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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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도 때로는 편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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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상반된 증거를 취사선택하여 진실을 찾아야 할 때 상식과 부합하는 증거는 진실이고 상식에 반하는 증거는 거짓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그러하다는 상식이 진실을 파악하는 법칙으로 관철된다면 그 상식은 십중한둘에서 진실의 눈을 가리는 편견이 된다.

    ‘미성년자에 대한 최선의 양육자는 친부모이다.’ 우리 민법은 이 명제에 기초하여 친권제도를 정하고 있고, 아마도 99.9% 이상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명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더러는 예외가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친권상실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한 후 부인은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6학년이던 딸은 아침밥을 지어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드리고 남동생과 자신의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갔다. 이런 생활이 3년간 계속되다가 어느 날 어머니의 이혼 소장이 아버지에게 송달되었다. 자녀는 아버지가 양육하라는 청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화가 난 아버지는 반소를 제기하였고, 딸은 밤새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아버지를 지켜보았다. 소송 중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회사에서 퇴직금과 보상금이 지급된 후 어머니가 자녀 양육을 맡겠다고 나섰다. 할머니는 어머니의 친권상실을 청구하였다. 중학교에 다니던 딸은 그 동안의 사정을 적고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담은 편지를 법원에 보냈다.

    상급심에서의 쟁점은, 이러한 사안에서 15세가 안된 딸의 진술을 들어보지 않은 채 ‘자녀의 최대한의 복리’를 판단한 것이 정당한 절차인가 하는 것이었다. 자녀를 잘 양육하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진실 되고 그 각오가 얼마나 오래 갈지 누가 알 수 있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딸의 마음에 할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미운 감정이 얼마나 크게 반영되었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러나 ‘미성년자에 대한 최선의 양육자는 친부모이다’라는 상식이 힘을 발휘하고 보면 자녀의 최대한의 복리를 도모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자녀의 의견은 무시하기 쉽다. 어린 자녀를 두고 집을 나간 어머니에게도 나름의 곡절과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 행동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판사의 업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딸의 편지 속에는 아침 일찍 밥을 지어 투병 중인 아버지의 아침식사를 챙기고 동생과 자신의 도시락을 싸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눈물이 있었고, 쉽게 무시되어서는 안 될 아픔이 있었다.

    훈련된 법률가가 편견을 극복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편견이 편견으로 인식될 때에는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것은 편견으로 인식되지 않는 상식이다.

    형사법정에 선 피고인의 십중팔구는 유죄일 터이고,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의 말은 죄지은 자가 흔히 하는 거짓이기 쉽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그러할 것이라는 상식은 최대한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십중한둘에서는 진실을 가로막는 편견이 된다. 그래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편견을 깨는 노력이 아니라 상식을 넘어서는 노력에 의하여 달성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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