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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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의 말과 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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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만물은 생성하고, 자라서, 조화를 이루고, 마침내 완성하여 끝을 맺고, 다시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니 이러한 하늘의 이치를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고 하였다.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생겨났는데, 하늘의 이치에 따르는 인의예지 4단(四端)의 성정을 타고났으나, 한편 기(氣)가 발현되는 기질로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 7정(七情)도 갖고 있다. 사람이 하늘의 이치에 따라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하려면, 그 마음은 어진 마음에서 시작하고, 의로운 마음에서 자라서, 예로서 조화를 이루고, 잘잘못을 분별하는 지혜로 완성되어야 하니 사람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네 가지 실마리는 하늘의 이치인 원형이정에 대응하는 것이다. 한편 사람의 7정은 그 자체로서는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지만 제 멋대로 발현되면 때로는 바른 행동을 하지만 때로는 그른 행동을 하게 되므로, 사람이 항상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4단으로 7정을 절제하여야 한다. 이것이 조선 중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4단7정론의 요체이다.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선비는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과 생각과 행동을 가다듬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일은 나 자신을 바로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동심원을 그리는 물결처럼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수신하고 제가한 후 치국하고 평천하하여야 세상을 바르게 할 수 있다.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평생 수신을 게을리 할 수 없는데 그 수신이 선비의 덕목이었고, 수신의 근본은 4단으로 7정을 절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신만 하면 선비일 수 있지만, 치국, 평천하를 해도 수신하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었다.

    선비의 말과 글은 어떠하여야 하는가? 선비의 말과 글은, 4단으로 7정을 절제하여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노여워 말고,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두려워 말고, 지나치게 좋아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미워하지 말고, 지나친 욕심을 버린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 마음에서 나온 말과 글이 좋은 말과 글이다.

    변호사는 누군가의 좋은 친구여도 되지만, 판사는 모든 사람의 좋은 이웃이어야 한다. 변호사는 투사가 되어도 좋지만 판사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선비여야 한다. 판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똑똑함보다 공정함이고, 자신감보다 겸손함이며, 지식보다 성찰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판사의 글을 두고 말이 많은 세상이 되었다. 판사의 생각을 두고 무어라 말하고 싶지 않지만 글을 두고 한 말만 하자면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노여워 말고,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두려워 말고, 지나치게 좋아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미워하지 말고, 지나친 욕심을 버린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500년 넘은 옛 생각을 갖고 무슨 말인가 할지 모르겠지만 나이 먹을수록 옛사람의 말 속에서 지혜를 찾게 되니 온고이지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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