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순현 기자
  • 법률신문사
연락처 : 02-3472-0601
이메일 : hyun@lawtimes.co.kr
홈페이지 : http://www.lawtimes.co.kr
주소 : 서울서초구 서초동 1321-1 강남빌딩 14층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외면 받는 특성화 과목… 로스쿨 특성화 교육 ‘유명무실’

    0

    취지 퇴색하는 ‘다양한 전문변호사 양성’

    지방의 한 로스쿨에 재학 중인 A씨는 지난 3월 개강 후 첫 수업에서 크게 당황했다. 학교가 채택한 특성화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채 다섯 명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과목이 폐강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담당교수는 벌써부터 다음 학기에 강의가 개설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성화 교과과정이라 의욕적으로 수강신청을 했지만 수강생이 적어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까지 허탈해 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변호사시험과 관련있는 수업을 선호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성화 과목들이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 2년을 맞는 법학전문대학원의 특성화교육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로스쿨제도의 도입과 함께 송무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변호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특성화 교육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로스쿨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특성화 교육에까지 신경쓸 만큼의 여력이 없는 상태다. 로스쿨들도 로스쿨평가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학생들에게 마냥 특성화 교육의 수강을 독려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성화 수업을 전담할 교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러다 보니 로스쿨들은 본래 계획했던 특성화 교과과정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책당국인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마저 대학교육의 자치를 이유로 로스쿨들의 특성화 교육정책에 관여하지 않고 있어 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로스쿨 특성화 교육의 위기는 특성화 과목들이 로스쿨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당수의 로스쿨들은 특성화 과목을 필수 이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편성해 놓고 있다. 로스쿨의 특성화분야를 고려해 입학한 학생들인 만큼 필수 이수과목이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특성화 과목을 수강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로스쿨들의 기대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변호사시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사법과 형사법, 헌법, 행정법 같은 과목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충북대로스쿨의 특성화 과목인 ‘과학기술법’을 담당하고 있는 류화신 교수는 “과학기술법 분야가 변호사시험의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본격적으로 시험준비로 바빠질 3년차 과정에서 특성화 과목이 제대로 운영될지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로스쿨생들의 특성화 과목 외면은 법무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의 범위를 국제법과 노동법 등 7개 과목들로 제한하면서 선택과목으로 선정되지 못한 특성화분야는 당연히 학생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남대로스쿨에서 ‘공익인권법’을 담당하고 있는 은숭표 교수는 “선택과목의 선정과정에서 전체 로스쿨들의 특성화 과목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학생들의 부담이 과중될 것이라는 우려로 결국 7개 과목으로 제한됐다”면서 “로스쿨들이 기껏 준비해놓은 특성화교육을 법무부가 죽여버렸고, 로스쿨제도도 ‘도루묵이 아닌 도루사법시험’으로 전락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외면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의 로스쿨들이 로스쿨인가를 위해 제출한 특성화 교육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이다. 특성화 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특성화분야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교원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로스쿨 1기 학생들이 2학년1학기 과정을 마쳐가는 현재까지도 많은 학교들이 적절한 수의 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몇몇 로스쿨은 아예 특성화와 관련된 전임교수가 전무한 실정이다. ‘중소기업법무’를 특성화 분야로 채택한 아주대로스쿨의 경우 해당 특성화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임교수가 단 한명도 없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로스쿨들이 1~7명 정도의 전담교수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보통 20~30명씩 특성화분야 전담교수를 두고 있는 미국의 로스쿨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수치다. 지방 로스쿨의 한 교수는 “특성화 분야를 전담할 교수가 적다보니 개별법 교수들이 자신들의 수업시간에 특성화분야와 관련된 간단한 교육을 하는 정도”라고 고백했다.

    다행히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으로 선정된 특성화 분야를 내세우고 있는 몇몇 로스쿨에서는 특성화교육이 어느정도 정착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법’을 특성화 분야로 삼고 있는 강원대 로스쿨은 특성화 과목들을 필수 이수과목들도 정해놓고 애초 계획한대로 특성화 교과과정을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도 변호사시험과목에 환경법이 포함돼 있는 만큼 특성화 과목의 수강을 크게 주저하지 않고 있다. 교수진도 환경법 전문가인 함태성 교수을 비롯해 국제환경법 전문가인 김한택 교수, 환경운동연합 소속 변호사 출신인 박태현 교수 등으로 구성돼있어 40명 정원의 강원대로스쿨생들의 강의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 함태성 교수는 “특성화 수업외에도 생태탐방과 환경단체 실무수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고 환경법 우수 이수자에게는 자격증도 발급할 예정”이라면서 “강원대가 본래 환경분야를 특화한 학교이다보니 학교차원의 다양한 인프라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특성화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로스쿨도 있다. ‘의생명과학’을 특성화 분야로 내세우고 있는 원광대로스쿨은 정원의 3분의1 이상인 20여명의 학생들이 특성화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최행식 대한의료법학회 이사를 비롯해 김은진 교수, 송영민 교수, 홍승희 교수, 황만성 교수, 김일룡 교수 등이 포진한 특성화 교육 전담교수진도 성공적인 특성화 교육 정착에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행식 교수는 “최근들어 의료소송과 관련 분쟁들이 늘어나면서 의료사고 전문변호사들이 각광받고 있어 학생들도 의욕적으로 수강하고 있다”며 “단순히 교과과정을 만들어 놓는 것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특성화 분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