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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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에게 보내는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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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극단적인 편견에 치우친 말일수록 목청이 높다. 극단적인 편견이란 남의 말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걸 나타내는 목소리까지도 우선 배타적이다. 남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배제하려면 제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 극단적인 편견이 때로는 옳은 생각일수도 있지만 그게 혐오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폐쇄성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박완서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중에서)

    지성의 탈을 쓴 냉소와 조소가 독설과 욕설 문화를 만들었고, 내면의 성찰 없는 물질 추구는 증오가 만연한 사회를 만들었다. 집단적 왕따와 폭력에 대한 무감각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민족적, 종교적 갈등을 안고 있는 나라보다 낮아서 세계 최하위권이 되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사회가 아니라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고와진다’고 믿는 사회가 되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 만들어지고 확산되어도 책임 있는 반론은 적고 그 음모론 속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상업적 이익을 몰래 싣는 사람은 많다. 불신과 편견과 증오가 진실과 공정과 선의를 압도하는 사회가 되었다. 마침내 판사에 대한 욕설과 폭력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해져도 그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적고 그 욕설과 폭력에 자신들의 이익을 담는 사람들은 많아졌다. 어쩌다 비난의 의사를 피력한다는 것이 판사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곤 한다.

    미국연방법원이 공립학교에서의 인종분리 정책 철폐를 명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렸을 때 어느 주지사가 판결의 집행을 거부하자 연방정부는 군을 동원하여 판결을 집행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라이프지에서 본 사진 몇 장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법원이 흑인 어린이의 백인 공립학교 입학을 명하는 판결을 하자, 일부 주민들은 흑인 어린이가 학교에 등교하기만 하면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공공연히 하였다. 미국 연방정부는 군대를 동원하여 그 어린이가 탄 스쿨버스를 앞뒤로 호위하여 등하교시키고 수업시간 동안 무장한 채 학교를 지키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판사 집에까지 가서 폭력시위를 하여도 경찰이 누구 하나 체포하였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판사에게 성원과 갈채를 보낸다. 판사는 존경 받는 어른이 없고 바른 말하는 지성인이 실종되고 신뢰를 상실해가는 사회에서 마지막 남은 신뢰의 등불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믿고 싶은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보고 싶은 증거만 보는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에서 모든 증거를 바로 보고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도 변호사도 아니고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 선 판사뿐이다. 남달리 대담하여 남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알기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감히 그른 행동을 하지 못하고 바른 행동을 하는 미덕을 용(勇)이라 하였다. 판사는 모든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되 그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말에 담긴 합리성에 응답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판사는 욕설과 독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고 무리를 지어 요란스럽게 떠드는 목소리에 맞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판사를 광야에 홀로 선 코뿔소로 만든 현실이 고약하고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판사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라도 가야만 한다. 광야에서 홀로 달리는 판사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 어깨에 이 나라의 장래가 걸려있고 말 없는 다수가 그 옆에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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