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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앞둔 김규헌 서울고검 검사의 ‘단상(斷想)’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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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생활 30년… 좌우명은 ‘변명도 불평도 하지 말라’

    김규헌(58·사법연수원 13기·사진) 서울고검 검사가 퇴임을 앞두고 검사로 살아온 지난 30년간의 인생을 정리한 글이 검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단상(斷想)과 추상(追想)’이라는 김 검사의 글이 올라왔다. 게재 이틀만에 4200건이 넘는 조회수와 80여개의 덧글이 달렸다. 후배 검사들 이외에도 검찰 일반직 직원과 수사관들까지 “한편의 대서사시를 읽은 느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사법연수원 2년을 합쳐 올해 9월 1일이면 그가 검찰에 몸 담은지 꼭 30년이 된다. 대검 공판송무과장과 서울지검 강력부장, 청주지검 충주지청장 등을 거친 그는 2001년 서울지검 강력부장으로 있을 당시 세간에 화제가 됐던 연예계 비리사건을 지휘하며 ‘언터처블’이란 별명을 얻었다.

    김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닥쳐왔던 수많은 협박과 살해 위협을 전했다. 1980년 검사직을 걸고 지역 최대 폭력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조폭들로부터 “사시미 칼침 한번 맞아 봐야겠냐”며 살해 위협을 받았던 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변 경호를 전담하던 지방청 형사과장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 상심에 잠겼던 일도 있었다. 저명 종교연구가 살인사건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들까지 협박을 받던 중 한 방송사 기자가 자신의 집을 찾아와 취재를 해 집 위치가 노출돼 아찔했던 순간도 떠올렸다. 한 번은 선배 검사들과 단골로 자주 가던 술집에 뒤늦게 합류해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려고 밖에 나와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차돼 있던 차가 별안간 맹렬한 속도로 정면에서 달려와 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 만 하루가 지나도록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깨어났으나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주위에서는 다들 믿기 힘든 천운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어느 선배는 충돌 순간 “Q(김 검사)가 죽었다”고 주위에 말하기도 했다. 취업한 지 얼마안된 종업원으로 밝혀진 20대 후반의 운전자는 현장에서 붙잡혀 곤욕을 치루고 조사까지 받았지만 배후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1989년 법무부 근무 당시 독일이 통일되자 상부에 건의해 홀홀단신으로 독일로 출장을 떠났던 일과 이를 바탕으로 4개월간 혼신의 힘을 기울여 ‘동서독의 통일에 다른 사법, 법률의 통합’이라는 방대한 내용의 보고서를 썼던 일, 갑작스레 나빠진 건강으로 인해 수술과 입원생활을 하며 10㎏ 가까이 몸무게가 빠지는 등 힘겨웠던 일 등도 적었다.

    그는 “외람스런 표인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Never complain, don’t explain(변명도 불평도 하지 마라)” 이라는 구절을 좌우에 놓고 그저 주어진 일에 전념하는 것이 사나이로서의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어떤 개인적 불이익에 대해 그 섭섭함이나 울분을 외부로 토로하거나 분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파란곡절 많았던 과거의 궤적을 되돌아보니 그 근저에는 검사라는 직분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너무나 깊게 자리잡혀 있었다”고 담담하게 지난 세월을 정리했다.

    김 검사의 글을 읽은 검찰 내부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검사는 “비록 한 번도 모시지 않았지만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게끔 하는 글”이라며 “한편의 소설과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북한인권법안과 관련해 통일부와 협의할 때 참고했던 대선배님의 보고서가 그토록 험난한 과정을 거친 것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오랫만에 감동있는 글을 읽었다”며 “공직자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올랐느냐가 아니라, 있을 때 무엇을 하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새삼 기억나게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들도 “조직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크실 법도 한데 검찰에 대한 애정이 그런 마음을 덮으신 듯 하다”, “검사로서 검찰에 큰 족적을 남기셨으면서도 세간의 평가에 초연하셨던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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