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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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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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저녁 식사 후 아내와 동네산책을 나갔다.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데 주인을 따라 나온 강아지 한 마리가 갑자기 아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내는 놀라 “엄마!”하고 소리쳤다. 강아지는 아내 주변을 돌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강아지가 무섭다고 멀리 계신 장모님을 찾아?” 가볍게 핀잔을 주었더니 아내도 강아지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깜짝 놀라니까 엄마를 절로 찾게 되네.”

    엄마는 언제나 아늑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더욱 외로운 때 엄마의 품은 언제나 부드럽고 편안한 휴식이 있는 그리운 어린 시절 고향과 같은 곳이다. 초등학교 시절 아주 추웠던 어느 겨울 날 밖에서 놀다 꽁꽁 얼어 집으로 돌아왔더니 어머니는 아랫목을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시곤 단팥죽 한 그릇을 내어주셨다. 그 날 어머니의 향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고 먹었던 단팥죽 맛을 잊지 못해서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단팥죽 하는 말이 입가를 맴돈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아내와 함께 단팥죽을 만들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아내도 아직 내가 왜 단팥죽을 그토록 좋아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말미에 나오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에서 신성을 가진 청년 예수가 마지막 안식을 맞은 곳은 어머니 마리아의 품이었다. 어머니 품에 안긴 예수의 얼굴은 편안해 보이고 십자가에 못 박혔던 고통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대가가 표현한 어머니의 품은 그런 곳이다.

    나이 들면서 엄마라는 말은 또 다른 느낌도 함께 주는 말이 되었다.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죄송한 마음과 함께 짠한 느낌이 들고 때로는 가슴이 아려오는 아픔을 느끼곤 한다.‘엄마를 부탁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엄마는 항상 염려스런 얼굴로 너에게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하셨으나 어딘가에서 네가 돌아오면 네가 머문 곳에 대해 참 세밀하게도 물었다는 생각. […] 너는 늘 짧게 대답하곤 했다. 엄마가 더 물으면 귀찮아져서 나중에 얘기해 줄게, 엄마! 그랬다. 너희 모녀에게 다시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네 앞에는 늘 다른 일이 놓여 있었으므로.’

    부장판사가 되어 고향에 갔을 때 부모님 댁에서 지냈는데 회식이라도 있어서 늦게 돌아오면 엄마는 언제나 대문 앞에 서계셨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 서울로 가느라 집을 나서면 아들이 골목길 끝을 돌아 사라질 때까지 대문 앞에 서계셨다.

    신경숙의 소설이 국내에서 200만 부 이상 팔렸고,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에 대한 감성은 그만큼 강렬하고 어느 나라에서건 어느 문화에서건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버이날에도 회의 일정이 잡히고 말았다. 욕심은 자제할 수 있지만 책임감은 피할 수 없었다. 올해도 마음 속에 벽돌 한 장을 더 쌓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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