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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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모산에는 □□□□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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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대모산은 작은 산이다. 높이가 300m에 못 미치고, 이웃한 구룡산과 합쳐봐야 2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 곳에는 개구리가 살만한 작은 습지가 있고, 쇠줄을 잡고 오르는 작은 바위언덕도 있으며, 비가 오면 생기는 작은 폭포가 있고,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약수터도 있다. 며칠 전에는 인적이 드문 샛길에서 금년 봄에 태어났음직한 새끼 다람쥐를 만났는데 사람이 낯설지 않은지 가까이 다가가도 피할 줄 몰랐다.

    몇 해 전 대모산을 오르는데 ‘통통통통’ 아주 빠른 박자로 나무통을 울리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딱따구리다 싶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도시에서만 살다보니 딱따구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집중하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가늠한 후 계속하여 찾았다. 뒤따라오던 산행객 몇 명도 합세하였다. 이 쪽인 것 같지 않아요? 의논까지 하면서 10여분을 헤맨 후에야 큰 참나무를 쪼는 작은 딱따구리를 찾았다. 모두 작은 감동을 느끼며 한동안 딱따구리를 지켜보았다. 저렇게 작은 놈이 산을 울리는 큰 소리를 내네요. 통성명도 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알고지낸 친구처럼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대모산은 작고 크게 자랑할 것 없는 산이지만 이 산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어서 더 사랑스러운 산이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풀꽃 같은 산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아침마다 약수터 주변을 청소하는 이가 있고, 밤늦게까지 운동하는 이도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주말이면 배낭에 큰 보온병과 커피, 녹차, 둥굴레차 등을 넣어 와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 차를 나누어 주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물이 다 떨어지면 차를 담아온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산을 내려가셨다. 할아버지 배낭에는 ○○교회라고 쓴 깃발이 꽂혀 있었지만 하나님을 믿으세요, 교회에 나오세요 라는 말은 한 번도 하시지 않았다. 나는 그 할아버지 흉내를 내느라 옛날 넝마주이가 쓰던 집게를 샀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몇 년째 보이지 않는다. 건강이 나빠지신 것을 아닐까? 할아버지 걱정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모산에는 산기슭을 파헤치는 포클레인 소리가 시끄럽고, 트럭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규제를 풀어 보금자리 주택을 짓는다고 한다. 대모산과 구룡산 남쪽과 북쪽을 한꺼번에 파헤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구룡산 산자락의 구룡마을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는다는 발표도 있었다. 낮은 산의 산자락에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산행하는 사람들이 아파트 침대에 누운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출 판이다. 딱따구리가 사는 산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일이 걸리지만 이를 파괴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개발제한을 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그리 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결정을 하기 전 대모산에 가 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모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대모산에 보금자리를 만든 딱따구리 가족도 만나보았을까?

    늦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대모산에는 딱따구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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