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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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대법원의 의료보험법 합헌판결을 통해 본 대법관 인적 구성 다양화의 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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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국에선 지난 6월 28일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 하나를 두고 아직까지 논란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자 미국의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사실상 강제하는 ‘환자보호 및 가용의료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라는 새 의료보험법을 연방의회를 통해 통과시킨다.

    부자들은 물론 가난한 국민들까지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가입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 이 새 의료보험법의 핵심내용이다.

    이 법은 의료보험 수혜 국민의 범위를 빈곤층을 중심으로 약 3천만명 정도 확대시켜 미국 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대통령 재선을 성공으로 이끌려던 오바마가 작심하고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연방의회에 법안을 제출케 한 오바마의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이 의료보험법은 지난 수년간 공화당 정치인들을 포함한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의 엄청난 반대에 직면해왔다. 법 시행에 드는 과도한 재정부담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이 주된 반대논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의 핵심조항들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의회가 미국 헌법상의 ‘과세조항’(Tax Clause) 등을 통해 사실상 그 정도의 입법형성권, 입법재량권은 가진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과세조항이란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8항이 연방의회의 여러 권한들에 대해 열거하면서 그 제1문에서 연방의회가 ‘연방세를 부과하고 징수할 권한’(power to lay and collect taxes)을 가짐을 명정하고 있는 조항을 말한다.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이 물게 되는 벌금은 일종의 ‘세금’의 성격을 갖게 되므로 연방의회가 그러한 벌금을 물게 할 법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연방대법관들이 5(합헌)대 4(위헌)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만큼 대법관들 간에도 논란이 많았던 이 판결에서 필자의 주목을 끄는 것은, 평소 보수주의자로 알려지고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도 대통령 오바마와 여러 번의 크고 작은 감정싸움을 벌여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합헌입장에 섬으로써 정치적으로 오바마를 구해 줬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진보주의자 4명, 보수주의자 4명인 상황에서 중도주의자인 케네디 대법관이 ‘스윙보트’(swing vote, 사실상의 판결 결정 입장)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케네디 대법관이 위헌입장에 섰는데도 의외의 복병인 로버츠 대법원장이 예상을 깨고 합헌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은 그의 보충의견을 통해 “연방정부는 국민들에게 의료보험을 사라고 명령할 권한을 가지지는 않지만, 의료보험을 사지 않은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권한은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판결로 오바마는 의료보험 수혜 범위를 확대시키려는 그의 일관된 노력이 합헌결정을 받고 계속 시행될 수 있게 되어 곧 있을 재선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물론 공화당 대선후보인 롬니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직후에 가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 판결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이 의료보험법을 손보겠노라고 일갈했다.

    우리 대법원도 국가 대사에 대해 다루는 중요한 결정들을 많이 내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법관들을 법원장급의 고위 현직판사들 중에서만 대부분 뽑다보니, 다양성, 특히 ‘성향에 있어서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대부분의 대법관들이 고만고만한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정대학을 나오고 비슷한 시기에 사법시험을 합격해, 30년 가까이 판사로서의 외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온 분들로만 대법관들을 충원되다보니, 소수자·약자를 포함한 국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사나 이익은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 대법원에서는 뻔한 결정, 보수적인 결정들이 실제로 많이 내려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그 사회의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그 판결에는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길 수 있어야 하며, 그 판결의 형성에는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성향의 대법관들이 관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미국 연방대법원 의료보험법 합헌판결은 대법관 인적 구성이 다양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우리에게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대법관 인적 구성은 반드시 더 다양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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