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한희원
  • 법학교수
  •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서울신문 칼럼리스트
  • 사법정책, 법무,경찰,행정, 변호사양성, 생활문화, 형사법, 국제관계법,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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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민주주의(Democracy)와 자유주의(Liberalism)의 진정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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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와 익명. 가명 표현의 자유! – 자유론(On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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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소위 인터넷 실명제, 즉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사업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 헌법재판소의 논거는 과도제한론과 균형상실론의 두 가지이다. 첫째, 인터넷 실명제는 그 수단이나 방법, 영향을 받는 사람 등에 비추어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둘째,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제한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로 인터넷 이용자는 신원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과 본인확인제가 달성하려는 공익사이에 균형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 본 사건의 논리적 대전제는 2010년의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무한정한 익명과 가명표현의 자유론” 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발표의 자유와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라고 선고했었다.

○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는 찬.반 양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문적으로는 더욱 본질적으로 법의 이념인 정의(正義, justice)의 관점에서도 좋은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과연 무한정한 익명 그리고 가명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소중한 가치로서 표현의 자유의 기둥일까? 본질적으로 자유는 무엇이고 자유론의 정의의 한계는 무엇일까?…

○ 그에 대한 해답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명저 “자유론(On Liberty)”이 있다. 정의론의 한 축인 공리주의적 정의론의 거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자유론’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바이블이다. 자유론에서 밀은 먼저 다음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옹호한다.

①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표명을 가로막으면 안 된다. ② 표현의 자유를 일부라도 제한하면 곧 모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만다.  ③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어야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진보로 이어진다는 밀의 믿음은 공론(公論)의 여과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의견이 진실로 틀렸거나 해롭다면 공론의 장에서 틀렸거나 해로운 것으로 판명되어 도태될 것이라는 것이 밀의 신념이었다. 예컨대 밀은 정부를 전복하려는 기획이나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론일지라도, 그 표현에 사회적 박해나 정치적 탄압이 가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정부전복이 진실로 필요하다면 전복해야 할 것이고, 살인이 진실로 정당하다면 용인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 그런데 대부분의 이해는 여기까지에 머문다. 그러나 존 스튜어트 밀은 계속하여 말한다. “④ 다만 표현방식에는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견을 공표하는 방식은 대중연설이나 저술이어야지,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선동적인 방식이면 안 된다고 밀은 단언한다. 이것이 소위 “위해(危害)금지의 원칙”이다.

밀은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서 설명한다. 예컨대 굶주림에 시달려 흥분한 상태의 군중을 상대로 곡물소매상을 지목하면서 “여러분이 굶주리는 것은 저런 자들의 착취 때문”이라는 표현은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의사표현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논리의 연장선에서 깜깜한 극장에서 장난으로 “불이야!”를 외쳐서 사람들을 공황에 빠뜨리고 다치게 만들 정도의 위험을 초래하는 표현은 역시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밀이 익명과 가명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무어라고 말했을 지는 짐작이 갈 것으로 보인다….

○ 사이버 공간은 상상도 못한 근대사회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엄격했던 것이 자유(freedom)의 참된 모습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그 어떤 정치철학자보다도 자유를 옹호하여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면서 개인을 보호하려 들거나, 다수가 믿는다는 이유로 최선의 삶이라는 모델을 내세워 그를 개인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나의 독립은 당연히 절대적이고, 개인은 자신에 대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주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 그런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이처럼 단호하게 주장하려면 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해답이 정치철학에서는 공리(功利), 경제학에서는 효용(效用)이고 법학에서는 진정한 자유(自由)였다. 물론 익명 뒤에 숨은 가장적인 자유를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공리주의적 정의론을 대표하는 말이 단적으로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The greatest happiness for the greatest happiness)” 이다.

○ 과문한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개진할 만큼 충분한 인터넷 게시판의 구체적인 익명 표현내용, 그로 인한 표현의 자유의 확보로 인격을 신장한 사례, 또한 욕설과 선동으로 국가, 사회 그리고 개인이 입은 피해사례를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물론 익명이나 가명으로 하는 표현에도 올바른 내용이 있을 수 있을 것이지만, 오늘날처럼 인권이 확보되고 그러므로 권력남용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책임 추궁이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익명이나 가명 표현의 자유는 그 정당성이나 효용성이 크지 않다.

○ 마지막으로 못내 아쉬운 것은 불가피하게 주권국가의 헌법재판은 그 유래인 1803년의 미국 Marbury v. Madison 사건이 잘 보여주듯이, 공동체 사회의 정치적 가치충돌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의 결정에는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원래 인터넷 실명제가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에 시범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인터넷상에서의 언어폭력, 신상털기,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 역기능도 증가했고, 인터넷의 역기능은 익명성에 의한 책임의식 결여가 중요한 원인으로 파악되어 2007년도에 이르러 법률 제8289호로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면서였다. 이처럼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에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2010년도에 제기되었던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책 2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공동체의 중요한 대립가치에 대한 판단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더욱 신중함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예컨대 구체적인 가해와 피해사례, 익명표현에 따른 더욱 장기적인 사회현상의 파악, 기존 인터넷 공간 이외의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의 출현에 따른 또 다른 피해방법의 출현여부와 그에 따른 추가제약의 필요성 등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무엇엔가 쫓기듯이 결정한 것 같아서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필자만의 단견일까?

○ 참고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공리주의적 정의론에 대해서는, 한희원, 정의로의 산책, 삼영사(2판, 2012, 우수학술 도서), pp. 14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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