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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법의 ‘정명(正名)’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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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준섭 조사관(국회도서관)

    근본적으로 얘기하자면, 입법자인 국회는 4년마다 그 의회기가 바뀌고 그 구성원이 바뀌면서 의회의 ‘불연속성’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의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도 폐기되는 운명에 처한다. 그런데 이전 의회기(예컨대 16대)의 입법자들이 해당 의회기 국회를 위해 만든 의사규칙을 국회법의 형태로 굳힘으로써 다음 의회기(예컨대 17대) 및 그 의원들에 자동적으로 적용되도록 강제하여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의 의회에서는 ‘의회법’이 없다. 즉, 시민에 의해 새로 선출된 새로운 입법자로서 새 국회에 대한 ‘형성적인’ 권한을 갖고 자기규율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에 부응하여, ‘의회법’ 대신 ‘의사규칙’을 제정하여 운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회법을 제정한 것은 일본의 국회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모방했기 때문이다. 제헌 국회가 가장 먼저 가결한 법이 바로 국회법이었다.

    다만 국회 개원을 둘러싼 거듭되는 진통에서 알 수 있듯이 의회제도 자체가 불안정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보완하는 의미에 있어서 국회법의 존재가 의회 안정화라는 기능을 그나마 수행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국회법은 국회의 구성과 조직에 관한 기본 원칙 외에 국회 운영의 일반 원칙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는 경직성이 강한 국회 구성 및 조직 문제와 정치적 수요 및 상황에 의하여 가변성이 큰 국회 운영의 일반 문제가 하나의 법질서 하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회법 자체의 관리에 난점이 초래될 뿐만 아니라 세밀하고 구체적이어야 할 국회 운영에 관한 규정이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취약성은 투표절차에 대한 규정 미비, 경호권 및 질서유지권에 대한 규정 미비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적 행동양식을 다루는 별도의 의사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의 국회법은 제21조에 국회사무처 조항을, 제22조에 국회도서관, 제22조의 2에 국회 예산정책처, 제22조 3에 국회 입법조사처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이란 국민의 대의기구로서의 핵심사항과 기본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사무처와 도서관 등의 국회 내 입법지원기구를 국회법에서 별도의 조항으로 두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원래는 아래 (자료1)의 1960년 국회법에 국회도서관 조항이 처음 규정되었는데, 이때의 조항 규정이 (자료2)의 형식보다 더 합리적이다.

    (자료1)
    第24條(國會圖書館) 議員의 調査硏究에 資하기 爲하여 따로 法律의 定하는 바에 依하여 國會에 國會圖書館을 둔다(1960년).

    (자료2)
    第22條(國會圖書館)
    ① 國會의 圖書 및 立法資料에 관한 業務를 처리하기 위하여 國會圖書館을 둔다.
    ② 國會圖書館에 圖書館長 1人과 기타 필요한 公務員을 둔다.
    ③ 圖書館長은 議長이 國會運營委員會의 同意를 얻어 任免한다.
    ④ 圖書館長은 國會立法活動을 지원하기 위하여 圖書 기타 圖書館資料의 蒐集·整理·보존 및 圖書館奉仕를 행한다.
    ⑤ 이 法에 정한 외에 國會圖書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法律로 정한다(1988년).

    참고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 국회법 제130조에 “의원의 조사연구에 자문하기 위하여 별도로 정한 법률에 의하여 국회에 국립국회도서관을 둔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국회법 제42조에 별도로 ‘전문위원과 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 역시 대의기구로서의 핵심사항과 기본 원칙을 규정하는 국회법의 취지상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회 소속 입법지원기구인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규정을 비롯하여 전문위원 등 국회소속 공무원에 대한 규정은 국회법이 아니라 하위 규정인 시행규칙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번안’과 ‘변명’

    국회법 제91조는 ‘번안(飜案)’ 조항이다. 이 조항 내용을 보면 원래의 의안(議案)을 수정할 경우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본래 ‘번(飜)’은 ‘뒤치다’, ‘엎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로서 ‘수정하다’, ‘고치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 ‘번안(飜案)’이라는 용어는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침, 원래의 모습을 살리면서 자기 나라에 맞게 고치거나 바꾸다”는 뜻으로서 ‘번안물’이나 ‘번안소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번안물’이란 ‘외국의 문학 작품이나 서적을 번역하되 원작의 줄거리나 사건은 그대로 두고 시대적 배경,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자기 나라 풍토에 맞게 바꾸어 펴낸 문학 작품이나 서적’의 의미를 가진 용어이다. 이러한 용례와 국회법 제91조 ‘번안’ 조항에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번안’은 그 의미가 상이하며, 따라서 국회법의 ‘번안’ 조항은 다른 용어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국회법 제160조는 ‘변명(辨明)’ 조항인데, 일반적으로 ‘변명’이란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까닭을 말함,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말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특히 이 ‘변명’이라는 말은 자기 잘못을 어떤 핑계나 구실을 붙여 억지를 쓰는 경우 등 전형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지니는 용어이다. 국회법에서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의 ‘변명’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번안’이나 ‘변명’이라는 용어 모두 일본 법률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남용될 수 없는 ‘위원’이라는 용어

    일본 국회법 제43조는 “상임위원회에는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이를 전문원, 專門員이라 한다) 및 조사원을 둘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회법 제42조(전문위원과 공무원) 조항은 “위원회에 위원장 및 위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의원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이하 ‘전문위원’이라 한다)과 필요한 공무원을 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비슷하지만, 동일하지 않다. 우리나라 국회법의 경우, 국회의원의 ‘위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전문위원의 ‘위원’은 동등한 지위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문위원’이라는 용어는 과연 타당한 용어인가?

    결론을 미리 말하면, 국민의 대표로서 선출된 국회의원과 국회의 입법관료인 공무원을 마치 동렬로 자리매김 해놓은 듯한 이러한 조항은 개선되어야 한다. 실제로 현재 각 상임위원회 회의석상에서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위원’과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수석 전문위원을 포함하여)을 호칭하는 ‘위원’의 호칭이 같이 사용되어 혼선을 빚고 있다. 국회법 제39조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이하 ‘상임위원’으로 한다)”의 규정도 있어 그 혼선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위원’이라는 용어는 국회법 제48조 (위원의 선임과 개선, 改選) 및 동법 제60조(위원의 발언) 조항에서 명백히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본래 국회의원만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국회의원 이외의 국회 조직 내부의 공무원이 ‘위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전문위원을 위원회의 등질적(等質的) 구성요소로 삼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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