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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자유 對 명예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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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훈 교수(고려대로스쿨)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걸면 걸리는 죄명이 명예훼손죄다. 자기 명예를 건드렸다 싶으면 경찰서로 달려가 법의 보호를 요구하면서 남의 신상 털기에 너도 나도 끼어드는 것이 또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명예훼손죄가 항상 대기 중이다. 명예훼손죄가 실제 자주 등장하는 범죄명이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과잉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것도 국가기관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 있는 자의 명예가 시민에 대한 과잉고소와 무차별기소로 불평등하게 보호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렇게 명예훼손죄가 정부정책 비판을 잠재우는 데 과잉으로, 그것도 부당하게 남용되다보니 급기야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이 발의되었다. 지난 6월 22일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일부 개정안을 보면 진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 친고죄 규정 신설, 국가정책 등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러한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바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표명까지 명예훼손죄로 기소하여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부가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정부정책비판이 국가기관의 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여 무죄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자기검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을 직시한 개정안이다.

    국가기관도 명예의 주체지만 명예훼손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은 그 기관에 속해 있는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보호의 반사적 보호에 불과하다. 형법적 보호는 국가기관의 명예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권위 또는 기능이다. 이러한 국가기관의 일반권력기능이나 국가기관의 권위를 보호하는 형벌법규는 국가적 법익에 충분히 규정되어 있다.

    국가를 명예의 주체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명예를 포함한 인격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주체이므로 명예의 향유주체로서의 지위는 제한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국가기능의 수행을 위협하는 언어적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법적 보호가 국가나 국가기관에 대한 공적인 비판을 제한하여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오면 안 된다.

    국가기관의 정책이나 정책집행에 대한 비판제기는 명예훼손의 행위유형인 사실적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의견표명이다. 그것은 진실여부를 따질 수 있는 사실적시가 아니다. 비판자의 입장 표출이므로, 그것이 근거가 있든, 합리적이든, 가치 있는 것이든, 위험한 것이든, 논쟁적이든 상관없이 의사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은 의견형성의 토대가 되는 것이므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비판적 의견표명을 사실의 적시로 보아 명예훼손의 행위로 보아서는 안 된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는 한 의견표명의 개념을 넓게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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