출국 사건(2008헌마430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 집행행위 등 위헌확인)

13.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의 위헌 여부[2010헌마47, 252(병합)]

14. 공무원연금법 부칙 위헌확인 사건[2010헌마197 공무원연금법]

15. 산업기능요원 복무기간의 공무원 재직기간 산입 제외 사건[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16.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사건[2010헌마439 전기통신사업법]

17. 변리사 소송대리권 제한 사건[2010헌마740 변리사법]

의문이 든다?

국권을 회복한지 70년이 다 되가고 그렇게 똑똑하고 잘난 입법자(국회의원)들이 많은데도, 대한민국은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의 오늘날에도 헌법질서가 극히 문란한 나라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헌법재판소 사이트에 있는 그 많은 선고목록과 현재 진행 중인 변론사건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가을학기 정의론(On Justice) 시간의 토론자료를 수집해 가다가, 이번 헌법재판 선고를 보면서 몇 가지 단상이 스쳐 지나간다. 물론 본인은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법질서의 차별적인 운용을 그러므로 법질서의 문란함을 개탄한다. 따라서 국가 공권력이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게 하는 헌법재판의 중요성을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첫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위상문제는 또 다른 혼란스러운 헌법질서의 모습 같다. 따라서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헌법재판소 v. 대법원)이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이해가 가고, 일원화나 최소한 업무의 엄격한 재정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둘째,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이 너무 많다고 보인다. 추상적 규범통제가 원칙인 헌법재판을 개개인의 권리구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즉 헌법재판소를 일반 송무법원처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툭하면 헌법재판까지 가보겠다는 말이 그런 심정과 수준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셋째, 일국의 헌법재판은 단순한 법률해석이 아니다. 헌법질서와 헌법가치 그러므로 수년에 걸쳐 공동체적 질서에 대한 계량적. 통계적 추이를 파악하는 등으로 그 판단에 장기간이 소요될 사안은 허다히 많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이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 등의 해석론에 집중하는 듯하다. 단적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도입 논의에 10년 이상이 걸렸고, 실제 도입되어 실행된 기간은 5년도 안 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채 2년도 되지 않았고 제도를 뒤집는다. 과연 충분한 기간이었을까?

넷째,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인터넷 최강국의 하나이다. 따라서 인터넷 관련법은 그 최강국인 대한민국이 세계의 법질서를 주도해 가야할 분야이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 없는데 우리만 있는 제도라는 등의 견해는 옳을까?  ………..  잘 모르겠고, 의문이다^^

다섯째, 모든 사물의 이치가 그러하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위헌인 듯한 제도나 사례도 공동체 전체에서 보면 정의로운 것은 부지기수이다. 이것인 정의론이다. 그래서 배분적, 교정적, 절차적 정의론의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전체를 위해서 너무나 소중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하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라고 간단히 호칭되고 간주되는 내용들이 후술하는 바와 같이 진정한 그리고 고유한 개인의 인권(자유와 평등)에 속하는 것인지는 공동체 질서 속에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섯째, 일국 최고의 헌법재판 기구에서 가치재단을 너무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실명제 위반사건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 위축, 악성 댓글 줄지도 않아 효과 없어, 공익목적 달성 어려워”… 과연 그런가? 어떤 근거로 그리고 어떤 비교판단의 자료로 이 같은 추상적인 용어의 나열이 가능할까? 때론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영미법의 판결문과 비교하면 사법부의 적지 않은 판결문들이 단단한 알맹이 없이 추상적인 용어의 나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하는데……….. 헌법재판 결정문의 표현은 의문이다?

일곱째, 사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전문법과 폭넓은 공부가 법학도들에게 필요한 것이리라.^^  앞선 문제점들이 미국의 프래그머티즘 법학에서 태동한 “법 경제학Law and economics 또는 economic analysis of law)”에 대한 요청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법학 공부 현실은 어떤가? 기본 6법 공부는 소중하다. 그러나 최소한에 그치고 국제관계법을 비롯한 각종 전문법에 대한 공부는, 전 세계를 통틀어 여러가지 가치가 공존하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헌법재판은 불가피하게 공동체 생활에서 대립되는 가치판단 따라서 일정한 정치재판임을 헌법재판의 역사가 보여준다. 헌법재판의 유래인 1803년의 미국 Marbury v. Madison 사건이 헌법재판의 본질적인 속성은 공동체 사회의 가치충돌에 대한 정치적 결정임을 잘 알려준다. 그러므로 인적구성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일반시민도 의구심을 가지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사건에 대해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그 어떤 반대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읽어 보면 형식적인 법 논리 전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전제가 되는 공동체 생활에서의 공정하고 아름다운 진정한 인간의 삶을 위한 가치에 대한 배려는 과연 있었는가? 의문은 여전히 제기된다…..

…………………………….

인류에게 천부인권(天賦人權)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알려준 사람은 17세기 정치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였다. 천부인권의 목록에는 생명권, 자유권 그리고 (요즘에는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많이 위협받고 있는) 재산권의 3가지였다.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은 근본적인 3대 천부인권이다. 생명(生命)과 재산(財産)에 대한 이해는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자유(freedom)는 과연 무엇인가?

단적으로 공동체 생활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 태양(態樣)에 “자유”라는 단어를 접목시킨다고 하여 그것이 자유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서 “살인의 자유” “강간의 자유” “공격의 자유” “강도의 자유”는 결코 자유권이 아니다.  이러한 이치는 범죄성립의 3대요소인 구성요건해당성 → 위법성 → 책임성을 모두 극복할 경우에만 역설적으로 “범죄(犯罪)”가 될 수 있는 논리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정치권이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인권이나 자유는, 본질적으로 인권이나 자유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자유(自由)가 자유(freedom)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그 근본적인 이유는 천부인권의 하나인 자유권은 본질적으로 자연상태(State of Nature)에서 도출된 자연권(自然權)이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들은 보통 자연상태를 가장 자유로운 상태라고 말하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자연(自然)이 무한 방종한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자연을 가만히 살펴보면 자연의 구성요소 가운데 무한하게 방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구속이고 제약이고 양보이다(한희원, 정의로의 산책(2012), pp. 99-102).

반칙은 결코 자연상태에서 국가상태로 넘어가기 위해서 체결한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늘날 자유라는 이름으로 말해지는 허다한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결여한 내용들이다.

- 익명과 가명의 표현의 자유?

- 익명과 가명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남을 비방하고 선동할 자유?

- 자유로운 의사 표현 위축으로 결국 표현을 포기한 패배자(있었는가?)?

………………….. 정말 잘 모르겠다.^^

공동체 사회에서 반칙은 결국 사회계약 위반으로 그 손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에게 넘어간다.^^ 더 공부를 해보고 실제 피해사례에 대한 자료축적을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사례 발표 주제로 넘겨나 볼까? 이번 학기에 사례가 없으면 다음 학기로…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